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8 22:57
한 십 오년전에 노인을 상대로 일을 했었는데 어쩌다 그 일을 최근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고객층이 노인들인거죠.
일은 어렵지 않은데 노인들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야할 때가 있어요. 제 임계점은 7분정도입니다.
그 이상 넘어갈 것 같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끝냅니다.
문제는 아주 가끔 넘어갈 때가 있는데 제가 아주 다른 얼굴이 되죠. 아주 무서운 목소리가 나옵니다.
직업상 친절해야하는 게 맞는데 그걸 유지하려면 상대하는 사람을 줄여야합니다.
사람을 줄일 수 없으니 대면하는 시간을 짧게 하는 수밖에요.
해본 일인데 왜 이리 힘이 들까? 내가 나이먹어서 일까? 싶었는데 잠깐 한가해지니 답을 알아냈습니다.
십 오년 전 제가 상대한 노인은 갓 60에서 많아봐야 70대 중반이었는데 현재 상대하는 사람은 거의 80대.
90대도 꽤 된다는 거죠.
일단 집중도와 이해도가 현격히 떨어지니 대화자체가 별 의미가 없는거였어요.
아무리 일러줘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물으면 딴소리하고 정말 작은 아기같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인생 백세시대라니... 속은 녹슬어가고 있는데 외양만 번지르르하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네요.
은퇴후 여러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그 이후 체력과 지력이 고갈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을
제가 통제할 수 있느냐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기간은 점점 길어질 것 같거든요.
* 혹시 은퇴후 사업을 계획하시는 분. 노인관련 일을 준비해보세요.
관련 자격증 공부하시고 커리큘럼, 세미나에 나가서 노인복지에 대한 정부정책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 노인이라는 말에 비하의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어르신은 아부하는 말이 분명하지만요.
나이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노인을 순우리말로 바꿔보라는 공모가 예전에 있었습니다. 전 '한나이'라고 응모했는데 주위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지금도 억울합니다. '한'은 우리말로 크다, 많다.. 이런 의미 아닙니까? 좋지 않나요?
2018.04.18 23:34
2018.04.18 23:37
어릴적에는 그냥 나중에 깔끔하게 죽어야 겠다 라는 생각이었죠,
좀 나이 먹고는 건강하게 한번 살 수 있을때까지 살아볼까 라는 생각이었고
이제는 그저 죽을때 되면 알아서 죽겠지 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죽어서 가족/남에게 폐끼치지않게 저승갈돈은 내힘으로 마련해보자 라는 생각입니다.
2018.04.19 00:20
한나이 하네 그런 뜻으로 다 아는군요.
온나이는 어땠을까요 온나이 다 처먹고 그런말 들어본거 같은데 확실하진 않군요.
그렇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서 좋은 말인 어른답다와는 차이가 있죠.
그런데 나이 먹었다고 어른스러울 책임은 없는거고요 없는 사람 따져봐야 그렇고.
다 일흔에 의무적으로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2018.04.19 07:33
2018.04.19 09:36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르죠. 젊은 사람도 치매에 걸리면 대책이 없고 100살이 넘어도 멀쩡한 지력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어요.
현대의학으로 죽은 신경세포를 살려낼 방법은 없으니까 뇌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경우 안락사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8.04.19 16:15
2018.04.19 19:06
진심으로 나이드는게 무서워요. 치매에 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 현재 몸이 안좋으신 아버지를 보니까요. 다만 저와 그분들이 다른 점은 그분들은 결혼을 해 자식을 낳고 무사히 운과 노력과 희생으로 가족을 그만큼 일궈 병들었을때 가족들이 보살펴주지만, 전 99%의 확률로 결혼도 출산이나 입양도 하지 않을 거란 거죠. 뭐 그렇게 연애만 반복하며 반려견과 사는건 병들기 전까진 행복하겠지만 병들고 나면 느리고 고통스러운 자연사나 빠르고 고통스럽고 본능을 이기는 용기가 필요한 자살 외엔 방법이 없는데 그쯤 되면 왜 한국은 안락사가 불법일까 하고 국가가 너무 원망스러울 것 같아요. 오늘 호주에서 버튼 하나로 1분만에 질소로 고통없는 안락사가 가능한 기계를 발명했단 기사를 읽었는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거 얼마면 살 수 있을까? 였어요. (http://m.insight.co.kr/news/150830)
2018.04.19 19:27
살고 싶은 만큼 살 수 있다면야 전 정말 올해가 마지막이라도 별로 유감이 없네요.
사실은 내일 죽어도 별로 아쉬울건 없어요. 엄마랑 늘 하는 말이 내일 죽어도 나는 여한이 없다죠. 오래 살고 싶은 우리 아버지 정말 이해 안된다고 둘이서 늘 말하죠.
전 지금까지 정말 충분히 오래 살았어요. 이렇게 수십년을 살았는데 꼭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깨지고 부딛히고 좋아하고 미워하고,,,,,,,,,,
미치도록 빠져서 사랑했던 사람도 있었고 미쳐있던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사랑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전 충분히 다 내 인생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영원할 수 없을 것이고
아둥바둥 사는 일상은 싫어요. 살아있는 한 먹고 살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게 참 싫구요.
Why me?라는 에니메이션이 생각나요. 의사가 5분뒤면 당신은 죽습니다.라는 선고를 받고 그 사람이 "나는 타지마할도 못봤어,,,~도 못했어. ~도 못했어."라면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안타까워하죠.
그런데 해보지 않은 일들이 많다고 해도 어차피 그걸 살아있는 인간으로써 다할 수는 없을거에요.
2018.04.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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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큼 살려고요?
네?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될수 있는한 욕심을 갖고 오래도록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입니다.
우리가 유치원 어린아이에게 뭔가를 바라고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주는 사랑이죠, 기브앤 테이크를 바라지는 않잖아요.
집중도 떨어지고, 이해력 떨어지죠... 자꾸 잊어버리고,
한말 또하고, 한말 또 하게하고.
그래서, 한말 또 듣고, 한말 또합니다. 그냥 무조건이요. 최선을 다해서, 여건이 되는한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