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2019.12.24 20:05

Q 조회 수:1276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미국, 2019.    ☆☆☆★★


A Lionsgate/Media Rights Capital/T-Street Co-Production. 화면비 1.85:1, 2 시간10분.


Director & Screenplay: Rian Johnson

Cinematography: Steve Yedlin

Production Design: David Crank

Special Effects Supervisor: Christopher Walsh

Music: Nathan Johnson

Stunt Coordinator: Kurt Bryant


CAST: Ana de Armas (마르타 카브레라), Daniel Craig (브누아 블랑), Christopher Plummer (할란 드롬블리), Jamie Lee Curtis (린다 드리스데일), Michael Shannon (월트 드롬블리), Don Johnson (리처드 드리스데일), Chris Evans (휴 랜섬 드리스데일), Toni Collette (조니 드롬블리), Katherine Langford (미건 드롬들리), Lakieth Stanfield (엘리엇 경사), Noah Segan (와그너 순사), Frank Oz (스티븐스 변호사), Jaeden Martell (제이콥 드롬블리), M. Emmet Walsh (감시 카메라 관리인), K Callan (증조 할머니), Edi Patterson (프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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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워즈] 에서 그 시리즈의 가장 고답적이고 보수적인 측면을 그야말로 약간 건드리는 수준의 “수정” 을 가했다는 죄목으로 인터넷을 통해 온갖 비방을 받아야 했던 리언 존슨 감독의 신작인데, 소수의 매니아층에 어필하면 다행이라고 여겨질만한, 추리-미스테리 장르의 전통에 깊이 연루된 한편임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4천만달러면 평균보다 약간 낮은 정도인가. 내 생각에 크리스 에반스와 대니얼 크레이그는 자신들의 몸값을 제대로 안 부르고 “길드의 스케일 [간단히 말해서 연기자조합에서 규정된 출연료라고 보면 되겠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어로 읽는 독자들에게 헐리웃이라는 소위-- 비웃는 얼굴 여기 삼입-- 자본주의의 원산지라고 여겨지는 동네가 촛불민주주의의 선진국 “우리나라” 에 비하여 얼마나 “딴따라 권익보호”에 철저한 곳인지 상기시켜드릴 것이다]” 에 맞추어서 이 한편에 출연하기로 정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많은 스타들이 이런 방식으로 자신들이 출연하고 싶은 영화의 각본들에 지지를 표명한다) 를 개봉한지 얼마 안되어 회수하고, 현재 [미국 태평양 시간 기준12월 23일] 개봉 4주차 9천만달러에 해당되는 국내 수입 (세계 전체 개봉수입은 1억 8천5백만달러 상당. 이것도 추리-미스테리 영화라는 장르를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편) 을 올린 것을 보면 라이언스게이트 입장에서는 금년내의 자사 최고 히트작 중 하나로 볼 만한 성적이다. 2019년에만도 미국 국내수입이 1억달러가 넘는 영화가 스무편이 넘는 상황을 고려하자면 이런 성취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라이언스게이트가 금년에 배급한 작품 중 국내 개봉수익 1억달러를 넘긴 작품은 [존 윅 3] 이 유일하고, [알리타 배틀 엔젤], [스파이더맨: 인투 더 스파이더 버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등의 나름 평론가와 팬들의 지지를 받은 작품들도 결국은 국내수입 9천만달러를 돌파할 수 없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이라는 표현은 “이제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본색을 드러냈다” 는 태도를 가리키는 영어 관용구인데, 이 한편에서는 천연덕스럽게도 수십개의 칼들이 동심원을 그리는 거미줄에 매달린 것 같은 형태의 무대 장식을 통해서 실제로 구현해 보이고 있다. 전편이 이러한 고전적 추리소설의 양식 (樣式)과 전략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장난을 치며, 또한 [그리고는 아무도 없었다], [Ordeal by Innocence]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영향이라고 여겨지는 [Sleuth (다음영화에는 “발자국” 이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어 제목이 붙어있다)]-- 관객들에게 미리 주요 등장인물들의 “트릭” 을 공개하고 그것을 계속 반전을 통해 뒤집음으로써 그들을 서사에 끌어넣는 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지향점은 다르지만 [형사 콜럼보] 의 원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안소니 셰이퍼의 무대극 및 그 1972년의 영화화판—등의 고전 미스테리 영화들의 파스티쉬임을 대놓고 선언하고 있다. 이제 초기 작품인 [브릭] 과 [루퍼], [스타 워즈: 라스트 제다이] 등을 보고 나서 리안 존슨 감독의 재능과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된 이후에 본 [나이브스 아웃] 은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이 보게 되었을 경우와는 감상평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나는 이때까지 본 그의 전작들이 지닌, 한편으로는 장르적 컨벤션에 대한 존중심과 충성심 (“팬심” 이라고 일컫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지),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장르적 공식이 배경에 알게 모르게 깔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의 미묘한 균형감각이 항상 흥미로왔었고, 약간의 껄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스타 워즈] 라는 존 웨인 주연의 서부극처럼 도무지 그 “공식” 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기획영화 프로젝트에서도 그 균형감각을 유지하고자 거의 무모한 시도를 관철해 낸 점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나이브스 아웃] 의 경우 [라스트 제다이] 에서보다는 그러한 균형잡힌 시각을 밀어붙이려는 시도가—아마도 훨씬 더 용이하게 프로젝트를 전반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 확실하다—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이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예상치 않았던 방향에서 일종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추리물 장르의 일부의 걸작들의 “퍼즐” 이나 “미스테리”는—아가사 크리스티부터가 아주 노골적인 의미로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크리스티에만 국한된 이슈는 당연히 아니다—그 역사-문화적 맥락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계급관” 및 “심리관,” 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도 너무 자세하게 풀어버리면 스포일러가 될 것이지만, 영화를 다 본 후 곱씹어 생각하건데, 이 장르의 일부의 걸작들이 지닌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인간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존슨군은 너무나 “착하” 거나 “리버럴” 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존슨군처럼 머리가 좋은 창작자가 이러한 난점을 애초부터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고 본다. 나에게는 오히려 기득권을 지닌 자들이 피해자라고 떠들어대는 트럼프시대의 위선을 고전 미스테리라는 포맷을 통해서 꼬집어 뜯고야 말겠다는 존슨군의 결기가 ( [라스트 제다이] 의 감독으로써, 조지 루카스의 까놓고 얘기하자면 순혈주의로 물든 백인중심 로맨틱 가부장 서사에 대놓고 반기를 들어서 수많은 “팬보이” 들의 비난을 무릅쓰게 만들었던 바로 그 자세가 아니겠는가), 이 한편의 실질적 주인공인 간병인 마르타의 캐릭터 디자인부터 강렬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마르타는 미스테리영화의 “범인” 이나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요 참고인” 으로서는 말도 안되게 불리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어떤 “병리적 증상” 을 앓고 있다. 존슨군은 이 캐릭터에게 이러한 작위적인 컨디션을 부여함으로써 “믿을 수 없는 화자” 라는 장르적인 공식을 재미있게 비틀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컨디션이 마르타라는 캐릭터의 해석의 가능성에 일정한 한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한 불리한 측면을 감수하고라도, 보통 고전적인 미스테리작품에서는 아이러니칼한 의미로 쓰여지건 말건 국외자 내지는 장기판의 말 정도의 의미밖에 지니지 못하는 “서비스 노동계급의 비 앵글로” 캐릭터를 서사의 중심에 놓겠다는 존슨군의 의도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도중 작가의 의도가 (그것이 아무리 특정 장르의 지평을 확장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부여한다고 할 지라도) 그렇게 드러나 보이는 것은 관객에게 주어진 선택지라는 측면이 굉장히 중요한 추리물-미스테리라는 장르의 “범인 찾기” 와 “퍼즐 맞추기” 의 쾌감을 어느 정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물론, [나이브스 아웃] 이라는 한편은 통상적인 스릴러의 “재미”—서스펜스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보다는 관객과 감독의 머리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캐릭터 설정과 작가적 의도의 문제는 존슨군 쪽에서 “좋습니다. 나는 애초에 이러이러한 식의 씨니컬하고 백인상류계급잘났네 관점에 충실한 고전 추리소설적 엔딩으로 갈 생각이 고양이 귓털만큼도 없어요. 말하자면 내가 처음부터 한 팔을 뒤로 묶고 씨름판에 올라가겠단 말입니다. 그래도 나와 붙으면 여러분들이 질걸요?” 라는 도전을 관객들에게 선포한 것으로 간주하면, 그것 조차도 장르적 스릴의 일부로 포섭해서 즐길 수 있음은 사실이다.


(이 부분은 주의 깊게 읽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 한 예를 들자면, 노작가 할란 드롬블리가 마르타에게 자기 가족들에 대한 푸념을 하면서, “진짜 칼과 무대용 소품인 가짜 칼의 구별도 못한다” 라고 언뜻 듣기에는 쪼잔하게 들릴 수도 있는 비난을 하는데,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나는 순전히 장르적인 “감” 에 의해 실제 미스테리의 전개나 해결에 이 대사가 언급하는 상황이 원용되겠구나 하는 예감이 강렬히 들었다 (제목부터 “나이브스 아웃,” “다 칼 빼들었다” 인 영화에 이런 식의 굉장히 의식적으로 “지나가다가 툭 던지는 식” 의 대사가 나오면 장르 팬들은 촉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 대사가 가리키는 상황이 할란의 “자살” 와 관계된 “반전” 과 관련이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원용이 되기는 했지만, 나의 추리와는 다르게, 좀 유머러스하게 “가벼운” 방식으로 사용되고 끝났다. 할란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깊이나 감칠 맛은 있을 지 모르지만 존슨군의 “선한 의도” 를 거스를 수 있는 류의 해석은 각본 단계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결말이었다.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 [나이브스 아웃] 은 이러한 추리-미스테리 장르에 대한 이러구러한 (역사-문화적인) 해석에 관심이 없는 분들께서도 즐길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이 충만해 있는 고급 엔터테인먼트 프로덕트이다. 소위 말하는 “배우들의 연기만 봐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전형적인 헐리웃형 앙상블 스릴러이기도 하다. 사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남부 (루이지아나? 이름이 프랑스식인 걸로 봐선) 출신의 “신사탐정” 브누아 블랑이나 존슨군의 레귤러 중 하나인 노아 세건이 맡은 추리소설의 광팬인 와그너 순사 등의 캐릭터는 대놓고 관객들에게 윙크를 보내는 작위적인 존재들이지만, 이런 캐릭터들을 어떻게 밀도와 입체감 있게 살려내는가 하는 측면에 있어서의 “연출력” 에 있어서는 존슨군은 명실공히 미국 영화계의 일류 신진에 속한다. 개인적으로 [블레이드 런너 2046] 에서 착취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인공지능 여성의 캐릭터를 맡아서 심금을 울리는 명연기를 보여주었던 아나 데 아르마스가 그 작품처럼 각본의 한계성을 가뿐히 뛰어넘는 “진정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연기 덕택에 영화 안의 다분히 인공적이고 지나치게 논리정합적인 부분들이 많이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섀넌, 제이미 리 커티스, 토니 콜레트 등의 중진 스타들의 적절하게 안배된 (평소보다 약간 과장되었거나 “극적” 인 스타일의 연기를 선보여주는) 조연은 말할 것도 없고, [블러드 심플], [블레이드 런너] 등에서 꾸준히 미국 장르영화를 지원해온 M. 에메트 월시 등의 노장 성격배우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결론적으로, [나이브스 아웃] 에 대한 나 자신의 반응은 넓은 의미의 장르 팬으로서 존슨군의 작가적 결기를 지지하고 응원하면서도, 뭔가 박찬욱이나 봉준호 감독이 보여주는 류의 장르적 컨벤션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그 안에서 구워내는 삭막한 “변태성” 내지는 진짜로 중층적인 캐릭터의 복합성을 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동시에 느꼈다고 해야지 될 것 같다. 존슨군은 충분히 앞으로 [아가씨] 나 [기생충] 같은 심도있는 영화예술을 만들어낼 재능을 지닌 분이고, 앞으로도 장르적 외연의 확장과 강력한 비판적 실험정신의 적용을 통해 계속 재미가 넘치는 영화들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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