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타즘 Phantasm (1978)

2017.04.30 18:14

Q 조회 수:651

판타즘 Phantasm   


미국, 1978.          


A New Breed Production, distributed by AVCO Embassy Pictures (Blu Ray distributed by Well Go USA Entertainment/Bad Robot Productions). 화면비 1.85:1, 1시간 29분. 


Screenwriter, cinematography, editor and director: Don Coscarelli 

Producers: Don Coscarelli, Paul Pepperman 

Music: Fred Myrow, Malcolm Seagrave 

Special Effects: Paul Pepperman 

Sound Effects: Gene Corso, Lorane Mitchell 


CAST: Michael Balwin (마이크), Reggie Bannister (레지), Bill Thornbury (조디), Kathy Lester (금발의 미인), Angus Scrimm (키 큰 사나이), Mary Ellen Shaw (점쟁이 여인), Terrie Kalbus (점쟁이 여인의 손녀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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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편의 영화가 컬트적인 명성을 보유하게 되기까지는 여러 종류의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노정이 있게 마련이고, 특정한 컬트 영화의 "공식" 같은 것은 없다. 적지 않은 수의 영화인들이 일부러 과장되고 과격한 표현을 삼입한다거나, 고의로 논리적인 서사를 허물어뜨리는 해체주의적인 태도를 과시하거나, 아니면 마케팅과 영화사적으로 규정된 장르의 전형성을 가지고 놀면서 비꼬는 양태를 보여주는 등의 방법으로 자기 작품들에 컬트성을 부여하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짜증스러운 먹물성 자기 과시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흔치 않게 이런 지극히 인위적이고 위악적으로 보이는 태도가 관객들에게 먹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나는 이런 "인공적인" 컬트 영화들을 지극히 싫어하는 관객중의 하나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퀜틴 타란티노의 특정 영화들 (특히 [킬 빌] 이나 [헤이트풀 에이트] 처럼, 나름 존중해줄 만한 장르적이고 영화사적인 안목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영화들-- 특히 그 작품군이 지닌 진정성-- 을 철저하게 짓밟고 해체하는 작업을 "오마주" 라고 착각하고 자빠진 타이틀들) 이나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 (나는 이 한편도 크레이븐의 감독작 이라기 보다는, 케빈 윌리엄슨의 그야말로 지가 혼자 잘나 자빠진 각본이 주된 정체성을 이루는 것으로 해석한다) 정도가 되겠다. 


이재 (異材) 돈 코스카렐리가 스물 세 살 때 만든 [판타즘] 은 [헤이트풀 에이트] 나 [스크림] 에 비교하자면 일목요연하게 "못 만든 영화" 임이 뚜렷한, 흙 냄새가 풀풀 나는 아마추어적 활동사진이다. 그러나 이 한편은 그와 동시에, 위에 언급한 영화들처럼 그들이 속한 장르의 명작-수준작들의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흡수-분해해서 에너지를 얻어내는 기생충 같은 존재들이 아닌, 헐리웃 프로덕션들의 메인스트림적 아젠다와는 거의 접점이 없는 상황에서, 시골 독립영화계에 뚝 떨어진 돌연변이적 개체라는 사실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내가 [판타즘] 을 못 만든 영화라고 부른 것은, 그냥 그런 평가에 대한 반론을 나중에 밀어 넣기 위해 동원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독자들께 확인하고 싶다. 브라이언 데 팔마, 조지 로메로나 존 카펜터 등의 일류감독들이 지닌, 관객들을 단번에 휘어잡는 편집과 구도 (構圖) 설정의 공력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1시간 반이 채 안 되는 런닝타임 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긴장감이 없이, 단편적으로 툭 툭 끊어지며 전개되는 서사는 일부의 젊은 관객들에게는 졸음이나 짜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흥미 있는 사실은 이 작품을 만들기 직전에, 코스카렐리는 [케니와 친구들 Kenny & Company] 라는 자연주의적인 필치의 틴에이지 코메디를 마이클 볼드윈과 레지 배니스터 등의 주요 캐스트들과 함께 찍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전자에 나오는 할로윈 배경의 귀신이 사는 집에 관한 에피소드를 관객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을 본 그가, 다음 작품으로는 호러영화를 만들어야겠다 라고 작심하고 급하게 써낸 각본이 [판타즘] 이었다고 한다. 즉 코스카렐리는 호러영화의 팬도 아니었고 그가 [판타즘] 을 기획하게 된 것은 거의 우연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데이빗 로버트 미첼의 [팔로우] 와 닮은 구석이 있다). 또한, 미국 내에서는 개봉이 될까 말까 하는 수준의 지역구용 독립영화였던 [케니와 친구들] 이 왠지 모르게 일본에서 대히트를 치는 바람에 (그 일본에서의 선풍적인 인기는 나도 옛날에 구독하던 [스크린] 지에서 얼추 스쳐보고 지나간 기억이 난다-- 특히 주인공인 케니가 아니고 그 친구 더그 역할이었던 마이클 볼드윈에게 인기가 집중되어서, 일본의 어린 팬한테서 결혼해 달라는 내용의 팬 레터까지 받았다고 한다), 예상 이상 수준의 특수 효과와 세트를 구비할 수 있었다는 숨겨진 이야기가 존재한다. 


아무튼, 미국 본토에서도 예상외로 많은 영화인들과 평론가들이 [판타즘] 의 기괴한 매력에 끌린다는 사실을 토로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타란티노 [펄프 픽션]의 각본을 쓴 로저 아바리 (브레트 이스턴 엘리스 원작의 [매력의 법칙 The Rules of Attraction (2002)]을 나중에 감독) 는 [판타즘] 과 후속작 [비스트마스터 (이 작품도 고대사 판타지 장르에서는 [판타즘] 만큼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는 한편)] 를 감독한 후 오랜 기간 동안 잠적해버린 코스카렐리에게 "내게는 테렌스 말릭 만큼이나 매혹적인 영화인" 이었으며, "큐브릭 정도의 규모로 영화 제작에 관련된 모든 부서를 총괄하고 관리할 수 있었던 대단하고 비젼이 넘치는 감독" 이자 "진정한 미국이 낳은 영화작가 (a true American auteur)" 라는 찬사를 헌사하고 있다.  [Source: Eric Kohn, "Phantasm Lives!" IndieWire, October 7, 2016]  [판타즘] 시리즈의 신작 [판타즘: 래배저]의 공개에 맞추어 새롭게 리마스터된 블루 레이를 출시하는데 드는 비용의 일부를 J. J.에이브럼스가 수장인 배드 로보트 프로덕션이 부담하고 있는 것 또한, "후배 영화인들이 신비로워하는 매력을 지닌" 이 작품의 "진성" 컬트적인 공력의 인증에 다름 아니겠다. 사실, 코스카렐리의 작품들의 컬트성의 "순도" 에 관해서 말하자면, 그의 작품들이 제작비 대 돈을 벌었건 말건 여부에 상관없이, 인디 영화들을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영화회사들도 그가 내놓는 물건들을 도무지 접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심지어는 캐스팅만으로도 컬트영화로 도장이 찍혔을 것 같은 [버바 호텝] 조차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을 보였을 때 아무도 배급하려 나서지를 않았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다), 즉 케이블 티븨에 걸리고 비데오로 대여가 되고 그런 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관객들에게 제대로 그 "가치" 를 인정받았다는 역사도 한몫하고 있는 듯 하다. 


SF나 미스터리와는 달리, 그 허황됨, 또는 비논리성의 신축성이 상대적으로 더 큰 호러 장르에서는 [판타즘] 정도 또는 그 이상으로 헷갈리는 "명작"들은 상당수가 있다. 단 [판타즘] 은 화면에 비추어지는 현상이 아무리 초현실주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도 "예술영화" 적인 기색을 전혀 띄우지 않는다는 (또는 촌티가 넘쳐나서 띄우지 못한다는? 아마 이쪽이 더 정확할는지도) 특징이 있을 따름이다. 이 한편은 소위 말하는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고대로 생시에 재현한 것 같은 독특한 "몽환적" 인 호러영화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그 명성의 최소한 일부는 코스카렐리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 스타일에 있기도 하겠지만, 다른 일부는 문자 그대로 영화의 허접함, 즉 "못 만든" 퀄리티에서 나온다는 것이 명백하다. 그런데 그런 "의도적이지 않은 (즉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라는 환상에서 확 깨버리는 널널하고 이상한 특수효과라던가--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가 식칼로 잘라낸 "키 큰 사나이" 의 손가락이 지독하게 못생긴 땅벌의 봉제인형 같은 괴물로 변신해서 주인공들을 습격하는 장면: 호러영화가 아니고 무슨 [부리부리 박사와 다람쥐 삼형제] 의 에피소드 같다)" 초현실주의적인 장면들이 희한하게도 이 한편에서는 그 매력을 깎아먹는 대신에 일종의 수미일관한 "세계관"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신분석학적이나 문학적, 은유적인 해석도 무척 잘 먹힌다. 무엇보다도 감독 자신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마이크의 꿈 내지는 백일몽 (상상 속의 세계) 이라는 "열린 해석을 배제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단서" 라는 패를 관객들에게 계속 넌지시 보여주고 있고 말이지. 주인공 마이크는 부모를 여의고, 주거지가 불분명한 형 조디에 정서적으로 의존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 암시되고 있으며, 메인 빌런인 "키 큰 사나이" 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저승사자" 의 표상이라는 것이 뚜렷하다. 단지, 그 저승사자가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가지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다다르면, [판타즘] 은 갑자기 우주의 여러 차원을 넘나드는 SF 판타지로 돌변하고, 관객들은 러브크래프트적인 이차원 세계의 존재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러한 비약적인 영화의 전개 자체가 "꿈속의 일" 이라는 원래 의미에 충실하게 "몽환적" 일뿐 아니라, 범상한 다른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황당스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장쾌한 분위기를 부여한 다고 할 수 있겠다. 전편의 디자인과 캐릭터를 위시한 모든 프로덕션에 퍼져 있는 이 황당함이, 똑 같은 일상적인 (자연 법칙이나 사회적 규범의) 논리를 초월하는 호러라 하더라도, [판타즘] 의 경우는 무엇인지 다른 작품들보다 한 발자국 더 광기 또는 골계 (滑稽) 의 세계에 미끄러져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게 되는 소이(所以) 일 것이다. 


그러한 괴이함의 대표적인 예가 이 한편을 본 사람이라면 뇌리에 그 비주얼이 각인되지 않을 수 없는, 갑자기 아무런 맥락도 없이 등장하는 번쩍이는 은빛의 금속구일 터이다. 이런 비행하는 금속 구체와 유사한 이미지를 다른 SF 등에서 대충 관습적으로 익힌 관객이라도, [판타즘] 의 이 살인 구체가 메스와 드릴을 몸에서 꺼내서는, 우왜앵~ 뽀글뽀글~ 하는 치과 의사가 충치를 드릴로 갉아내는 것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신경을 건드리는 음향효과와 함께 한 캐릭터의 머리에 구멍을 뚫어버리는 묘사에 이르러서는, 눈알이 팍 튀어나오고 턱이 빠지지 않기가 어려울 것이다. 내가 미루어 추측해보건대, 이 나르는 금속구와 같은 독창적이기 이를 데 없고, 그 존재 내부에서 과격하게 다른 장르적 요소를 충돌시키는 "소도구" 나 "특수효과" 가 영화 전체를 통해 계속 등장했더라면, 아마도 그것만으로도 [판타즘] 은 초현실주의적 SF-호러 혼종작품의 신기원을 이룩했을 지도 모른다. 혹자는 [도니 다코] 같은 영화를 그런 방향성을 밀고 나가서 성공한 사례로 들기도 하는데, 나는 리처드 켈리의 SF에 대한 이해력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잘라버린 지 꽤 되었기 때문에, 별로 찬성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 코스카렐리의 막가는 상상력은, 오히려 [진격의 거인] 이나 [가면 라이더] 같은, 합리적인 태도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심각하게 광기에 접촉되었거나, 심상적으로 왜곡된 것이 느껴지는 일본산 "괴기" "SF" 적 프로젝트에 더 잘 맞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결론적으로, 일반적인 "아동용" 기성품의 서사와 이야기의 수위를 뛰어넘은 강렬한 폭력적이고 신경이 거슬리는 호러 묘사, 특히 죽음과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비관적인 통찰이라는, 별로 주류 기독교적이지 못한 주제,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을 통괄하는 비논리적이고 초현실적인, 나른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섧게 느껴지는 사춘기적 우수에 찬 분위기, 등의 요소가 총체적으로 [판타즘] 을 컬트 영화의 위치에 등극시켰다고 할 수 있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한편은 느릿느릿 움직이며, 당돌하게 시작해서 당돌하게 끝나고, 물론 누가 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이게 다 뭔 소린지 설명은 없다 (막판에 가서 의무적으로 넣기는 했는데, 이 논리적인 설명이 주어진 버전의 세상이 "현실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단서는 아무것도 제공되지 않으니, 결과적으로는 믿거나 말거나다). 이런 식의 "답답한" 한편을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추다. 호러영화를 보는 것을 일종의 "분위기를 탄다" 라는 접근방법을 취하시거나, 어떤 장소나 인물의 "분위기"를 음미하듯이, "피부로 느끼면서" 보는 게 가능하신 분들께 조심스럽게 추천 드리는 바이다. 아 그리고, 장르영화에 관심이 많고 영화 프로덕션에 근무하시는 분들께는 강력 추천 드린다. 영화의 "내용" 과 상관없이 어떻게 저런 독창적인 "호러" 효과를 저렇게 싸구려로 디자인 하고 촬영할 수 있는가 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시사점을 주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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