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맨디 Mandy (2018) <부천영화제>

2018.08.01 15:20

Q 조회 수:290

맨디 Mandy   


미국, 2018.    


A SpectreVision/Umedia/Legion M/XYZ Films Co-Production, distributed by RLJE Films. 화면비 2.35:1, 2 시간 1분. 


Director: Panos Cosmatos 

Screenplay: Panos Cosmatos, Aaron Stewart-Ahn 

Cinematography: Benjamin Loeb 

Producers: Josh C. Waller, Elijah Wood, Daniel Noah, Adrian Politowski, Nate Bolotin, 

Production Designer: Hubert Pouille 

Costume Designer: Alice Eyssartier 

Music: Johann Johannsson 


CAST: Nicolas Cage (레드), Andreas Riseborough (맨디), Linus Roache (제레마이어 샌드), Ned Dennehy (스완), Owen Fouéré (마를레느), Clement Baronnet (클로페크), Alexis Julemont (행커), Bill Duke (카러더스), Richard Brake (약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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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댄스에서 공개되자 입소문을 타고 "굉장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용 괴작" 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이른바 인스턴트 컬트영화인데, 요번 부천영화제에서 마침내 관람할 기회가 주어졌다. 극장에서 보기 전까지 북미 평론가들의 자세한 리뷰는 일부러 피했지만, 메타크리틱 등의 종합평가 사이트에서 언뜻 받은 인상은 상당히 상호모순적이었다 (그런 깐에는 모두들 과다할 정도의 칭찬을 퍼붓고 있었다). 내가 평소에 싫어하는 류의, 과거의 호러 영화들의 특성을 그 남루함이나 정치적인 공정함의 모자람, 단순 무식함 등으로 파악하고 그것들을 놀려먹는 태도를 세련된 풍자나 패러디인 것처럼 포장하는 종류의 작품인 듯 한 평가도 눈에 띄었고, 그 반면에 아주 80년대 막가판 슬래셔 호러에다가 스티븐 킹 초기 소설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비루한 일상생활에 느닷없이 침투하는, 설명 불가능하지만 우리에게 지극히 익숙한 공포" 라는 주제를 잘 버무려서 관객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어떤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는 투의, 스튜어트 고든이 [리아니메이터/좀비오]를, 또는 니콜라스 로그가 [지금 보면 안된다]를 내놓았을 당시의 평론을 연상시키는 요약도 눈에 들어왔다. 


영화를 본 다음의 나의 인상은 물론 후자에 가깝다. [맨디] 의 경우, 레드와 행커가 길고 짧은 전기톱을 휘두르면서 결투를 벌이는 등의, 의도적으로 과장되었고 각종 클리세의 패러디에 근접하는 세트 피스들의 경우에도, 영감의 원천이 된 70-80년대의 호러 작품들에 대한 애정과 존중심에서 벗어난 개소는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안 좋은 의미로 타란티노의 [킬 빌] 을 연상시키는, 자기과시적인 스타일의 과잉이라는 비판은 물론 가능하다. 좋게 보거나 나쁘게 보거나 [맨디] 는 "정상적"으로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한 편은 결코 아닐뿐더러, 이 한편에서는 "개연성" 이라는 개념은 시작하고 몇 분 안되어서 이미 화재로 엔진을 비롯한 차량의 앞부분이 다 녹아버린 BMW 520d 꼬라지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감독 파노스 코스마토스-- [람보], [툼스톤]의 그리스 출신 감독 조지 P. 코스마토스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업계에 종사한지는 꽤 오래되었고 [Beyond the Black Rainbow] 라는 SF 작품으로 데뷔했다고 한다. 주로 캐나다 그것도 뱅쿠버에서 활동하는 모양-- 자신부터가 관객들로 하여금 몽롱하게 싸이키델릭한 상태에서 맨디와 레드 두 주인공의 주관적인 체험을 추수할 것을 종용하는 방식으로 이 한편을 설계하고 있다. 따라서 "레드 저 사람 왜 저래. 뭣땜시 갑자기 은인지 뭔지 금속을 녹여서 거대한 도끼 겸 창을 주조하는 것임? [네크로노미콘] 에 그렇게 하라고 나오는 것인겨? 괴물 바이커족이 냉장고에 보관해 놓은 마약을 손가락에 찍어서 먹자마자, 갑자기 그 약을 만들어준 조제사의 랩-- 외계인의 전초기지?!-- 에 대한 정보가 레드의 뇌에 전달되는 것은 뭐임?!" 이런 식의 질문들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수십 개가 떠오르는데, 물론 단 하나도 만족스럽게 답이 주어지는 것은 없다. 


그리고 이 한편을 보고 "내용이 없다" 라는 "비판"을 하는 것은 오렌지색 구더기 도날통을 보고 "미국 헌법을 잘 모르시는군요" 라고 책망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오라지게 어리석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일단 "복수" 라는 주제를 다루는 시늉을 하고는 있지만, 새삼스럽게 박찬욱 감독의 연작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웬만한 마카로니 웨스턴의 수준작 정도의 "철학적" 고찰도 완벽하게 부재하니까. 


[맨디] 의 매력과 본성이 딴 데 있다는 것은 말 안해도 명백하다. 이 한편의 과격한 80년대적인 캔디 칼러의 비주얼을 보고 있노라면, 가만있자, 다리오 아르젠토가 [서스페리아] 에 못지 않는 70년대식 이탈리아 영화인의 감성을 고대로 가지고 가서 진짜배기 미국식 착취성 호러영화-- [왼편의 마지막 집]에 다가 [헬레이저]를 짬뽕하고 제프 리버먼의 [동이 트기 직전] 같은 "나뭇군 슬래셔" 까지도 마구 우겨넣은, 쪽팔림이란 호르르 불살라버린 그런 한 편-- 를 양보 안하고 마음껏 찍었다면 이런 게 나오려나? 라는 상상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런데, 나 같은 취향이나 영화 관람의 경험을 지닌 관객에게 한정된 반응일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맨디] 의 아트하우스적 감성에는 나의 가슴을 울리는 구석이 있었다. 철저하게 캐릭터들의 주관적인 시점에서 벌어지는 [맨디] 의 시퀜스들은 일반적인 영화라면 서사의 명료함이나 평이함을 위해서 하지 말아야 될 짓들만 골라서 하는 것 같은 행태를 보여주는데-- 시퀜스의 호흡을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게 가는 것이라던지… 그런데 이런 접근 방식은 스탠리 큐브릭이나 이런 "작가" 들이 자기네 영화들을 "예술작품"으로 각인시키기 위해서 써먹는 작법이기도 하다-- 그 결과는 흥미롭게도 관객들에게 있어서 스토리텔링에 뛰어난 헐리웃형 스릴러가 가져다 줄 수 있는 효과와 완전히 다른 형태의 감정을 유발한다. 


라이너스 로쉬 ([배트맨 비긴스]에서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 역으로도 나오고 [로 앤 오더] TV 시리즈로 잘 알려진 중견 연기자) 가 연기하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사이비종교 컬트의 두령 제레마이어가 뮤턴트인지 좀비인지 알 수 없는 바이커 괴인들을 시켜서 레드의 연인 맨디를 납치해온 다음에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추종자가 될 것을 종용하다가, 결국 그녀를 살해하는 시퀜스를 예로 들어보자. 여기에서 코스마토스는 이런 종류의 상황에서 보통 관객이 예상하거나 기대할 수 있는, 맨디를 잔인하게 고문하거나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장면들은 배제하고, 그 대신에 로쉬가 연기하는 제레마이어와 그 컬트 멤버들이, 자신들을 일종의 상궤의 세계를 초월한 사악한 존재로 맨디에게 인식시키려다가 실패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보여준다. 


[왼편의 마지막 집]과 비교하자면, 그 고전 착취영화는 철저하게 비루하고 추잡스러운 등장 캐릭터들의 성향을 조악하기 때문에 더욱 리얼하게 보이는 화면을 통해 관객들 앞에서 옷을 강제로 벗기듯이 까발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결코 허술히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캐릭터들의 주관적인 시점을 거의 배제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관객들이 영화의 살인마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아름다운 여성들을 발가벗기고 능욕하는 장면을 "즐기" 겠다는 새디스틱한 아젠다를 지니고 [마지막 집]을 보러 오는 자들이 대부분 실망하게 되는 이유다). 그 반면, [맨디] 의 이 장면에서는 카메라는 원래 일상 우주에 신비와 괴이함이 침투되어 있다는 것을 믿는 맨디의 시점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녀의 주관적인 시간과 공간, 색채 감각이 그대로 관객들이 화면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으로 전달되어 오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지옥의 묵시록] 에서 프란시스 코폴라가 보여준 것 같은, 광기에 휩싸이고 부조리하지만, 그 캐릭터들-- 코폴라 작품의 경우에는 커츠 대령이나 윌라드 대위-- 의 "정신" 에 동화되어 관람하면 하나의 정서적 일관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작법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제레마이어가 성기를 다 내놓고 웃기지도 않는 "나야말로 신의 아들이다" 식의 십이류 짭설들을 맨디 앞에서 "설파" 하는 장면이 삼류개그로 전락하지 않으면서도, 그 컬트적 멘탈리티의 추악함과 공포스러움이 관객들에게 가감없이 전달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니콜라스 케이지의 "울었다가 웃었다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연기도 자기 패러디에 빠지지 않으면서, 그 유니크하게 병맛스러운 플레이버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일종의 감동을 안겨다 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같은 부류의 케서방 연기라도, [맘 앤 대드] 의 그것이 좀 더 심리적인 내면성을 강조한 "굿 액팅" 이라면, [맨디] 의 그것은 흔히 일컬어지는 "만화적" 연기의 하나의 준봉을 이루는 수준이다. 좀 웃기는 표현을 쓰자면 조금만 힘을 더 주면 케서방의 두개골에서 그냥 눈알이 객석을 향해 튀어나올 것 같은 그런 종류의 "연기" 인데 (아닌게 아니라 [블레이드 런너] 의 변주가 아닐까 의심되는 "두개골을 뭉그러뜨려서 눈알이 뾰요용 튀어나오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 케서방이 그런 꼴을 당하는 건 아니지만), [맨디] 에서는 그것이 하나도 과잉으로 다가오지 않을 뿐 아니라 아주 잘 들어맞는다. 이 정도까지 가면, 범상치 않은 성취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맨디] 는 이탈리아 호러와 북미 착취성 호러의 도무지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떡 하니 실재하는 혼혈적 존재인 "라이거"나 "타이곤"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니메이션의 삼입 등 나한테는 좀 뻔하게 다가오는 측면도 있었고, 뮤턴트인지 좀비인지 알 수 없는 바이커족들의 임팩트가 의외로 약하다는 등의 불만의 요소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호러장르의 팬들이라면 추천드리지 않을 수 없는 한편이다. 


마지막으로 진짜 뱀다리적인 코멘트지만, 코스마토스야 말로 [데빌맨] 실사판에 적합한 감독이 아닐까 하는… 아니 적합하다기 보다는, 그가 만든 [데빌맨] 실사판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그런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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