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락 Warlock (1989)

2016.12.30 12:44

Q 조회 수:635

워락 Warlock  


"영혼을 한 명 불러주시오." "누굴 찾으십니까? 친척분 중 누군가…?" "나의 아버지 같은 분이시죠." "그 분의 성함이…?" "그는 많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미국, 1989.     


An Arnold Kopelson New World Pictures Production, distributed by Trimark Pictures. 화면비 1.85:1, 1시간 43분. 


Director: Steve Miner 

Screenplay: D. T. Twohy 

Executive Producer: Arnold Kopelson 

Cinematography: David Eggby 

Production Design: Roy Forge Smith 

Editor: David Finfer 

Costume Design: Louise Frogley 

Music: Jerry Goldsmith 

Special Effects Makeup: Carl Fullerton, Neal Martz, Alec Gillis, Tom Woodruff Jr. 

Visual & Optical Effects: Robert Habros, Perpetual Motion Pictures, Dream Quest Images 

Stunt Coordinator: David Ellis 


CAST: Julian Sands (마인), Richard E. Grant (레드펀), Lori Singer (카산드라), Mary Woronov (영매), Kevin O'Brien (차스), Richard Kuss (멘노종파 교도), Anna Levine (목사의 아내), David Carpenter (목사), Brandon Call (세례를 받지 않은 소년), Nancy Fox (소년의 어머니), Rob Paulsen (택시 운짱) 


Warlock-1989-movie-9.jpg


이 한편도 참 오랫동안 리뷰에 올리려고 했었는데 오늘까지 불발로 끝나왔던 작품이다. 이 한편을 올리지 못한 변명은 표면적으로는 제대로 된 화면비로 트랜스퍼된 디븨디를 구입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고, 2012년에 영국에서 발매된 좋은 화질의 디븨디를 구매한 다음부터는 블루 레이로 내줄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억지를 써 왔는데, 사실은 VUDU 나 이런 데서 고화질로 이미 여러 번 감상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뭘 그렇게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가 싶어졌다. 크리스마스 계절에 잘 맞는 타이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안 맞는 것도 아닐 듯.  리뷰상에서는 한국어 제목은, 우럭의 사촌인지 궁금해지는 [워럭] 이라는 통용되는 타이틀을 무시하고, 내 임의대로 마인 (魔人) 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양성평등의 원칙을 지키려면 "마녀 (위치)" 에 대비되는 "월로크" 이므로 "마남 (魔男)" 이라고 불러야 균형이 맞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데, 남 녀 따지지 말고 마녀 마남 둘 다 "마인" 이라고 뭉뚱그려 호칭하는 것이 내 기준에는 더 공평한 듯 하다. 


아무튼 [마인] 은 내 컬렉션 중에서 그다지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분명히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특정 종류의 영화군에 속한다.  규정하자면 강단과 야심이 있어서 A급으로 올라가려고 하다가 B급영화에 멈춘 장르영화, 또는 A급 B급 이런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입장에서 다르게 표현하자면, 블록버스터가 되기에는 너무 초라하고 (단순히 제작비의 얘기가 아님), 컬트영화로 남기에는 준수하게 장르적인 재미를 가져다 주는 것을 지나치게 잘 하는 저예산 장르영화 중 대표적인 예 중 한 작품이 바로 이 [마인] 이 되겠다. 기획 단계에 비교하면 대폭 예산과 특수효과의 규모가 삭감된 것에 더하여, 로저 코어먼이 운영의 일선에서 떠난 이후 파산을 향한 경사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던 뉴 월드 픽처즈의 거의 최후 단계의 제작물이라는 불운까지 겹쳐, 결국 북미에서는 싸구려 비데오 회사 정도의 규모이던 트라이마크에 의해 배급되면서 극장에서는 거의 수익을 올릴 수가 없었던 운이 나쁜 한편이기도 하지만, (필자를 포함하여) 일단 어떻게든 찾아서 본 관객들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구식 특수효과를 보기만 하면 파블로브의 개가 침을 흘리듯이 "후졌다. 낄낄거리면서 코메디로 밖에 감상할 수 없다" 라는 반응을 즉석에서 보이는, 그런 상상력 부족한 관객이나, 또는 영화의 17세기적 세계관을 역설적으로 마치 미래에서 온 인류의 우세한 지식을 다루듯이 접근하는 아이디어의 독창성을 인정할 수 없는 답답한 분들이 아니라면, [마인] 이 조롱이나 경멸의 대상이 되어야 할 만큼 못 만든 한편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떤 장르영화가 몇 십년을 관객들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 때, 그 힘의 베이스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각본에서 나온다. 나중에 반 디젤이 연기한 우주 범죄자 리딕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 [피치 블랙] 과 [리딕 연대기] 등의 작품들로 컬트적 명성을 확보하게 되는 데이빗 투우히 (이게 정확한 발음이라고 한다) 가 쓴 각본은 원래는 억울하게 마인으로 몰려 종교재판을 당하게 된 17세기의 주민인 주인공이 20세기로 시간여행을 통해 탈출하지만,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도 다른 종류의 편견과 박해에 시달린다는, 좀 더 리얼한 SF 드라마에 가까운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놀드 코펠슨의 회사에서 각본을 구매하면서 액션-호러에 가까운 형태로 개변되었다는 데, [마인] 각본의 강점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보통 같으면 "미신"으로 분류되어야 마땅할 17세기적인 "지식"을, 마치 미래 또는 외계에서 온 방문자들이 구사하는 선진지식인 것처럼 다루면서 서사를 전개해 나가는 기본 방침에서 흔들림이 없이, 또한 관객들에게 윙크를 찡긋 보내는 식의 위트와 주인공들에게 닥치는 위협의 심각성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감독인 스티브 마이너는 각본에 비하면 비교적 표가 안 나는 장인적인 필치로 시종하고 있지만, 솔직히 감독이라는 위치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을 [13일의 금요일 제 3편]이나 완전히 코메디로 기울어져서 요즘 보면 그저 그런 [하우스] 등에 비하면 아주 준수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유감스럽게도 극장 상영 수입으로 따지면 앞의 두 편이 [마인] 정도는 간단히 찜쪄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마이너 자신의 취향이 가장 성공적으로 반영된 한편은 괴물 악어영화 서브장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레이크 플래시드] 인 듯 하다. (그 영화도 생각해보니 의표를 찌르는 캐스팅의 재미-- 특히 브리지트 폰다, 메레디스 샐린저, 마리쉬카 하기타이 [엥?!] 등이 연기하는 여성 캐릭터들에 있어서-- 가 제일 가는 한편이구나) 


저예산 장르영화의 기본 골격에 맞게, 이 한편의 주요 인물은 세 사람으로 압축되어 있다. 메인 빌런인 악당, 여기서는 줄리언 샌즈가 연기하는 마인, 악당을 추적하는 바운티 헌터/요괴 사냥꾼 역할인 레드펀 (리처드 E. 그랜트),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후자에 협력을 해야만 하는 현대 로스안젤스의 주민인 카산드라 (로리 싱어), 이렇게 세 사람인데, 일단 이 캐릭터들도 의외로 복합적이고 재미가 있다는 사실도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다. 사실은 원래는 줄리언 샌즈가 "정의의 사도" 역인 레드펀역으로 캐스팅되었었고, 마인역에 거꾸로 리처드 E. 그랜트가 물망에 올라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크랭크인하기 전에 마이너 감독이 서로의 역할을 뒤집을 것을 제안했고,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이 신의 한 수 까지는 안가더라도 천사의 한 수 정도는 되는 좋은 결정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네이키드 런치] 니 [브라우닝 버전] 그런 데서 수도 없이 악당 내지는 귀족적으로 재수없는 금발머리 아저씨 역할을 맡아왔는지라, 그런 이미지가 완전히 정착된 감이 있는 샌즈지만, 1980년대 말에만 해도 [전망 좋은 방] 의 에머슨 역으로 대표되는 세상 물정 모르는 미청년 역으로 알려져 있었고, 반대로 지금은 시대극 전문 배우라는 인상이 강하고 제인 캠피언의 [숙녀의 초상], 스코세시의 [순수의 시대] 등에서 강렬한 조연연기를 보여준 그랜트는, 당시에는 [위드네일과 나], [광고업계에서 성공하는 방법] 등의 까칠한 인디 장편들에서의 일면 괴팍하고 위협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원래의 캐스팅 아이디어도 납득이 가는 것이다. 


마인 역할을 맡은 샌즈는 그 속편 [워락: 아마게돈]에서는 그냥 프레디 크루거의 아류로 빠져버리고 말지만, 이 한편에서는 아이러니칼하게 "속세에 때묻지 않은" (?) 즉, 자신의 능력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고, 사회적인 규율에 눈꼽만큼도 신경을 안 쓰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가 끼고 있는 반지가 탐이 나는데 손가락의 마디의 오래된 상처 때문에 잘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대뜸 식칼로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등의 즉물적 행동을 거침없이 할 만큼-- 어떠한 상황에 있어서도 눈치를 보지 않고 타협도 하지 않되, 쓸데없이 감정을 드러낼 필요도 느끼지 않는 유니크하게 거만한 악당상을 피로하고 있다. 그 초능력을 발휘하는 방식도 근세적인 사상과 세계관에 묶여 있으면서, 현대적인 상식을 거부하는 데서 나오는 전복적인 재미가 있다. 비행능력을 얻기 위한 마법의 묘약 (妙藥)을 얻기 위해 마인이 손에 넣어야 하는 재료의 끔직한 정체라던가, 그가 나타나면 우유가 쉬어지고, 불꽃이 푸른색으로 변하며, 빵을 구워도 뜨지 않는 등의 "증후" 때문에 레드펀 뿐 아니라 20세기에 사는 멘노종파 가족들도 마인의 정체를 알아챈다는 설정 등이 그 예다.


그랜트는 내가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의 연기자인데, 모든 설정을 압도적으로 진지하게 다루는 데서 나오는 유머 감각을 잘 안배해주고 있다. 이 한편의 유머는 거의 그랜트가 20세기 문물에 대해 반응하는 장면에서 나오고 있는데, 세상을 왼통 말아먹으려는 사탄의 사도와 맞서서는 끄덕없이 사자후를 토하는 위치헌터가, 보스턴의 공동묘지에서 자기 이름이 적힌 무덤을 발견하는 순간 어린아이처럼 폭삭 주저앉아버리는 위약함을 보여주는 것도 웃기다. 이 두 영국인 연기자들에 비해 캘리포니아산 젊은 여성을 자연체로 연기하는 로리 싱어가 상대적으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만, 이 한편에 대한 안 좋은 소리들 중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싱어의 노인 메이크업 (노인 메이크업이 필요한 이유는 밝히면 스포일러) 이 너무 어설프다" 라는 비난은 동의하기 어렵다. 이런 성격의 한 편에서 21세기 한국영화 스타일의 극사실주의 특수메이크업을 했더라면 쓸데없는 비참함을 강조하는 결과만 낳았을 것이다.  그리고 1980년대 말이라는 기준으로 보자면, 싱어가 연기하는 카산드라는 상당히 드라이하고 자기 앞가림을 잘 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쓸데없이 문제가 있을 때마다 레드펀에게 앵겨붙고 그러지도 않고, 막판에 가서는 슬래셔영화의 "최후의 여인" 캐릭터처럼 혼자서 마인을 때려눕힐 방법을 고안하기도 한다. 단 그 방법을 도출해낼 목적으로, 각본상 그녀를 당뇨병 환자로 만든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만일 그렇다면 좀 쓴웃음이 당기는 어거지 설정이긴 하다) 


마지막으로, 제리 골드스미스의 특출난 음악이 얼마나 영화에 제대로 된 분위기를 잡아주는 데 공헌하고 있는지는 아무리 장황하게 늘어놓아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1979년의 [스타 트렉] 스코어로 시작해서 주로 전자음악을 다용하거나 아니면 섬세하고 무조음악적인 실험적 색채가 점차 탈색된-- [람보] 시리즈로 대표되는-- 우람한 액션 스코어로 진화하는 골드스미스 작곡가의 80년대의 경향성에 비추어 보자면, [오멘] 이나 [매직] 등의 70년대 스타일로 일시 회귀하는 양태를 보이는 한편이다. 실로폰이나 엑소틱한 타악기와 신세사이저를 버무려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보조를 연상시키는 시치미 뗀 위트 넘치는 마인의 테마를 비롯하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녹음한 저예산 음악임에도 [람보] 나 [스타 트렉]에 비교해서, 영화의 본성을 제대로 살려준 다는 사운드트랙의 기능면에서 있어서는 하나도 꿀리는 곳이 없다. 인트라다 (Intrada) 레벨에서 최근에 확장판 CD를 발매했는데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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