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인문학자, 강신주

2014.02.12 14:15

Hopper 조회 수:7312


아래 강신주에 관련된 글이 올라왔네요. 의외로 아니 뭐 그에 대한 평가가 제법 좋은 것에 대해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은 그냥 돌팔이 의사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에요. 뭐 그 의술도 의학계에서는 제대로 된 대우도 못 받을 것 같지만.

뭐 돌팔이의 말재주에 치유가 되거나 사회개혁이 된다면 참 좋겠지만, 대부분은 부작용이나 의학 자체의 수준도 떨어뜨리는 결과밖에 기대할게 없습니다.




난다긴다 하는 우리가 한번 즈음은 들어봤을 학자를 공부하고 그 학자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 3년이라고 합니다.(전공 교수의 수준에서) 게다가 자신의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학자에 대해 나름 저명한 평가를 받는 학자들은 대부분 50이 넘거나, 그 분야에서 (그 field에서) 보통 20년은 굶은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그 학자 한명 한명 (예를 들어 하버마스, 부르디외, 맑스는 말할것도 없고, 푸코 등등등등등) 자체가 요구하는 콘텐츠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며 이미 명성을 가진 인물들은 그의 제자들에  의해 그리고 그를 전공한 사람들에 의해 너무나 많은 연구가 개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새로운 해석, 저명하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다 읽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논문을 쓸 수도 없고, 전문 저널에 실리기도 어렵습니다. 한국처럼 내기만 하면 받아주는 게 아니라 해외 유망한 전문저널에서 거의 6개월, 길게는 1년이란 시간 검증을 거쳐야 겨우 그 학자에 대한 '공인된 해석'으로 인정받습니다. 


이게 그가 맨날 가지고 와서 떠드는 여러 철학적 이슈들에 대한 '장'에 속한 사람의 태도이고, 강신주는 애초에 이 분야에 더이상 속하다고 보기도 민망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연구(공부)에서 나름의 '실적'을 거두고, 그 철학자에 대한 나름의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은 극소수에 해당하고, 그 소수의 밑 정도 평가를 받는 사람들 중에서는 '한국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오히려 강신주 같이 자신이 배우거나 '맘대로 생각한 것'을 도구 삼아 날뛰는 사람들이 미디어에서 '학자'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고, 이것이 우리나라 인문학계의 현실입니다.(또 그런 쓸만한 인문학을 배운 사람들은 또 그 인문학을 써먹고, 결국에는 인문학은 '아무나 ' 다 할 수 있고, 아무나 책 몇권 읽고 '전문가'가 됩니다. 자기 맘대로 해석하면 모든 게 참 쉽습니다.) 


강신주 씨에 대해 학자로서의 평가는 '논할 가치가 없다' 정도입니다. 인문'학자'/철'학자'에서 그가 '학자'의 태도를 갖추고 있다고 하기에는 그는 이미 공부를 접은 사람입니다. 그의 전공은 '동양철학'이고 대부분 자신의 전공에 박사논문까지 갈 정도면, 그 철학 공부하느라 다른 철학에 대해 솔직히 누군가에게 강연할만큼의 지식을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설령 그가 정말 열심히 '공부'한 인문학자 라고 할 지라도 그는 자신의 지식을 '전문가'들에게 평가받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죠. 누가 그가 헛소리를 하는지 옳은 소리를 하는지 판단해줄까요?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조차도 매일 전문가들에게 평가받고 거부받고 다시 수정하는 일에 거의 반평생을 보냅니다. 50년이 넘는 동안 개진된 현대철학, 사회과학이론이 그렇게 대중들에게 '간결한 명령법'으로 전달될 수 있는 차원일리가 만무하죠. 학자들은 지식을 '써먹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을 공부하는 사람이고 애초에 그의 '써먹는 방식' 또한 너무 후집니다.  아마 그는 '전공분야의 사람들' 앞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할겁니다. 왜냐면 다 쉽게 반박당하거나 자신이 가진 오류가 드러나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의 얘기를 많은 철학자와 사회과학이론, 그리고 비판이론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행위자'들을 윽박지르면서 내가 너에게 깨달음을 주겠노라 라고 말하고 있죠. 그 깨달음을 주겠다고 나섰던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 '성공한 깨달음'의 사례가 있나요? 성공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이 과연 학자의 가르침 덕분인지 아니면 자신의 '제멋대로 알아먹은 결과'인지는 아무도 장담 못합니다. 그가 밥먹듯이 얘기하는 '넌 착취당하고 있는 노예다' 이제 200년도 더 된 방식이고, 그 노예들이 인문학자들의 계몽에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오직 '개인에 충실한 삶'을 살게 되거나 자본주의의 물화와 소외를 벗어난다면 참 좋겠죠. "이제 철학은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맑스의 강령이 아직까지도 유효하다면 좋겠지만, 그건 '제대로된 해석'을 하고 난 뒤의 일입니다. 강신주 같은 인문학자들은 그 '해석'조차 공인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제법 대중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강연을 다니는 학자도 있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정도의 해외 학자는 이미 그 분야에서 '최고'라는 인정을 받고 난 뒤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쓰는 것도 자신의 전공 안에서지. 전공 밖의 자잘한 고민을 함부로 다루지 않아요. 부르디외가 한국에 왔을 때 , 어느 기자가 "당신의 이론은 어떤 내용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정작 그의 답변은 간단했죠. "당신이 이해하기 어렵다. 매우 매우 복잡하다"  


왜 그 인문학자들은 '대중'만큼 옳고 그름을 평가받기를 무서워하는걸까요? 왜 그들은 자신이 비판하는 '물화와 소외'당하는 인간들에서 항상 "예외"일까요? 공부를 많이 해서? 학자 스스로 그 분야에 제대로 된 논문 하나 개진하지 못한 사람이 대중들 앞에서는 의기양양하게 '행위자'를 평가하고 그들에게 해결법을 제시합니다. 자본주의의 착취를 벗어나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나를 봐라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너 혼자 하세요) 사회과학 분야에서 그렇게 계몽에 의해 자신을 깨닫는 것이 왜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지, 이론으로 누군가를 '해방'시키려고 했던 사람들이 결과적으로는 그 누군가를 '억압'하는 사람이었던지. 수많은 비판이론들의 사례를 돌이켜보면 저는 그 강신주 씨의 자신만만함이 오만함을 넘어 돌팔이 의사 특유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건 사실 지금도 학계의 논쟁적인 이슈고, 굉장히 어려운 문제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죠. (답이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론의 가설은 '반박'당하기를 기다릴 뿐, '정설'이 될수 없습니다.)


"이론가가 행위자보다 더 나은 인식과 해석을 갖출 수 있는가?" 이건 철학적, 사회과학의 이슈이고 아직도 논쟁 중입니다. 강신주 씨는 자신이 전제하고 있는 그 가설에 대해 과연 공인된 해석을 인정 받을 수 나 있을까요? 글쎄요. 설령 그가 다른 학자들에 의해 인정받는다고 할 지라도, 한국 인문학계는 지금 변변한 논문을 발표하여 그들을 출산했던 나라들, 영미권, 유럽권의 학자들과 정면으로 대결하지도 못합니다. 그냥 그 사람들의 이론을 수입해서 보따리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죠. 그 장사의 역사가 벌써 30년 입니다. 역수출은 아직도 꿈에 가깝구요. 이런 판국에서 정작 '장'밖에 있는 사람들은 인문학을 '강신주'같은 사람들에게 배웁니다. 자본주의 - 착취 - 사료 - 벤야민 - .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거나, 그 노동을 때려쳐라. 그가 맘대로 한 해석, 정오 조차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해석을 써먹고 그것이 옳다고 윽박지르며 , 그것을 도구로 주변 사람들을 분석하고 , 그것을 못 알아들으면 ' 이 사람은 내가 뭔 소리 하는지 이해 못하는 수준이구나'라고 서문에 당당히 적습니다.


아니 대체 왜, 고작 학자 따위가 '행위자'를 함부로 평가하는 것일까요? 


그 도구적인 인문학이 과연 사람들에게 해방과 자유, 자본주의의 소외로부터 벗어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글쎄요.

80년대에 맘대로 맑스를 해석하고 맑스를 써먹던 많은 젊은이들 처럼, 함부로 이론의 결과만을 가지고 무언가를 바꾸려고 할 때 생기는 것은 상처 뿐이며, 

강신주 씨가  이야기한 '상처받지 않을 권리'는 행위자의 권리입니다. 그는 계몽으로, 이론으로 누군가를 상처줄 권리가 없어요. 

왜냐하면 자신은 언제나 그 상처 '밖'에 있잖아요. 그와 같은 돌팔이 의사는 그 상처를 치유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은 '학'이며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지, 함부로 정답을 내리고 그 답을 선전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작 2시간의 저녁 예능에서 시시껄렁한 잡담과 함께 정답으로 제시하는 문제집은 강신주 씨 혼자 푸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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