지금까지 저는 정치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의 지식이 없어서죠. 거기다가 정치 이슈에 대한 토로는 어느 정도는 연예 이슈에 대한 토로와 흡사한 구석이 있습니다. 아무리 떠들어봐도 그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없거나, 영향의 효과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것 말이죠. 글쓰기와 말하기 자체는 개인에게 성취감을 주긴 하지만, 웹에 정보를 개시/저장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말하자면 영화를 보고 나서 비평/감상문을 쓴다 하더라도, 영화 비평의 시류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영화 내용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치가 인터넷과 연예처럼 반-연극적인 공연이라면 우리가 거기에 개입한다는 것은 연극에 대한 비평 및 비난이 아닌 연극의 대본을 고쳐 쓸 수 있을만한 권력을 쥔다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비관적인 시각은 어떤 사건 때문에 바뀌게 됩니다. 바로 차별금지법 철회죠. [대한민국 차별 금지법 - 위키피디아]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의 차별금지법은 3번의 제정 시도에도 불구하고 특정 압력 집단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네, 흔히 듀게에서 기독교라고 생각하는 압력 단체요. 솔직히 그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기독교가 날고 뛴다하더라도 쿨하게 국회의원들이 무시하고 욕 먹으면 욕 먹더라도 통과시키면 되는거 아닌가? 새누리당은 국민 여론 신경쓰지 않고 선거가 멀면 지지자들을 위해 법들을 입법하고 제정하고 가결시키는거 아닌가?라고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이게 취소가 되었는지 궁금해지더군요. [차별금지법안 -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시면 철회가 되었다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위원회 회부도 아니고 본회의에 올라간 것도 아니고, 안건을 제시한 열 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이 안을 내지 않겠다고 하고 무른거죠.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종북 게이 논란"에 파묻힌 차별금지법 결국... - 오마이뉴스]. (구글에서 "차별금지법 철회"를 검색해서 맨 처음 나오는 기사입니다.) "김한길 의원은 민주당 의원 51명의 공동발의로 법안을 냈다." 네, 국회의원은 10명 이상이 모여 발의를 해 법안을 낼 수 있죠. 그래서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1.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보수신문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사퇴하라"는 광고를 게재 2. 신문광고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과, 법안을 심사할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의원실 전화번호를 기재 3. 의원실에 전화 폭주 4. 인천 지역구 의원의 경우, 인천광역시기독교총연합회에서 차별금지법에 발의·서명한 의원을 직접 불러 "법안 내용을 바꾸든지, 철회하든지 이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해오라"고 요구 5. 국회 입법예고 누리집에 차별금지법 관련 찬반 글이 10만6000건 게재 (대다수 반대의견) 했더니, 철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압력 행위들을 어떻게 생각하실진 모르겠지만 제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9대 국회에서 철회된 법안이 52건이긴 하지만, 그 중에 이런 식으로 압력집단이 똑똑하게 드러난 철회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실진 모르겠습니다만, 전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기억에 지금까지 (자칭) 진보세력이 압력을 행사해서 안건 철회가 되었단 것을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탄핵 하나 뿐이군요. 혹시 FTA나 검역주권에 관해 항의했던 것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뚜렷하게 알고 계시는 분 있나요? 전 그것들이 강행되었다고만 알고 있거든요. 저 위의 기독교 단체(및 국우 보수 단체)들이 한 행동에 대해서 저는 그 결정이 비논리적이었다는 것을 떠나 그 행동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에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1. 반대 광고 게재 3. 전화 압박 4. 의원 대면 요구 5. 인터넷 의사통로 이용 압박, 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먹혀 들었다는 사실, 특정 정치 목표를 위해 집단이 집약하여 그 목적를 성취해냈다는 결과가 놀라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의 민간인(일반인?) 정치 행위는 선거에 몰려있다고 느낍니다. 정치인들도 선거를 중점으로 운동을 하죠. 선거 자체가 자신들의 이권을 얻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점이니 정치인들의 행동은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민간인들은 타당할까요? 12년도 대선에서 정치적 지지자의 패배를 자신의 패배로 몰입하고 멘붕했던 당시 과연 그것이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의 [끝]이였던 걸까요? 위의 사례를 통해 제가 지금까지 정치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투표는 정기적으로 정치 행사를 할 수 있도록 과거로부터 주어진 권력이겠죠. 그러나 꼭 투표행위를 통해서만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닐겁니다. 전화 통화를 할 수도 있고, 입법 홈페이지에 글을 쓸 수도 있고, 광고 기재도 할 수 있겠죠. 선거 결과는 정치의 끝도 시작도 아닌 과정일 뿐이였습니다. 국회의원의 정치 권력은 입법에서 나올테니까요. 입법에 국민이 개입 가능하다면 감투 씌워주고 분통만 내는 것은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해서... 연예 이야기와 다를 바 없이 저도 빠심 가득한 꾸준글을 써볼까 해서 이렇게 시작해 봅니다. 혼자서 이런 저런 정보 뒤지며 쌓아올리는건 너무 지겹고 재미 없는 일이라 중간 중간 정리나 하면서 힘을 얻어야겠더라구요. 일단 전에 만들었던 대통령직 수행 연표와 국회 자료를 합해서 역대 국회 연표를 만들어봤습니다. 제가 잘 몰라서 이렇게 만들어야 뭐가 어디있는지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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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60년사.pdf - 대한민국 국회]를 참조하여 만들었습니다. 약 1300여 페이지나 되는 좋은 자료더군요. 정독해 볼 요량입니다. 전 국회 흐름도 잘 모르겠어서 누구를 비난해야할 지도 모르겠더군요. 국회의원 바보 취급은 익숙하긴 하지만, 전 그렇게까지 바보 취급을 하고 싶진 않더군요. 그 사람들이 비례 대표이든 지역 대표이든 어떻게 해서라도 국민들에게 뽑힌 것은 사실이고, 입법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입법하는 걸 영상으로 보니까 그렇게 멍청하게 보이지 않더라구요. 국회의 이미지가 몸싸움 같은 야만성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그렇게 해서라도 법을 막고 싶거나 통과시키고 싶어서 그런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럴 때 아니면 국회에서 뭘 하고 있는지도 관심 없지 않나 싶기도 하더군요. 솔직히 본회의 불판 같은건 안 올라오지 않습니까. 6월달에 본회의 하던데, 사실 본회의 진행 시간이 잉여들이나 볼 수 있는 시간이긴 합니다만. 그러고보니 내일도 제316회 국회(임시회) 제9차 본의회가 오후 2시부터 생중계이긴 합니다. 오늘도 제가 이 글 쓰고 있을 때까지는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 국회]에서 하위 위원회 회의들이 생중계로 방송되고 있긴 했습니만.


  연표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면, 3번의 탈법적 입법 집단 국가제건최고회의, 비상국무회의, 국가보위 입법회의에서 입법된 법안들이 아직도 고스라니 있을 것이라는 거죠. 보면 5대, 8대, 10대 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정말 안습입니다. 으으 국회의원으로 겨우사 뽑혔더니 정권 뒤집어져서 무효가 되서 1년 내지는 6개월 밖에 못 해먹다니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요. 에,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자면, 특정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네들이 뭘 했는지부터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중에서 입법부와 행정부 관련자를 국민이 직접 뽑고 그에 대해 비판을 하려면 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긴 해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런 일 할 때는 (위의 압력 집단처럼 압력 넣지도 않고) 어디서 뭐하다가 갑자기 끝나고 나서 짜증 짜증 내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일이 시행될 동안에 태클을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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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표 보충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선거통계시스템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참고했습니다. 거기 보니까 전에 [여성 군복무에 관한 탁상공론] 쓸 때 넣고 싶었던 자료가 있더군요. 제헌 국회에서 남성만을 징집하는 법안을 만들었는데 제헌 국회의 성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었지만 그 당시 찾을 길이 없었는데 저 선거통계시스템에 아주 잘 나와있더라구요. 200명 전부 남자더라구요. 위키피디아에서 제헌 국회 위원 일람을 하면 이름만 나오는데, 남잔지 여잔지 헷갈리는 이름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었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나오다니. 제 2회 국회에는 여자가 2명 있는데 아마도 저기 깨알같은 여자국민당에서 1명, 대한부인회에서 1명이지 않을까 싶어요. 혹시 숫자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위의 [표]를 웹 게시 해놨으니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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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네, 바로 이게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의 꽃인데요. 국회에서 처리되는 안건들입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 - 대한민국 국회]를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여기 들어가보면 정말 친절하거든요. 각각의 안들이 어떻게 올라왔고 누가 발의했으며 그 사이에 어떤 회의가 있었는지 회의록이 찰찰 나와요. 그리고, 그걸 동영상으로 보고 싶다? [국회영상회의록 시스템 - 대한민국 국회]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6대 회의부터 들을 수 있는데, 과거 회의들은 오디오로 제공됩니다. 아쉽게도 제헌 회의 같은 것은 보거나 들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안정보시스템에 제헌 회의도 다 있어요. 그것도 PDF 파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서 말이죠. 이승만이 제헌 회의에서 불라불라 했던 것도 깨알같이 읽을 수 있습니다. (아직 정리 안된 안건들도 있긴 하지만요. 한자와 세로쓰기의 압박만 버틸 수 있으면 읽을만 합니다. 뭐, 국가제건최고회의 등의 군부 독재의 경우에는 누락된 것도 많고 타자기로 친 것도 많습니다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국회의원 사생팬을 하기 위한 준비는 끝났습니다. 뭐 위의 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깨알같은 국가보위입법회의의 215건 접수, 215건 가결이 있겠네요. 재건최고회의에서도 엄청난 통과율을 보여주기도 하구요. 그리고 놀랄만한 안건 발의 숫자 폭발을 보실 수 있는데요. 12대 전까지는 백의 자리 넘기기 힘들다가, 16대 와서는 3천 건, 17대의 8천 건, 18대에 드디어 만 건을 뚫어버리는 증가율을 보여줍니다. 그런다고 해봐야 가결은 천 건에서 삼 천건 사이긴 하지만요. 이번 19대도 아직 한참 남았으니 만 건은 넘기겠죠. 후, 18대 국회에서 11278의 폐기율이란. 저 [표]도 웹 개시 해놨습니다.


  과연 정권을 비판한다는 건 어떤 식이 되어야 할까요. 대통령의 임직 기간동안 나오는 자료 수치들로 파악해야 할까요? 뭐, 대통령은 비토권도 있고 인사권도 있으니까 행정부 전체의 흐름 같은걸 까긴 해야겠습니다만 예산 짜는 건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거고.. 국가 살림에 대한 정보를 찾다보니 국회예산정책처NABO를 만나게 되더군요. 여기에 일용할 통계 모음이 하나 있어서 걸어봅니다. [NABO 경제 및 재정 통계 - 국가예산정책처]인데요. 약 50 ~ 60개 지표들이 10 ~ 50년에 걸쳐서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정권간 비교를 하려면 이런 자료 정도는 있어줘야 되지 않을까 해서 뒤져보려구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정책은 좌우파를 넘어서 연속성이 꾸준히 있었고 그걸 서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복합다단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탈탈 털어봐야 하겠습니다만.


  후, 지금까지 여기저기를 뒤져보며 살펴봤던 것들을 정리해놓으니 맘이 편해지는군요. 다음 번에는 국회 예산안을 좀 읽어볼 생각인데요. 결국에 정권이 한다고 할만한 것은 외교 말고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일텐데 예산안과 결산안에 그게 전부 들어갈테니 그걸 보는게 제일 타당하겠죠. 예컨대 복지에 돈을 얼마나 썼는가라던가, 군사 쪽에 돈을 과거에 비해서 줄였다라던가 그런게 깨알같이 나오고, 그 예산안 만들면서 서로 싸우고 했을테니 회의록도 좀 보고 그러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아, 뭐 오늘 내일 할 본회의에서 다루는 것들에 대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긴 하겠습니다만. 영상회의록도 보고, 의안정보시스템으로 회의록도 읽으면서 자기 좋아하는 국회의원 팬질하는 시대를 기대하면서 달려봐야겠네요. 아, 근데 전 아직 팬질할만한 국회의원 딱히 찾질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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