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4 03:40
1.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2005년 펴낸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돼지 흥분제 이야기'에 한 꼭지를 할애합니다. 대학교 시절 친구들과 약물을 사용해 강간을 모의한 사건을 기술한 내용입니다. 홍후보가 강간을 시도한 것은 아니고 친구가 강간을 하도록 도와줬다는 내용이지요. 당시에 친구들 중 누군가가 돼지발정제를 구해줬다고 기술했는데, 2017년 4월 22일에는 실화가 책 내용과 다소 다른 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강간모의사건을 알리지 않고 묵과한 것은 잘못이라고 하지요. 이에 대해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혈기 왕성한 대학교 1학년때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너그럽게 국민들께서 감안해주셨으면 좋겠다". "지금으로부터 45년전, 지금이랑은 사회적 분위기가 다른 상황이었다"라고 말합니다.
2. 이 뉴스를 접하고 저는 며칠간 충격에 빠져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홍준표 후보가 이런 인물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홍준표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뉴스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홍준표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이 이렇습니다.
J** 드러내 놓고 말은 안해도 그 시절 머스마들의 치기지요 ..
박** 미안 부끄담이지만 어릴때 준강간정도 대다수청년 소년들 그렇게들 좀했다죠 그게 지금생각하면 떳떳한건아니지만요..남녀불문 대다수는 감추고 있지만 홍후보는 용기있게 반성문 쓴거 아닙니까 다했다하다가 젊은여성에게 혼났네요
요즘여성들 맹렬해..아휴
양** 철없는 시절에 치기어린 친구들의 장난에 반성까지 하였는데 무엇이 문제입니까? 잘못을 인정하는 쿨한자세! 이나라를 맡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건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평소에 점잖던 사람들까지, 홍준표와 술 한 잔 하고 싶다느니, '항상 답답한 것은 수십년 전의 사회상에 현재의 도덕적, 법적 기준을 들이대는 사람들'이라느니, '과거 백년전에도 한반도에 거주하던 인간들이 지금처럼 문명적으로 삶을 살았'겠느냐느니, 하더군요. 놀라운 건 이 분들이 평소에 홍준표 지지하던 분들로 보이지도 않더란 겁니다.
2. 그런데, 홍준표가 대학교 1학년이었던 45년전에도 강간은 죄였습니다. 45년전에만 그랬을까요? 창세기에서 야곱의 딸 디나가 세겜에게 강간당하자, 야곱의 아들들은 디나를 세겜에게 시집보내자는 제안도 무시하고 세겜과 세겜의 아버지와 그 일족의 남자들을 모두 죽입니다. 로마시대 초기, 루크레티아가 섹스투스에게 강간당하자 루크레티아는 자살하고, 부르투스와 시민들은 섹스투스와 그 일가를 로마에서 쫓아내죠. 여성은 자기 성생활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다는, 여성 성 자기결정권까지 담론이 나갈 것도 없습니다. 가부장이면 가부장일 수록, 마초면 마초일 수록, 여성의 순결을 존중하고 강간하는 자들을 징벌해야지요. 어떻게 여기다 대고 문화적 상대주의 (cultural relativism)을 들이댑니까?
3. 제가 아는 분이 40여년 전에 강간당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했습니다. 정말로 큰 상처였습니다. 이 분 남편이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저는 기뻤습니다. 40여년간 이 여자분이 당한 고통은 말로 다 하지 못합니다. 남자들이 돼지발정제 이야기하면서 여자들을 마치 사냥하다가 놓친 짐승을 이야기하듯 할 때, 여자들끼리는 경멸의 눈초리로 저 개차반들, 인간 못될 것들, 어디서 벼락 안떨어지나, 하고 본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4. 강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을 망쳐놓고 심리적, 육체적 상흔을 남깁니다. 그런데 강간은 얻어맞아서, 몸에 성기가 들어와서,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잃어버려서, 부모님께 상처를 줘서 상처가 되는 것도 있지만, 다른 원초적인 공포도 동반하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유전자와 나의 유전자가 섞인다는 그 원초적인 공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아십니까? 남자들은 도무지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당신과 내 인생이 엮이는 게 싫고, 당신의 코도, 눈도, 입도, 걷는 모습도, 구취도 싫은데, 평생동안 아이에게서 싫은 유전자를 본다는 거. 그리고 그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닦아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보살펴주고 교육시켜줘야한다는 것. 이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아십니까?
영화 Don't breath에서 주인공 맹인 노인은 젊은 여자를 자기 몸으로 강간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 정액을 육즙 끼얹는 기계 (거대한 스포이드)로 그 여자의 몸에 집어넣으려 할 뿐입니다. 분자생물학적인 강간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감독이 머리가 좋다고 느꼈는데, 여자들이 느끼는 강간의 원초적 공포를 몇 개의 코드로 잡아냈기 때문입니다.
5. 네, 저도 돼지발정제, 물뽕, 최음제 이야기, 술자리에서 들어봤습니다. 남자 동료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자기는 얼마나 인맥이 좋은지, 어느어느 곳에 가면 어느어느 바텐더가 있는데, 그 바텐더가 맨날 "형님, 맘에 드는 여자 있으면 데려 오십쇼. 제가 약 넣어드립니다"고 했다구요. 그래서 자기는 아니고 자기 친구가 데려갔더니, 여자들이 섹스하러 가기는 커녕 졸려서 빨리 집에 가자고 하는 바람에 산통 깨졌다구요. 수많은 강간 이야기, 강간 할 뻔한 이야기들을 저도 들었습니다. 그게 듣는 여자들 입장에서는 공포인데 이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게 웃기느냐고 반문하면 나 아니고 내 친구 이야긴데 왜 그러느냐고 하지요. 정말 그게 웃깁니까? 여성들에게는 현존하는 위험입니다.
6. 그런데 그게 웃기다고 자기 자서전에 집어넣어요? 그게 웃깁니까? 한 나라의 대선후보라고 나선 사람이,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나를 만들었나'를 설명하는 자서전의 한 꼭지가, 성폭력 범죄 공모입니까?
7. 심상정 후보가 3차 후보토론회에서 이렇게 발언했다고 합니다.
“한 가지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겠다. 이번 대선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대선이다. 저는 오늘 홍준표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다.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 홍준표 후보는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심상정 후보에게 저는 표를 던질까 합니다.
+ 제목 수정했습니다.
2017.04.24 08:09
2017.04.24 08:42
준표는 상상범이 아니고 실행범
2017.04.24 11:07
언제나 이런 일 터질 때마다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어제는 아는 분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일부 남자들이 극도의 호모포비아에 빠지는가…그러니까 기실 그것들이 바로 '저런 남자들'이었기 때문이구나 싶더군요. 여성에 대한 생각이 저 수준인데, 동성애자들을 머리에 떠올린다면 자동으로 연상되지 않겠습니까…그것들이 나를 저런 식으로 생각하겠구나! 남자가 성적 대상이 된다는거, 평소에 여자에 대해 성적으로 저런 더러운 망상을 즐기다가 바로 다이렉트로 그런 감정을 역전해서 느끼게 되는거죠. 이렇게 생각해 보니 그 미칠듯한 분노의 근원이 과연 어디서 오는가 알겠더군요.
2017.04.24 11:40
인터넷에서 GHB 팔다가 잡힌 사람의 인터뷰를 봤는데 구매 고객들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고 했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범죄자, 양아치들이 아니라고 학생, 회사원 등등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고객층의 대부분이었다고.
2017.04.24 13:31
2017.04.24 14:10
2017.04.24 12:04
45년 전에는 사회 분위기가 달랐다고 해도 자서전을 쓴 건 12년 전..
홍준표도 가관이지만 와이셔츠가 찢긴 채로 울고불고 난리쳤던 그 분은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을지..
박재완 장관, 장충기 삼성그룹 사장, 서충일 STX팬오션 부사장, 정해문 주태국대사 중 한명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박재완은 부인했다고..
2017.04.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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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이랑 이상해... 그리고 신성일도였던가요. 뭐 그런 유명인들이 티비에 나와서 본인들의 범죄를 통한 결혼을 사랑의 표현 내지는 열정 넘치던 추억 정도로 떠들고 다니는 나라니까요. 박범신의 인간 시장이었던가... 무슨 옛날 소설에서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 녀석이 '돼지 발정제 하나면 그녀를 내것으로 할 수 있지만 난 그녀를 아끼니까!' 와 같은 식으로 쿨하게 읊조리는 대목을 읽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마 홍준표도 딱 그 정도의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거겠고 쉴드 쳐 주는 사람들도 비슷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