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와치 Ghostwatch (1992)

2010.03.20 20:50

DJUNA 조회 수:6726

감독:  Lesley Manning 출연: Michael Parkinson, Sarah Greene, Mike Smith, Craig Charles, Gillian Bevan, Brid Brennan, Michelle Wesson, Cherise Wesson

켄 러셀의 [고딕]의 각본을 썼던 스티븐 볼크는 귀신들린 집에 대한 6부작 텔레비전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그 기획의 핵심은 귀신들이 나오는 마지막 6부가 생방송의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었죠. 나중에 그는 6부작 시리즈의 아이디어를 포기하고 마지막 6부의 아이디어만 구체화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1992년에 방영된 악명높은 BBC 할로윈 스페셜인 [고스트와치]였지요.

[고스트와치]의 설정은 BBC 방송국에서 엄마와 두 딸이 사는 평범한 가정집에 일어나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할로윈 특집으로 생중계한다는 것입니다. 리포터들이 집 안에 머무는 동안 BBC 스튜디오에서는 그 집의 유령을 연구한 초심리학자와 미국에서 위성으로 연결된 회의론자가 게스트로 나와 토론을 벌이고 시청자들이 전화를 걸어 직접 경험한 초자연현상을 들려주고요.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 집과 유령에 대한 정보들이 조금씩 쌓이고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주인공인 유령 'Pipes'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 모든 사건들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고 있어서 유령은 집 안에 있는 리포터 뿐만 아니라 그걸 방송하는 BBC 방송국 스튜디오와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집까지 습격합니다.

[고스트와치]는 방영되었을 때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켰습니다. 영국에서 그 영향력은 거의 오슨 웰즈의 [우주전쟁] 방송과 맞먹을 정도였지요. 당시 영국 시청자들에겐 이 방송이 엄청나게 현실적이었을 겁니다. 이 작품의 진행자 마이클 파킨슨이나 리포터 사라 그린은 모두 실명으로 출연하는 실제 BBC 방송인들이었으니까요. 맨날 텔레비전에서 봐왔던 사람들이 유령의 습격을 받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으니 믿을 수밖에요.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동안 영국 전역에서 'Pipes'가 목격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아이들 중 몇 명은 진짜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일으켰고요. BBC는 소송에 휘말렸고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재방이 비공식적으로 금지된 상태입니다. 몇 년 전 bfi에서 DVD로 내긴 했지만요.

트릭을 알고 보면, [고스트와치]는 완벽한 사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귀신들린 집의 희생자들, 특히 큰 언니 역을 맡은 아역 배우는 연기하는 티가 나고, 이야기는 지나칠 정도로 편리하게 풀리는 경향이 있어요. 유령의 습격을 받은 BBC 스튜디오의 묘사는 조금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그런 자잘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고스트와치]는 상당히 근사한 호러입니다. 평범하고 다소 싼 맛 나는 생방송 프로그램이 무시무시한 초자연현상으로 이어지고 그게 거의 종말론적 파국으로 끝나는 사건 전개는 대담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죠. 시치미 뚝 떼고 이 장난에 동참한 파킨슨과 그린은 그냥 훌륭한 배우고요. 결정적으로 이 작품은 상당히 설득력 있고 무서운 유령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예상 외로 많이 나오네요. 처음엔 얼굴도 볼 수 없었던 유령이 반복 시청할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옵니다.

[고스트와치]는 여러 면에서 선구자적 작품입니다. 그 이후에 나온[블레어 윗치]니, [마지막 방송]이니, [목두기 비디오]니 하는 영화들을 보세요. [고스트와치]가 최초로 만들어진 호러 모큐멘터리인 건 아니지만 여전히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블레어 위치]의 감독팀은 이 작품을 보았다고 하니까요. 아마 예민한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점점 붕괴되어 가는 현재 텔레비전 방송의 모습까지 미리 읽어냈을지도 모릅니다. (05/07/15)

기타등등

사라 그린이 시청자들에게 들려준 유령 목격담은 진짜라는군요. 이 방송에서 언급되는 다른 유령 이야기들도 모두 실제 경험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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