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체인지 Interchange

 

말레이지아-인도네시아, 2016.   


An Apparat/Sonneratia Capital/Seeing Eye Films/Malaysia Digital Economy Corporation Co-Production. 1시간 42분, 화면비 2.35:1 


Director: Dain Iskandar Said 

Cinematography: Jordan Chiam 

Producer: Nandita Solomon 

Editor: Herman K. Panca 


CAST: Iedil Putra (아담), Prisia Nasution (이바), Shaheizy Sam (만), Nicholas Saputra (벨리안), Nadiya Nisaa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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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리턴스] 처럼 부천영화제의 아시아 장르 영화 네트워크 (NAFF) 의 지원을 받아서 완성된 한편이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 룸푸르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고, 다인 이스칸다르 사이드는 [옹박] 이나 [미란타우] 를 연상시키는 [부노한 Bunohan] (2011) 이라는 액션영화로 그 나라 최고 흥행감독으로 발돋움한 분인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뭐랄까 미국의 고전 호러-판타지 미드인 [콜책 Kolachak: The Night Stalker] 에서 미국 인디언들의 저주를 다루는 에피소드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말하자면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서고 초현대식 쇼핑 센터와 고속도로가 설비된 현대 말레이시아의 한복판에서, 근대화 이전의 세계에서부터 유래한 저주에 바탕을 둔 괴기스러운 일들이 벌어진다는 설정을 통해서, 현대 말레이시아의 심층심리에 숨겨놓은 껄끄러운 근대사의 비밀들을 건드린다는 전략을 취한다고 말할 수 있다. 


몸의 주된 혈관이 나뭇가지처럼 몸 밖으로 노출 당하고 혈액을 모두 적출 당한 채 발견된 의문의 시체들로부터 시작해서, 현장 검시 전문 사진사인 아담이 형사 만에게 마지못하게 차출되어서 20세기 초반의 사진 찍는 기술인 유리 건판 조각들이라는 단서를 추적하는 전반부는, 거대한 정글의 한복판에 들어와서 방향을 잃고 헤메는 것 과 비슷한, 억압적이면서도 퇴락하고 어딘가 서글픈 분위기가 감돈다. 전반적으로 조코 안와르 감독등의 인도네시아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다. 인도네시아 영화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약한 점이라면 연기자들이 너무나 일면적이라고나 할까, 캐릭터들의 오뇌나 좌절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아담역의 이에딜 푸트라는 [스캐너스] 의 스티븐 랙을 연상시킨다. 뭔지 동남아의 오지에서 태어난 사진작가라는 극중 인상에는 잘 어울리지만 모든 장면에서 변비에 걸린 것 같은 찡그린 얼굴을 보여줄 뿐, 심도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대비해서 만 형사역의 샤헤이지 삼 연기자는 또 너무 과도하게 "헐리웃에 나오는 식의 깐죽거리는 스트레스 쌓인 경찰" 식의 연기를 피로하고 있고. 벨리안이라는 네개의 손가락이 달린 (정확하게 말하자면 약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이 하나의 긴 발톱으로 합쳐진) 인종을 알 수 없는 괴인이 등장하면서 착 가라앉았던 페이스에 좀 스피드가 더해지는데, 이 괴인의 초인적인 전투능력이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정도로 멋지게 묘사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인터체인지] 라는 제목의 의미가 아리송했는데 벨리안의 정체가 마지막에 밝혀지면서 아하 일종의 "상호 교환 변신" 이라는 의미였구나, 라면서 머리 위에 전구가 떴는데, 여전히 영어로는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통밥 때리기식으로 납득이 가긴 하는 것 같다. 하여간 그의 존재를 고려하면 호러영화 라기 보다는 [가면 라이더]를 엄청 비극적이고 현실비판적으로 재구성한 것 같은 일종의 변신물 장르의 한 편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그가 나중에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들도 헐리웃이나 아니면 한국과 일본의 현대 특수 메이크업 수준에 비하자면 많이 어색하고 흠결이 보이지만, 고전적인 변신물 장르가 가끔 그렇듯이, 또는 연극에서 분장을 한 연기자를 보는 것과 유사하게, 그 특수효과의 "사실성"을 넘어선 지점에서 일종의 위엄을 지닌 환상적 존재를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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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체인지] 의 플롯의 근간을 이루는 비밀은, 유리건반을 쓰는 구식 카메라가 중요한 단서이며, 또 희생자들이 유럽인 인류학자가 보르네오의 밀림 속에서 살다가 자취를 감추었던 한 부족의 모습을 담은 1905년에 출판된 연구서에 나오는 인물들과 동일하다는 것 (말레이시아의 대부분은 영국이 지배했지만, 유럽인 학자는 독일계나 네덜란드계인 것으로 보인다. 별 중요한 디테일은 아니지만) 이 밝혀지게 되면, [환상특급] 이나 그러한 판타지계열의 작품을 많이 읽고 보신 분들이라면 그 진상을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으실 것이다. 


이 한편의 특출한 점이라면 이 어떻게 보자면 구태의연한 트릭이 의외의 절박함을 지니고 관객들에게 다가온 다는 것인데, 이 점이야말로 보르네오와 쿠알라 룸푸르라는 지역적인 정통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내가 본  동남아시아 호러 중 영상기술 (결국은 "영화" 도 포함된) 에 대한 양가적인 불편함과 물신적 집착을 주제나 모티브로 한 몇 편의 작품들이 있었는데, 이 한편도 그러한 흐름에 속해 있는 듯 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결국 영화를 보고 난 뒤 마음에 남는 것도 [인터체인지]라는 작품 전편에 배어있는, (영화를 포함한) 영상기술로 표상되는 근대문명의 착취성과 반자연성에 대한 비판정신의 끈끈한 기백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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