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3 02:41
저는 20대 후반입니다.
머리는 나쁘지 않으나 노력도 안하고, 결단력이 부족해 평생 뭔가 시원스레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어영부영 대학시절을 보내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취업준비 하면서 알바로 과외를 하던게 직업이 됐어요.
낯을 가리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에, 1대多보다 1대1 관계에 강한 성격이라 이 개인적인 일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원강사일을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단과학원을 다니다가 망할 조짐을 느껴;; 퇴사하고
지금 일하고 있는 종합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이번 주가 딱 4주차가 됩니다.
저는 낯을 좀 많이 가리는 편이고, 사교성도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하루하루가 고역입니다.
수업하는 것 자체보다 아이들과 부드럽게 섞이지 못하는게 문젭니다.
학생이 뭔갈 잘못했을 때 어떻게 어디까지 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루하지 않게 수업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어요.
애들이 떠들거나 할 때 애들을 휘어잡을 수도 없고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아직까지는 감정적으로밖에 못 받아들여요.
오늘도 학생이 수업 중간에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길래 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수학책 안 들고 와서, 집에서) 수학책 갖고 왔는데요, 하고 자기 할일 했다는 어투와 표정으로 얘기를 하는 겁니다.
(참고로 제 과목은 영어)
그걸로 제가 야단을 치는데 표정은 뭐 예의 그 띠꺼운 표정.
안되겠다 싶어 따로 불러 얘기를 하는데도 계속 그 표정을 한 채로 알겠다고 하길래,
알겠다면서 표정은 왜 그렇냐고 했더니
자기는 원래 표정이 그렇답니다.
휴. 암튼 쓰다보니 너무 디테일하게 썼는데
아무튼 이것뿐만이 아니라 도대체 이 생활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요.
강사로서의 자질 문제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사교력 부족으로 느껴져요 저는.
물론 경험이 쌓이고 하면 나아질 부분도 있겠지만요.
제 계획은 작은 영어 공부방을 열어서 운영하는 건데,(그게 제 성향과도 잘 맞고요)
지금은 경험 쌓는다 생각하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에요.
동시에 과외도 하고 있구요.
다음주부터는 시험기간이라고 2~11시까지 근무를 하고 토,일은 2~9시까지 근무를 한대요.
(2학기 동안은 거의 1,2주 빼고는 계속 이런 시스템이라고)
현재 과외 2개와 병행하고 있는데
근무시간이 늘게 되면 과외는 자연히 제가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과외 수입과 학원 수입이 큰 차이가 없음)
계속 저울질을 하게 됩니다.
난 이 일이 전혀 즐겁지가 않고 사람 많은 것도 전.혀. 즐겁지 않고 이게 앞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나에게 익숙해 질 수 있는 부분인가에 대한 확신도 전혀 없는데
근무 시간도 이런 식으로 늘어나고 또 과외까지 그만둬야 하니까
과연 이게 잘 하는 건가 싶어요.
종합학원의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맞지 않고 내 인생과 영혼을 좀먹는다는 느낌까지 드는데 이 일을 계속 하는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만두기에는 뭔가 비겁하게 느껴지고요.
결국 공부방을 할거면 차라리 빨리, 아니다 싶은 이 생활을 접고 과외로 돌진하는게 낫지 않은지(과외학생들을 취합해서 공부방 열면 됨)
아니면 힘들더라도 여기서 강의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배우고 사회생활도 하는 게 장기적으로 나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이 학원에서 좀 버틴다고 해서 거의 30년을 변하지 않는 성격이 1년만에 바뀔까 싶은 회의도 있고요.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많이 먹고, 많이 자는 타입인데,
오늘은 11시 경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삼각김밥 1개, 김밥 1줄, 복숭아 1개, 요거트 1개, 콩우유200ml 1개, 라면1개, 밥 반그릇] 을 먹었습니다.
물론 하나 먹고 30분 있다고 또 2개 먹고 또 1시간 있다고 1개 먹고 이런 식이긴 했지만
11시부터 1시 30분까지 저것들을 다 먹었어요.
마지막에 밥을 라면에 말았을 때는 배가 터질 것 같았고 먹는게 전혀 즐겁지도 않았지만
마음의 허기를 채우느라 계속해서 먹을 수 밖에 없었어요.
항상 생각해 오던 거지만, 요즘에는 더욱더, 상담을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신과 진료'라고 하면 (편견인 건 알지만) 너무 무겁고 심각하게 느껴지고,
그 외국영화에 나오는 테라피스트?를 만나 쏟아낸다는 느낌으로 몇시간씩 얘기를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나와 얽히지 않은 사람한테요.
넋두리가 길어졌네요.
피곤해요.
길고 편안하게, 물에 젖은 나무처럼 푹 자고 싶어요.
학원도.. 과외처럼 하다보면 적응되지만 장기적으로 건강이나 이런거 생각하면 정말 비추. 또 학원이 딱히 과외보다 안정적이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아요. 딱히 사회 생활이라 할 것도 없고. 관두신다고 비겁할 건 또 뭐있나요; 언제까지 일하겠다고 못박아두신게 아니라면 서로 필요가 맞아야 일하는거죠. 꼭 다니셔야 하는 게 아니라면 괜히 스트레스 받으실 필요는 없어 보여요 과로가 우울의 원인일 수도 있으니 우울함 때문에 우울해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요약하자면 하다보면 적응되지만 별 거 없고 과외가 낫다 우울하지 마셔요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