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2 17:46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 전기영화이면서 베네틱트 컴버배치가 주연이라 꽤 핫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게시판에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뷰티풀 마인드가 더 낫다며 비추하는 의견도 있고요.
저의 경우는 꽤 흥미롭게 봤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불안과 공포가 느껴지는 듯 한 배경묘사와
앨런 튜링의 기계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흥미롭고요. 그 과정 때문인지 기계가 돌아가는 순간에 긴장감과 흥분도 느껴지더군요.
또한 인물들과의 관계가 인상적인데 특히 앨런 튜링과 조안 클라크의 관계가 매우 좋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 기준으로도 자기가 분명한데다 다소 특이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인물들인데
혹시 만드는 사람들의 판타지를 인물에 투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지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인터넷으로 영화의 사실과 픽션에 대한 내용을 대충 검색해보니, 제가 거의 좋게 본 장면들이 픽션이더군요.
만드는 사람들이 혹시 영화에서라도 인물들에게 무언가 선물을 해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갑자기 모 소설과 영화가 생각나네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아주 좋습니다. 제가 누구 연기 평가하고 이런 자격은 없고 그냥 보고 느끼는 대로 쓴겁니다. ㅎ
툭 건들면 부서질 것 같고 그냥 인물을 보기만해도 마음이 아픕니다.
본래 앨런 튜링이 중심이 되는 영화지만 그 인물에 힘을 실어 준 것은 베네틱트 컴버배치의 연기라고 생각되네요.
이다는 제가 이런저런 썰을 풀 수 있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네요. 단지 상영환경 때문에 몇 글자 쓰고 싶은데,
우선 3:4 비율 영화라서 어딜가도 양 옆에 블랙바는 있겠구나 싶어 시간만 보고 구로CGV를 갔습니다.
그런데 블랙바가 문제가 아니라 화면이 사다리꼴로 나오더군요. 1.85:1 화면비율 극장이었는데 그 비율의 영화도 그렇게 스크리닝 되나 싶더군요.
무비꼴라주가 있는 CGV의 지점인데 이래도 되나... 싶어서 고객센터에 글을 남길까 했지만, 그래도 개선할 생각은 전혀 안하겠죠.
압구정CGV의 경우 지난번 '마미' 상영 때 딱 정사각형으로 상영했고, 요즘에 마스킹도 잘해줘서 그 쪽으로 갈껄 하고 상영시간표를 보니 밤 11시...
서울에 극장이 이렇게 많은데 영화 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또, 이 영화는 3:4비율이지만 위아래로 길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면의 대부분이 배경이고 인물은 맨 아래나 어느 한구석에 위치해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인물들이 대화를 할 때면 자막에 얼굴이 다 가려버립니다. 표정을 볼 수 없어요... ㅡ_ㅡ;;
요즘 영화들은 자막에 중요한 장면이나 문구 등이 겹칠 것 같으면 좌우상하로 조절해서 자막을 넣던데 이 영화에선 그런 센스가 없었네요.
자막에 대한 아쉬움은 상영환경 잘 구축된 극장에서 봐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네요.
아직 안보신 분들은 미리 마음에 준비를 하시길 바랍니다.
2015.02.22 18:57
2015.02.22 19:12
암호학에 관심이 많아서 저도 이미테이션 게임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니그마를 해독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나오지 않아서 좀 아쉬웠지만 영상으로 표현할 때 여러가지 제약조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속에서는 앨런 튜링이 자신이 만든 기계를 크리스토퍼라고 부르는데 실제로는 BOMBE라고 했었다지요. 그리고 앨런 튜링이 최초로 고안해낸 기계가 아니고 폴란드 수학자들이 만든 해독기계를 고도화한 것이라고 하죠.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것이라고 봅니다.
2015.02.22 19:17
저도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컴버배치의 연기가 정말 좋았어요. 부서질 것처럼 나약하면서도 집중하는 순간에는 더 없이 강렬하더군요.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주제를 다루는 방식과 분위기가 영국적으로 점잖았던 탓에 튜링이 동성애자로서 겪어야 했던 고통이 온화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았나 해요. 암호해석에 대한 강박을 묘사하는 부분은 정말 강렬했던 것에 반해서 튜링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은 그만큼 강하지 않았거든요. 소수성애자로서 겪어야 했던 고통이 튜링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컸을 거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묘사 수준은 좀 위선적으로 느껴져요.
2015.02.22 21:22
저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Arte 관에서 이다 봤어요. 처음 가봤는데 작지만 꽤 쾌적한 분위기더라고요. 별 정보 없이 보러가서 처음에는 필름이 잘렸나 의심했는데, 점점 적응이 된 건지 불편없이 보고 나왔네요.
자막은 다른 영화보다 좀 작았는데 화면 비율에 대한 배려인걸까요? 여튼 굉장히 아름다운 영화라고 느낀터라 또 보러 가고 싶네요.
2015.02.23 00:06
구로 씨쥡에서 이번주 화욜 보이후드를 해주기에 갈까 했는데 그런 문제가 있군요.;;
2015.02.23 04:37
이미테이션 게임은 연기나 구성 등 여러가지 면에서 균형을 잘 맞춘 영화 같아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앨런 튜링은 BBC 사극에서 연기했던 티전스라는 인물과 셜록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도 들고.. 아무튼 이 양반 연기는 이젠 그냥 믿고 보네요. 초반에 27살이라고 할때 잠깐 크흡 했지만(미안)..... 시각에 따라서는 암호 해독 관련 내용이나 성소수자로서의 고통이 생략적으로 묘사된 점이 아쉽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구요.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쟁에 깊숙이 휘말릴 수밖에 없는 개인의 상황이나 전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상황묘사가 인상적이었어요. 나치 치하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들에 대한 책 내용도 생각나고요. 매튜 구드는 화면에 나올 때마다 자꾸 박찬욱의 스토커가 연상됨..
2015.02.23 10:27
게시판에서 얘기가 덜 된건 요즘 킹스맨 지분이 많아져서.... 컴버배치 연기 정말 좋았구요 그의 아역또한 끝내주던데요. 애는 인상때문에 그런지 그 인물 그자체 같았어요.
영사각 문제이니 쉽게 바뀌지 않을 겁니다. 구로 CGV 쪽이 구조면에서 그런 게 좀 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