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면접보고 왔어요 외

2013.09.03 12:04

언젠가 조회 수:2230

이 글은 극히 개인적인 잡사와 주관으로 쓴 글입니다.

불쾌하신 분은 스킵해주세요.




1.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아르바이트라곤 해도 기간 동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정직원이 될 수도 있답디다. 물론 그렇지 않으면 가차없이 아웃이겠죠...


아무튼 면접이란 단어는 참 염통을 졸깃하게 하는 그런 단어 같습니다. 저 같은 소심쟁이한테야 뭐 말할 것도 없지요.

아침 6시부터 맞춰둔 알람이 오도방정을 떨고, 일어나서 마침 잉크가 다 떨어진 집 프린터 대신 이력서를 인쇄할 곳을 찾아 동네를 돌았습니다.

사실 어젯밤부터 온 동네 피시방을 뒤졌는데(전화를 한 게 어제 오후) 동네 그 수많은 피시방이 인쇄가 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생각난곳이 대형 문구점이었는데 아침부터 문구점까지 줄달음질치느라 제 심장은 또 선덕선덕했습니다. 혹시 이러다 면접 시간에 늦으면 어쩌나 하며.

저는 참 운이 없는 편에 속하는데 꼭 이런 날 무슨 일이 일어난다! 는 머피의 법칙의 산 증인입니다. (....) 그게 또 대단한 일(교통사고 같이 이해받을 만한 거)도 절대 아닙니다.

하필 그런 날에 꼭 단벌 스타킹의 올이 나간다든지, 어제까진 멀쩡히 갖고 있던 집 열쇠가 갑자기 안 보인다든지, 갑자기 머리핀이 고장나 뒤틀려 버린다든지, 버스 정류장에 가는 건널목에서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휭하니 지나가곤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뭐 이런 일은 여러분도 흔히 겪으시겠지만서도.

그래서 여간 마음이 간장에 졸이는 장조림마냥 졸아든 게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두 번째로 들른 문구점에서 인쇄를 성공, 집까지 다시 돌아오니 날은 이리 추운데 이마는 땀으로 번질번질했습니다. 

다시 씻고 비비크림 좀 발라주고(평상시에는 바르지도 않는...-_-;) 거울 보고 웃어야지 웃어야지 세뇌를 걸고(...하도 안웃는 얼굴이라는 평을 받기 땜시롱) 집을 나섰습니다.


제가 없는 일년 간 이 도시에서는 지들 맘대로(...) 버스 번호도 바꿔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느 버스를 타야하나도 심하게 혼란스러웠죠.

노선표를 보면 제가 타야 할 버스가 251번인데, 250번이 앞서서 왔습니다. 바로 뒤에 온 251번은 웬걸, (저는 xx동 홈플러스까지 가야했는데) 홈플러스라는 패가 붙어있지 않고 250번에 붙어있는 겁니다.

갈등할 시간도 주지 않는 버스기사 아저씨를 붙잡고 '홈플러스 가나요?'했더니 아저씨도 고민스런 표정으로 '가긴 가는데, 좀 빙~ 둘러서 간다이' 이러셔서 저도 약 5초 고민끝에 결국 그 버스를 탔습니다.


다행히 시간에 맞아서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지 모릅니다....


면접은 뭐 평이했습니다.... 라고 할지 그냥 일종의 설명회처럼 흘러갔습니다. 뭐 이것저것 묻는 거야 저의 신상이나 정보에 대한 것이라 그냥저냥 대답을 했고요. 물론 면접관이 만족했을 만한 대답이었냐 하면 그것은 아닐 겁니다...

 

저는 인생에서 중요한 태도는 겸허함이라고 믿기 때문에 어딜 가서나 겸허한 태도를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게 남들 눈에는 자신감 없음, 더 나아가서는 무슨 죄지은 인간 이렇게 비치는 모양입니다. -_-;;;

뭐 제가 자신감이 넘치느냐 하면 그건 아니기 때문에 그것까지는 맞다고 하겠는데... 왜 죄지었냐는 평가까지 받아야 하는지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_-;;;;

이 면접관님도 끝날 즈음에 하시는 말씀이, '참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죄지은 것도 아니고' '다음에는 옷도 좀 더 밝은 색으로 입고 보다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라' 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모습... 이란 게 대체 어떤걸까요...??

저 자신은 나름 지금의 모습이 예전보다 자신감을 배로 업그레이드한 상황인데 말입니다. 

저 나름대로는 작년의, 2년 전의, 또 3년 전의 저보다 무시무시한 업그레이드를 해서 상당히 긍정적이고 자신감있게 된 상태인데... (물론 우울증 약님의 도움도 크고)

물론 타인이 이런 사정을 알아줄 리가 없다는 건 아는데.... 타인이 원하는 자신감의 표출이란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목소리를 크게 해서 어떤 질문에도 "네!!" 하고 대답한다든지, 자기 성격에 대해 말해보라고 할 때 "저는 너무너무 착하고 긍정적이고 쾌활하고 아무튼 잘났습니다"라고 얼굴에 철판깔고 말해줄 정도쯤 되어야 하는 건가 하고 상상을 해 봤습니다...


으으. 자신감 있어 뵈는 것도 어렵네요.

아무튼 금요일에 2차 면접이 있답니다. 2차 면접은 보다 높으신 어른들을 뫼시고 하는 면접이래서 또 걱정이 큽니다.

위가 아파오는 느낌이 드네요.




2.

면접이라고 해서 생각한 게 '네가 이 회사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가 뭐냐?' 이런 질문이 꼭 나올 것 같았더랬죠.

그런데 이런 질문이 나오면 답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도지... 근데 나만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은 열심히 안 해서 이런 답을 하겠나요;;


트위터에서 본 유머글로는 [면접 때 면접관의 질문 '왜 많고 많은 회사 중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가?' 나의 답변 '다른 데도 넣었다 자만하지 마라'] 이런 것도 있어서 좀 웃었는데... 

실제로 면접에서 저런 소릴 했다간 바로 아웃이겠죠-ㅅ-;;


왜 다른 사람이 아니고 너를 써야 하냐.

이런 질문은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나도 모르겠는걸요.




3.

방금 집에 돌아왔는데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누구세요? 했더니 '네~ 잠시만요~'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니 잠시만이 아니고 당신이 누구냐고요. 

다시 누구세요? 했더니 '잠시 설문조사 좀 해주세요~' 랍니다.

이미 겪어본 바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거 안해요' 하고 매정하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거 없구요 간단한 설문조사 5문항만 해주시면 돼요~' 라네요.

하지만 전 이미 겪어 봤거든요. 설문조사랍시고 봤더니 예수님이 어쩌고 하는 설문조사표를 내밀며 그걸 해줬더니 곱게 가는 게 아니고 예수님이 어쩌고 신앙이 어쩌고저쩌고 천국이 어쩌고저쩌고....

이 아줌마가 약을 판 데에 또 파시려고. -_-

이미 더 이상의 순진함 따위 남아있지 않은 저는 '그런 사람 셀 수도 없거든요' 이랬더니 '네~ 알겠습니다~' 하고 가더군요.


종교권유도 참 큰일입니다... 

저런다고 하느님을 믿을 거라고 생각할까요.




4.

좋은 하루 되세요.





추신.

구두를 하도 안 신어서 그랬는지 여름 내내 샌들만 신어서 그런지 오랫만에 구두를 신었더니 발가락이 아프네요. 큰일이에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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