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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에 개봉한 영화 보이후드를 며칠 전에 씨네코드 선재에서 보았습니다.

아카데미상을 휩쓸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영화관에서 보지 않으면 후회하리라는 게 뻔히 보여서

수요일까지 상영이었으니까 전체 상영이 몇 회 남지않았던 영화를 운좋게 놓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이혼하여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전남편의 도움 전혀 못받는

인디영화관 같은데는 생전 들어보지도 가보지도 않은 친구와 보고 왔네요.

 

 

보고 나서는 가슴도 먹먹하고 눈물도 나고

놓쳤으면 어떡할 뻔 했어 하며 안도감까지 들었는데

막상 듀게에는 검색해봐도 별 얘기가 없더라구요.

 

 

요즘에 저는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다 좋아요.

국제시장도 패딩턴도 좋았어요.

집에서는 꼭 러닝타임을 확인하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지게 됩니다.

몰입을 하게 해주는 환경은 공연장, 극장이 유일한 것 같아요.

 

 

보이후드는 참.. 보면서 러닝타임 걱정을 전혀 안 한 영화입니다.

요즘에는 영화의 몇분의 몇 지점에 갈등이 나오고

언제쯤 악당이 나오고 언제쯤 클라이막스였다가

언제 끝날 거라는 게 꼭 타임라인에 찍혀 나오는 것 같을 때가 종종 있고

그래서 보기도 전에 질리는 경우가 많아요.

 

보이후드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아요.

아이가 큰다는 얘기만 들었지 전혀 내용을 모르고 간 것이 탁월한 선택인 것 같고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 않는데도 무슨 일이 있었을 지 다 알겠는

그런 보편성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어요.

 

엘라 콜트레인의 연기나 패트리샤, 에단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스토리가 진행이 되는게 마치 제가 잘아는 옆집 애들 크는 것 보는 것도 같고

여자의 일생에 대해서 연민도 느껴지고 나였으면 어땠겠구나 하는 개입의 여지도 많이 보이고

나도 막내가 대학가면 저렇겠구나 하고 공감가는게 진짜 좋았어요.

 

그냥 좋았다는 말 말고는 뭐라고 말을 잘 못하겠다는 게 감상이었는데

혹시나 하고 듀게의 쓰기 버튼을 눌러도 그 이상의 감상을 표현할 말을 찾을 수가 없네요.

 

 

그냥 무조건 다 좋고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다시피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 별 수 없이 어미의 마음이구나 싶네요.

 

딴 거보다 그저 지 새끼 자라는 걸 한 큐에 보는 어미의 심정이었네요.

 

아이가 지금 중학생인데 유치원 때 그린 그림과

그 때 사진만 봐도 가슴이 뭉클한데

초1부터 고 3까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스토리 있게 구성해서 보여주니

정말 내 애 자라는 것 보는 것 같았네요.

 

제대로 살아보려고 경제력 없는 남편과도 이혼하고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아둥바둥 경제적 곤란이나 학대라는 사자에게 새끼를 안 뺏기려고 발버둥치는 치게 하는 힘이

세상에 지 새끼를 제대로 키우겠다는 본능 말고 또 뭐가 저토록 강하겠나 싶고

그냥 나도 별수 없이 '새끼키우는 긴 얘기'에 세상의 모든 어미와 함께 공감할 뿐.

 

제가 아직 아들을 대학에 떠나 보내는 극 중 어미의 단계에 도달하지 못해서

남은 게 장례식 뿐이라는,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다는 패트리샤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게 좀 아쉬워요.

 

제가 한 65세 쯤 되었다면 남은게 장례식 뿐이라는 그녀의 말에 코웃음을 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고 아직 멀었네요, 아줌마. 이러면서.

그리고 죽기 전 나이에는 어떨까요. 65세도 우습지 않을까요.

 

뭔가 더 할 수 있는 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다입니다...

아이고..뭐 표현이 안되니 한탄만..

 

 

같이 본 친구, 생업의 현장에서 고전하는 친구의 감상은 간단하네요.

재혼을 왜 하냐 남자보는 눈도 저렇게 없나 하는 저의 말에

먹고 살려고 했겠지. 애 둘 데리고 여자 혼자 쉽겠냐.

그렇죠. 그런 거죠.

친구아들은 스무 살. 친구 얘기도 영화한편 나옵니다만..

 

 

 

 

보이후드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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