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교육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브랜드 네임을 말하면 지나다니는 사람 열에 여덟은 알 정도로 인지도도 높고, 한때는 엄청난 매출을 올렸지만 지금은 저출산 크리로 인해 매출이 바닥을 매달 갱신하며 곤두박질치고 있는(-_-) 그런 회사입니다. 그래도 잘나갈때 쌓아놓은 돈이 워낙에 많아서 당장 다음달에 돈 못받고 그럴 일은 없어요. 설령 전성기 매출을 회복하지못한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을 조금만 하면 재정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거고요. 


 저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악의 축, 영업사원 일을 하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남양유업 영업사원처럼 갑질 대마왕인것은 아니고, 오히려 현장 사장들한테 매일 욕먹고 굽실대고.. 사실상 을로 살고 있습니다. 적성에도 별로 안맞고 전공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가 이 프랜차이즈 사장을 오래, 크게 하시다 보니 저도 대학생 때부터 이 업계에서 일을 조금씩 했었고, 그걸 경력으로 인정받아서 들어왔습니다.


 회사생활 자체는 만족스러(웠)어요. 정규직이고, 휴일에 출근할 일 없고, 한달에 2~3일 빼고는 매일 칼퇴고, 지방 출장이 좀 잦기는 하지만 출장비도 꼬박꼬박 나오고 하니까요. 그런데.. 다니면 다닐수록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점점 드는 겁니다.


 첫째, 업계 상황이 너무 안좋아요. 이건 그냥 교육업 자체가 망해가고 있는 상황이고요.

 둘째, 본사에서 이러고 있는것보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업체에서 일하는게 훨씬 더 효율이 높을 것 같아요. 아버지도 건강이 점점 안좋아지시고, 언제든 와서 일하라고도 하시네요.

 셋째, 영업관리자라는 직무가 제 성격이랑 너무 안맞습니다. 일을 못하는건 아니에요(이런 자뻑을;;). 사실 3~4년차 대리급에나 주어지는 현장관리 업무를 입사 1년도 안되어서 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내향적인 성격이라 하기 싫어요;

 넷째, 이 회사에서는 제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도저히 안나옵니다. 저는 워낙에 추운걸 싫어해서 삼십대 중반에 좀 따뜻한 나라로 가버리는게 소망이었습니다. 세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고 싶었고요. 전공도 외국어고, 외국어 배우는것도 좋아하지만 이 회사에 있는 한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하는건 불가능해 보여요.


 그런데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나온 답이라는게, 남들 보기에는 온탕 덥다고 열탕으로 들어앉는 꼴일것 같습니다. 아버지 업체에서 일하면서, 부업으로 IT개발을 배워서 일하자는 거거든요. 개발 일에 관심은 늘 있었지만 어째 접점은 계속 없다가, 얼마 전에 자원봉사 형태로 웹 개발 프로젝트에서 기획자 비스무리한 일을 하고 있는데, 같이 하는 사람이 소질이 있다면서 조금만 배운 뒤에 같이 일하자고 하네요. 


 근무환경도 편하고, 회사에서 나름 신임도 받고 있는데 뛰쳐나가는게 잘못인 걸까요, 아님 한살이라도 젊을때 한번 해보고 싶은걸 해봐야 할까요. 일단 내년 5월쯤에 퇴사할 계획은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아무한테도 말은 안했지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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