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드 Mom and Dad  


미국,2017.     


An Armory Films/The Fyzz Facility/XYZ Films/Dovecheck Productions Unlimited Co-Production, distributed by Momentum Pictures    화면비 2.35:1, 1 시간 23분.


Director and Screenwriter: Brian Tyler 

Cinematography: Daniel Pearl 

Editor: Rose Corr, Fernando Villena 

Producers: Christopher Lemole, Tim Zajaros, Brian Tyler 

Production Designer: James C. Wise 

Costume Designer: Gina Ruiz 

Music: Mr. Bill 


CAST: Nicolas Cage (브렌트), Selma Blair (켄돌), Anne Winters (칼리), Zackary Arthur (조쉬), Robert Cunningham (데이먼), Olivia Crocicchia (라일리), Samantha Lemole (제나), Lance Henriksen (할아버지), Marilyn Dodds Frank (할머니), Rachel Melvin, Joe Reitman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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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이틀 또한 별로 기대되지 않았던 설정과 각본-감독-- 브라이언 타일러는 촬영기사 출신으로 제이슨 스테이텀 주연의 뽕맞은 액션영화 [크랭크]로 감독 데뷔했음-- 에 비추어볼 때 깜짝 놀랄 정도로 흥미를 돋구는 한편이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부천에 와서 비로소 극장 관람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후회될 정도. 단지, 이 작품은 주위의 친지나 지인들이 이제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는 자녀들을 기르는 나이가 된, 미국에서 30년 넘게 생활한 남성이라는 나의 시점에서 봤을 때 폐부에 와 닿는 얘기를 한다고 느껴지는 것이지, 한국에 거주하시는, 특히 나이 젊은 장르 팬들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맘 앤 대드]는 어린 아기를 태운 자동차를 기차 건널목에 그대로 세워놓고 차를 내리는 젊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굉장히 짧은 도입부로부터 시작되는데, 이 한편의 지극히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을 미리 말해주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 영화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수족위축증을 유발시킬 것 같은 달착지근한 발라드에 맞춰 주요 등장인물들을 분할화면에 스톱모션된 "입을 벌린 얼굴" 프로파일로 하나씩 소개하는 70년대 TV 영화 같은 메인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유전] 과 마찬가지로 교외에 잔디밭, 지하실과 가라지가 있는 집을 매각해서 애들과 함께 학교와 회사에 통근하고 저녁에 오손도손 소파에 앉아서 TV 를 시청하는 그러한 미국 중산층의 핵가족이라는 이념을 철저하게 지지밟는 것이 [맘 앤 대드]의 아젠다인 것이다. 


브라이언 타일러의 아이디어는 시놉시스로 언뜻 들으면 "뭐냐 이건 또?"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을 위로 뜨고 싶어지는 그런 종류의 것인데, 실제로 그가 이 한편에서 다뤄낸 방식은 전혀 나쁘지 않다. [살아있는 송장들의 밤] 등의 좀비영화의 고전을 물론 참조는 하고 있지만, 따져 보자면 [맘 앤 대드] 는 좀비영화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스페인 호러의 걸작 [누가 어린이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과 댓구를 이루는 사회윤리 전복성 호러로 규정하는 편이 더 적합하다. 모든 부모들이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처참하게 학살한다는 설정은 사실, 어린이들이 어른들을 다짜고짜 죽이기 시작한다는 전작의 설정에 못지 않게 금기를 건드리고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른들을 몰려다니면서 죽이는 아이들은 사회 현상으로서 거의 볼 수 없지만 우리는 수많은 부모들이 자식에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맘 앤 대드] 의 터부를 깨뜨리는 폭력과 잔인성은 상궤를 벗어난 일탈의 행동을 우리가 보았을 때 느끼는, 어이없는 웃음까지도 동반하는 이질감과 더불어, 평소에 벌어질 것 같지만 모두가 그것을 억제하고 있었던 "나쁜 일" 들이 단체로 벌어졌을 경우에 우리가 느끼는 일종의 기시감을 동시에 유발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극히 말도 안 되는 일인 동시에, 여기 저기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말이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인간들이 사회적으로 겪는 폭력적이고 부조리한 일들은 이렇게 윤리적 이념과 실질 행동 사이에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기 힘든 크나큰 격차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왜 전쟁에서 적군을 죽이는 것은 영웅적인 방어행위이고, 자신을 20년, 30년 구타하고 목을 조르고 죽이겠다는 협박을 수없이 한 남편을 어느 날 칼로 찔러 죽인 여인은 살인죄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가? 왜 알코올중독에 찌들은 "사회적 지위" 가 있는 개저씨들이 "주사"를 부리면서 술자리의 다른 사람들을 때리고 행패 부리면서 상처 주는 것은 마약 하는 게 아니고, 대마초 피우면서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들은 마약 하는 게 되나? 호러라는 장르는 이러한 부조리적인 인간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데 있어서도 가장 강렬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브라이언 타일러는 사실 이 한편을 통해서 이러한 미국 사회 가족관계에 배태된 부조리한 행태를 마음껏 꼬집고 할퀴고 싶었을 것이라는 것이 유추된다. 부모들이 갓난아기부터 고등학생 나이까지 자기의 자식들을 찔러 죽이고 때려 죽이고 목 졸라 죽이고 하는 참상들을 지극히 파편화된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이렇다 할 고어묘사가 부재한다는 것도 그러한 해석을 부추긴다. 내가 보건대 [맘 앤 대드] 에서 가장 놀라왔던 점은 타일러 각본가-감독이 니콜라스 케이지와 셀마 블레어가 연기하는 라이언 가족의 아빠와 엄마를 입에서 침을 흘리면서 충혈된 눈을 하고 애들을 쫒아다니는 "좀비" 로 그리고 있지 않다는 것일 터이다. 


타일러는 오히려 기계부품 상사 임원 브렌트, 그리고 과거에 무슨 예능 일 (모델? 배우?) 비슷한 것을 하다가 결혼하고 애를 낳은 다음에 전업주부로 눌러 앉은 켄돌 (영화안에서 한 캐릭터도 켄돌이라는 이름을 놓고 "그딴 이름이 어디 있어?" 라고 비꼰다) 이라는, 80년대에 "청춘"을 보내고, 이제는 머리가 벗겨지고 장딴지에 살이 붙은 채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된 두 미국인 커플의 무력감, 초조함, 그리고 번뇌를 많은 공감을 들여 묘사하고 있다. 나도 같은 연령대라서 그런지 (케서방이랑 내랑 그리 나이차 안 나걸랑요... ^ ^) 모르겠지만, 브렌트가 당구대를 지하실에 공들여 만들었다가 부부싸움을 하고 역정을 내면서 두들겨 부수는 전형적인 "개저씨" 짓을 한 다음에, 켄돌과 나누는 대화 중 "나는 브렌트였고, 당신은 켄돌이었잖아. 근데… 이게 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 줄 알지만… 이게 옳은 건 줄 알지만… 이제 우리는 브렌트도 아니고 켄돌도 아냐. 그냥 '아빠' 와 '엄마' 지" 라고 말하는 개소가 솔직히 가슴을 쳤다. 그래, 애들은 예쁘고, 우리의 미래고, 사랑해 줘야지. 그럼과 동시에 그들이 자라면서, 독립해 가면서, 우리들의 존재는 점차 잊혀지고 무시당하게 되지 않는가. 그 공포와 초조함과 분노에 아무리 플라스틱랩을 씌워서 봉인을 시도해본들, 그런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이러한 브렌트와 켄돌의 자신의 딸 칼리와 아들 조쉬에 대한 살의가 평소 그들 (백인 중산층 미국인 가정) 이 없는 채 카무플라지하면서 살고 있는 악감정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그런 감정들) 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 또한 거짓말이 될 것이다. 타일러 감독은 그런 정치적인 관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맏딸 칼리의 보이프렌드 데이먼을 흑인 소년 (원래 직업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는 로버트 커닝햄) 으로 설정해 놓았고, 데이먼 군이 성룡처럼 온갖 얻어 터지는 액션을 다 도맡아서 당하면서 끝까지 칼리와 조쉬를 구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감독의 정치적인 의도를 읽어내지 않기는 힘들겠지. 


어쨌거나, 필요 이상으로 군소리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은 [맘 앤 대드] 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후반부의 집안에 갇힌 칼리와 조쉬가 "만능톱" 과 고기 연하게 만드는 망치를 휘두르는 브렌트와 켄돌과 대치하는 장면들의 연출도 쓸데없는 부위를 다 떨궈내고 미니멀하게 잘 나가고 있으며, 랜스 헨릭슨 옹이 갑자기 등장하시는 폭발적 클라이맥스도 웃기면서 효율적이다. 이 부분까지 가면 케서방 특유의 혼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가 울었다가 웃었다가 하는 "오페라적" 연기도 아주 톤에 잘 맞는다 ([맨디] 에서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가 울었다가 웃었다가 하는데 ^ ^ 이 한편과는 많이 다르다). 


일부러 구식 장르 영화의 "무서운" 음악들을 연상시키는 널널한 "인시덴털 뮤직" 에다가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이 들리는, 방귀 뀌는 것 같은 노이즈 중심의 전자음악을 짜집기한 스코어 등, 조금 힙스터적인 취향이 지나치다고 여겨지는 부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사회풍자적인 어젠다와 터부를 건드리는 불편한 종류의 호러가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어진 역작이라고 부를 만 하다. 


역시 추천작이다. 단지 다시 한번 확인 드리는데, [맘 앤 대드] 는 좀비영화 아니니까 착각하고 보러 가셔서 실망하지 마시길 바란다. 


사족: [맘 앤 대드] 의 제작자들이 부모가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죽인다는 설정에 뭔가 딱히 공을 들인 과학적인 설명을 첨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좀비가 창궐하게 된다는 식의 게으른 설정보다는 SF 적으로 납득이 되는 구석이 있다. 자기 새끼를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이 생화학적 스위치로 작동하는 유전적인 메커니즘에 기초를 두고 있다면, 인류를 멸망시키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 메커니즘을 반대편 극단으로 돌려놓는-- 즉 새끼를 해치라는 "본능"을 작동시키는 스위치를 "온"으로 올려놓는-- 공작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앨리스 셸던) 의 SF 걸작 [Screwfly Solution]의 외계인의 지구인 섬멸 전략도 자식새끼들 대신 가임 여성들을 죽이게 한다는 점에서 거의 같은 발상이라고도 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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