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정가제의 압박+백수 생활 뒤 이직 이후 오는 생활의 압박.... 때문에,

도서관을 이용하게 되었어요.


직장 근처엔 어린이도서관, 직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 딱 중간 지점에 구립중앙도서관이 있어요.


어린이 도서관은 점심 때 슬쩍 다녀와도 될만큼 가깝지만, '어린이' 도서관이다보니 전체적으로 소장된 책도 적지만..


어른 책이 서가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그래도 신간은 잘 준비되는 거 같고

넓지 않은 공간에서 딱 두어 개의 서가만 보면 되니까... 뭔가 제 집같아서(?) 편하고 좋습니다.



중앙도서관은 소장되어 있는 책이 꽤 많아서 일주일 8권 대출.... 때문에 늘 들었다 놨다 이거 뺐다가 저거 다시 꽂았다가 하면서,

"너는 다음주에 내 잊지 않고 찾아주마, 흑흑.." 뭐 이런 심정으로 두고 오는 책들이 많아요.


우선 빌려서 책을 읽으니

책 선택의 기준이 하염없이 관대해집니다.

예스24에서 고를 때 카트를 쉼없이 넣었다말았다 하는 그 것과는 아예 다르죠. 그냥 한번 읽어볼까? 싶으면 곧장 책 있는지 확인하고 메모해놨다가

빌려 읽어요.

별로라했더라도 조금 아쉽긴 하지만 크게 막... 그러진 않고.



빌려 읽다보니... 책에 다른 사람의 흔적들이 있잖아요?

머리카락이나.... 손톱 뜯긴 거.......-_-;;; 도 있고(그걸 왜 굳이 책장 갈피에 끼워놓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알 수 없는 얼룩?이나 물에 젖었다 말라서 우글우글해진 것도 있고,


얼마전엔 이(치아) 자국이 있더라고요....-_-....

필시 화장실에서 읽었나... 그래서 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읽던 페이지 그대로 앙 물었.... 나... 봐요....;;;


공공기물이니 조금 깨끗하게 보면 좋으련만..





그래도 책은 구입해 읽는게 좋은 거 같애요.

책장에 꽂고 틈날 때 종종 다시 펼쳐봐야 진짜 내가 읽은 책 같은데... 휙휙 빌려 읽으니 그때 그때 좋았던 부분을 따로 폰으로 찍어두고

읽은 날짜 기록하고 감상도 써놓고 해도..

다시 보낼 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고 허전하더라고요.




12월 셋째주부터 지금까지 대여해 읽었던 책 중에 꼭, 구입해서 내 책장에 꽂아야겠다..는, 너는 잊지 말아야겠다, 고 생각하게 한 책들이 좀 있어요.

1.김연수의 파도가 바람의 일이라면/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앞의 장편도 뒤의 소설집도 다 좋았습니다. 별 다섯 개 중 세 개 반?쯤?^^

2.미치오 슈스케의 광매화- 단편소설 6편,인데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약간 음산하기도 한데... 그래도 따뜻했어요. 앞편의 조연이 뒷편의 주연이 되어 다시 등장하는 형태로 연쇄고리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좋았고요. 이 작가를 알게 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3.김려령의 너를 봤어 ; 완득이로 유명한,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의 성인 소설(?)이예요. 음산하고 어둡고 우울한데... 작가의 이야기가 새롭고 좋았습니다. 흔한 것 같지만 절실한 사랑도 좋았고요.


4.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 ;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지난해 소설 중 최고였어요. 소설의 가치, 그리고 잊지 말아야할 일들에 대해서 묵직하게 써내려간 힘이 좋았습니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2010년 경 나온 장편이더라고요. 두 여자와 한 남자, 그리고 그 앞선 부모 세대의 사랑까지 얽히고 설킨 이야기인데.... 아, 굉장히 좋았어요. 성실하게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5.성석제의 투명 인간 ; 최근 단편집을 보고 다시 성석제라는 작가를 찾아보고 싶더라고요. 선의가 악의를 이겨나가는 이야기, 한없이 착한 주인공, 그리고... 깊게 담겨 있는 뭔가 우직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재밌는 이야기면서 작가의 저력(?)을 느끼게 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쓰잘데없는 도서관 이용 바낭...이면서,

잊지 않고 다시 만나야할 책들에 대한.... 한탄...인가 싶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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