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원한 전쟁

2014.12.02 19:47

곽재식 조회 수:2006





주인공은 외계인과의 전쟁을 위해 징집 되어 우주에서 훈련을 받고, 전쟁에 병사로 투입 됩니다.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먼 우주 저편에서 전쟁을 하다 보니, 상대론 효과 때문에 주인공이 한 번 몇 분, 몇 시간 전쟁터에 갔다가 돌아 오면, 지구에서는 짧게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수백년의 시간이 지나가 버린 다는 것입니다.

흡인력 있게 빠져 들어 읽기 좋은 재미 있는 SF 소설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군대와 전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주인공이 외계 행성에서 싸우는 육군 병사인데 몸에 장착한 특수한 옷과 무기로 싸운다는 상황은 이 바닥의 고전 “스타쉽 트루퍼스”와 매우 비슷했습니다. 특히, 훈련 묘사, 전투 묘사, 군대 밖의 사회 묘사를 중요한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는 두 소설이 일치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스타쉽 트루퍼스” 보다 이 책이 훨씬 재밌었습니다. 우선 이 책에 나오는 훈련, 전투, 사회상이 더 강렬하고 더 위기와 두려움이 많은 것이었습니다. 훈련은 매우 위험하고, 전투는 더 궁금증이 생길만하게 되어 있고, 사회는 훨씬 더 기괴하게 암울한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위험한 상황, 궁금증이 생길만한 조건이 머나먼 우주 공간이나 매우 빠른 속도로 우주 여행을 하는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기술적으로 이것저것 상상해서 집어 넣은 것들이었습니다.

엄밀하고 정교한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대신에 다채로웠고 극적으로 실감나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주에서 처하는 위험이 갑자기 튀어 나오는 우주괴물 때문이라는 식의 판타지 소설이건, 공포 소설인건 어떤 배경에서 나와도 상관 없는 위험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섭게 움직이는 우주선의 가속도 때문에 내장이 다칠 위험과 싸우고 거기서 안전하게 벗어 나오기 위해 애쓴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더 실감이 났다는 것입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계속해서 변해 가는 배경, 변해 가는 사회상에서, 신기한 소재, 눈길이 가는 상황을 던져 주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강했습니다. 게다가 거기에서 연결 되고 있는 주인공의 감정 변화와 표현하는 인생관도 꾸준히 이어지고 갈 수록 선명해져서, 주인공이 이야기 속에 정말로 살아 있는 느낌, 주인공의 세상이 거기에 정말로 있는 느낌도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이야기는 베트남 전쟁에서 나타난 전쟁 상황의 여러 문제점들을 소재로 가져 와서 먼 미래의 전쟁을 배경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강렬하게 나타나는 것은 “베트남 전쟁에 젖어 있다가 다시 고향에 돌아 왔더니 적응을 하기 어렵더라”는 참전 용사의 부적응 문제를 다루는 대목 입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전투를 하고 돌아 오면 사회가 그저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서 그야 말로 강산이 변해 있습니다. 그만큼 주인공의 낯선 느낌, 부적응의 감상은 더 강렬하게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표현이 굳이 감상적이고 절절하게 꾸밈이 많다기 보다는 대체로 담담하고 차분하게 연결 되고 있는데, 그것도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빨리 빨리 펼쳐 나가서 지루하지 않게 해 주면서도, 그야 말로 군인의 이야기라는 전체 분위기에도 어울렸고, 그런 말투로 이야기를 펼쳐 놓은 덕분에 몇몇 강렬한 장면들은 대조적으로 오히려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전쟁에 온 정치, 경제, 사회가 집중 되어 있어서 전쟁이 없다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더욱더 전쟁에 집중하게 되는 구조라든지, 전쟁터에서 본인의 감상으로는 한 몇 분 혼란통에 날뛴 것 뿐인데도, 지구에서는 수십년 전의 전쟁 영웅으로 선전되고 있는 상황이라든지, 풍자적인 이야기 거리들이 큰 줄기는 아니라도 다양하게 인상을 줄 수 있게 버무려져 있었습니다.

더 다채로운 소재들, 더 강렬하고 일관성 있는 주제라는 면에서 저는 “스타쉽 트루퍼스”나 비슷한 우주에서 전쟁하는 주인공들을 다룬 소설인 “노인의 전쟁”, “엔더의 게임” 같은 이야기들 보다도 이 책을 훨씬 더 재밌게 봤습니다. 약간 SF물 다운 억지를 쓰면서도 감개무량하게 결말을 끌어 내는 솜씨까지도 뛰어난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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