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1 11:44
아침에 출근하면서 휴대폰으로 간밤의 듀게를 훑어내리다
차스키님께서 쓰신 글(남동생 때문에 조금 걱정입니다)에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제 저와 너무 비슷한 상황이었거든요.
저도 남동생과 10년 넘게 차이나고, 물고빨고 업어키웠죠.
현재 군인이고, 요즘 휴가 나와있어요.
어제 저녁 저도 충격의 그 말을 들었죠.
사단은 이렇게 벌어졌습니다.
휴가나온김에 식구 다 같이 밥먹자, 해서
온 가족이 즐겁게 고기를 씹고 뜯고 맛보고 하는 시간을 가지고
동네 대형마트에서 중산층 코스프레를 한뒤,
행복하게 집으로 오다 무슨 말끝에 성재기씨 얘기가 나왔어요.
고인이 된 양반에게 이런 말 하는 게 좀 껄끄럽지만,
전 성재기씨가 살아생전 일반적인 상식 수준과는 좀 떨어진 발언과 활동을 했다고 보거든요.
제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제 동생이, 제 동생도!
그런 사람이 죽어서 너무 안타깝다면서 사회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는지 생각해보라는 거예요.
동생은 우선 남성연대의 활동이 매우 옳고, 자신은 그의 활동을 지지하며, 성재기의 활동과 발언은 다수의 여자들도 수긍하는 것이 SNS에 많이 나와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여성가족부는 없어져야 하며, 도대체 하는일이 뭐냐고 얘기하는데, 정말 제 가족이 맞나 싶었어요.
제 개인적으로 여성가족부의 활동들을 다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간혹 뉴스에 나는 여가부의 활동들은 오히려 (제 기준에) 실소를 나게 하는 행동들도 분명 있어요.
하지만 저는 우리나라에 여가부가 존재하는 자체가 남녀평등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동생에게 했죠.
제가 성재기씨에게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이 사실 저 부분인데요,
남성의 인권을 주장하는 것은 좋아요, 할 수 있죠, 해야죠.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인권과 권리가 불평등하게 설정되어 있는 구조라면 그 구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제가 느낀 성재기씨는 그러한 고민이 없는 분이었었거든요.
(사실 이런 말 할만큼 남성연대와 성재기씨에 관심을 두었던 것도 아니기에, 글 쓰면서도 기분이 이상합니다. 그냥 저는 어버이연합 수준으로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동생은 이런 저에게
라는 논리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동시에, '아, 얘 큰일났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하는 생각이 드는데 답이 없더라구요.
정말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빡침과 경멸이 그대로 묻어나는 얼굴로
'혹시 일베하냐?'라고 물었더니, 일베는 잘 안간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고등학교때부터 여성이 배려받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분노같은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뭔가 제 동생도 삐뚤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주는 책이나 동영상, 강연 같은 걸 보여주고 싶은데
더 역효과가 날까 걱정이기도 하구요, 사실 어떤책이 좋은지도 모르겠구요.
제가 불편하게 느끼는 개념들을 사랑하는 동생이 지지하니
이것 참 멘붕입니다.
2013.08.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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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결론 나왔네요. 다만 동생분께서 일베에 [우리집 젊은김치가 성재기 열사 씹더라. 역시 김치녀 종특...] 이런 류의 글만 안쓰길 바랄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