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1 22:00
책을 돈주고사면 그 내용까지 자기 것이 되는 줄로 꼭 착각들을 한다. - 쇼펜하우어 RT @philo_quotes: the purchase of books is mistaken for the appropriation of their contents
— 정연수 (@yearn_soo) 2011년 1월 9일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문화상품에 값을 지불하는게 예술가와 교감하는 것이라는데
도서관에서만 소설책을 보는(라이트노벨 포함) 사람은 예술가와 교감하는 것일까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도서관이라는 것도 정당한 통로이긴하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니 값을 지불했다고도 볼 수 있긴 하겠지만
값을 지불해야 예술가와 교감할 자격이 주어지는 기준이라면 좀 애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로서는 딱히 도서관에서 보는 것과 사서 보는 것의 근본적인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요.
이건 만화방이랑도 약간 다른 문제같기도 합니다. 만화가중에 만화방이 수익을 비합리적으로 뺏어간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좀 봤었죠.
게임도 그런 면이 있는데, 제가 예전에 많이 봤던 게임블로그는
게임패키지를 정말 많이 사는 분이었습니다. 패키지를 모으는게 취미인 사람입니다. (밸브의 패키지는 너무 썰렁해)
게임을 예전엔 많이 하긴 했는데 어느시점에선 거의 패키지만 살뿐 플레이는 거의 안하는것 같더라구요.
"좋은 게임이군요. 물론 플레이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느낌이죠.
요새 10년도 전에 샀던 게임을 하고 있는데, 아마 언제까지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 게임은 저에게 의미없는 게임이었을겁니다.
우표 수집이라면 모르겠지만, 영화나 만화책 등등을 모으면서 그저 모을뿐 경험하지 않는다면
크리에이터와의 교감 면에서는 무의미한 거 아닐까요.
물론 두 가지는 같이 있어야되고, 그래야 산업이 유지되고 그게 정당합니다.
부분유료 게임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돈을 전혀 안쓰고, 집에서만 하는 사람은
게임에 대한 불평을 말할 수 있는가. 피시방이라도 가서 이벤트라도 타먹는 사람은 얼마간의 돈이라도 가지만
동접수 올리는 것을 제외하고 인원수만 채워주는 사람은 그것만으로 게임에 대해 불평할 수 있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게 가장 그럴듯하게 맞물리는 지점이 도서관에서만 책을 보는 경우겠죠.
마무리가 안되니 유튜브나
2015.02.21 23:56
2015.02.22 00:12
책이란 물건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죠. 게임패키지가 그 자체로 예술품인것처럼요.(일해라 밸브) 책을 쓴 작가나, 게임을 만든 크리에이터와의 교감이란건(패키지나 책디자인한 사람과의 교감이 아니라) 쓴 걸 읽고, 게임을 플레이하고 음악을 듣는 것에 있는거겠죠.
2015.02.22 00:46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도서관이라도 있어 다행이지요 더 이상 뭐 복잡하게 생각할 여유같은 것도 없고
2015.02.22 01:48
2015.02.22 10:37
ms는 잘 모르지만 블리자드 패키지는 정말 볼만하죠. 내용도 알차구요. 예전게임엔 매뉴얼도 정말 충실했었구요. 추세가 그러니 어쩔수없긴합니다.
2015.02.22 22:21
도서관에서 빌리고도 책을 안보는 사람도 있는 걸요. 예전에 아이 진학을 위한 스펙 만들어준다고 도서관에서 꼬박꼬박 아이 이름으로 책 빌렸다가 반납하기를 반복하는 엄마 이야기도 봤어요. 저만 해도 욕심내서 빌렸다가 앞만 보고 기한 되어서 반납한 책들이 꽤 되지요. 그러고나면 또 안빌려보게 되더라고요. 더불어 빈자에게 집 근처 시립도서관은 여러가지 의미로 은혜롭습니다.
2015.02.23 10:08
2015.02.23 09:22
문화상품을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그 문화가 계속 재생산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돈을 버는 한은 책을 사서 보겠다는 다짐을 했고 십수년째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비루한 책장이 더이상 감당을 못해서 고민중에 있습니다.
있는 책들중에 일부를 슬슬 빼서 버리기 시작했고..커가는 조카들 책장으로 이전도 추진중이고..
하지만 이것들도 근본적인 대안일 수는 없습니다.. 고민중입니다.
2015.02.23 10:09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겠죠. ‘책’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 않는다면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나 원래 책의 가치에는 ‘눈에 보이는 폼새(?)’와 ‘독서로 얻어지는 효용’ 두 가지가 공존해왔습니다.
현대에 그런 점이 심해졌다기보다는…… 오히려 예전으로 갈수록 책에 담긴 지식의 가치보다는 장식성이나 소장가치로서 더 높이 평가되었지 않나 하는 인상이 있습니다. (서양은 그랬던 거 같은데, 동양은 또 안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지금도 인테리어업자들이 거실이나 서재, 로비 등을 꾸미면서 ‘책장과 책을 한꺼번에’ 맞추어주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전자책이 등장하여 책의 내용만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분적인 대안이 되어주고 있으므로, 종이책에 대해서는 장식성이나 소장가치의 비중이 다시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어떤 면에선 중세로 돌아가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콘텐츠의 가치는 복합적입니다. 장식성과 소장가치는 (일부 교양인들의 비웃음을 살지언정) 결코 책의 부수적인 가치가 아니고, 담긴 내용과 함께 책의 본질을 이루는 한 부분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 그렇게 미래에는 더욱 그럴 겁니다.
……
종이책은 보면 본만큼 티가 납니다. 한번 보면 한 번 본만큼, 두 번 보면 두 번 본만큼. 책장엔 손때가 묻고, 책등은 보기 좋게 벌어지고(재수 없으면 쪼개지고), 곱게 때가 묻은…… 사실 곱게 봐야 할 필요도 없죠. 들고 다니다 보면 구겨질 수도 있고, 별 의미 없는 낙서를 적을 수도 있고, 보던 자리에 떡 먹던 젓가락을 끼워놓고 다음날 다시 열어보니 떡과 책장과 젓가락이 붙어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죠. 하여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