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0 00:46
제가 다니는 신경정신과 선생님은, 죽음 이후에도 우리가 존재할거라는 것을 종종 말씀하셔요. 꿈의 분석이나 몇몇 심리학적 연구 결과, 책들을 근거로 들면서요.
죽어도 내 존재가 끝나는게 아니라면, 어찌됐든 주어진 삶을 끝까지 살아내어 봐야 하지 않겠냐고요.
물론 본인이 개신교 신자이신 점도 그 믿음의 주요한 이유인 듯해요.
하지만 전 무신론자이고 죽으면 무존재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나 길냥이나 흔하게 피어있다가 악 소리도 내지 않고 밟혀 죽은 작은 꽃이나 입장 다를게 없죠.
황석영 소설의 한 대목처럼 그냥 눈 질끈 감고 휙, 하면 다 끝나버릴 것 같고요.
제가 그냥 개나 고양이나 새였으면 자신을 동정하거나 나르시즘에 빠지지 않고, 생명의 본연을 충실하게 살다가 죽지 않았을까 싶다고 하니, 선생님이 그런 점에서는 식물이 더 낫다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리고 길냥이도 사는게 힘들어서 얼마 못산다, 원래는 닭도 오래 산대요, 그럼 우리가 다 잡아먹어서 그런가보네 안먹을 수도 없고ㅠㅠ.. 이런 저런 대화들이 이어졌어요.
무신론적 사고방식이 우주의 진실이라 할지라도, 그건 살아가는 시간들을 참 허무하게 느끼게 하는거 같아요.
신이 있고 천국이 있고 그런게 수천년 전에 만들어진 환타지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진실 여부를 떠나 그 믿음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아가는 힘이 되는거겠죠.
예술이나 사랑에 대한 갈망도 결국 종교와 같은거 같아요.
어쨌든 살아있는 생물은 생명력이 넘칠 때 아름다운거고, 무엇을 근거로 하든 생을 긍정하는 사람의 얼굴은 거울 속 내 썩은 얼굴보다 훨씬 빛이 나더라구요.
2018.04.20 00:54
2018.04.20 01:03
그 신경정신과 선생님은 환자에게 성수를 뿌려서 치료할 것 같네요. 샤먼이 치료하는 병원.
2018.04.20 01:07
2018.04.20 03:09
2018.04.20 07:04
2018.04.20 10:55
2018.04.20 23:13
그냥 무화되는 상태라고 믿고 싶은데 거대한 우주의 섭리가 있어-인터스텔라의 그 무수한 차원의 방처럼요- 과거, 미래에 환생같은 형태로 태어날까봐 걱정됩니다. 최악은 인간이 아닌 존재겠고요. 어쩐지 전 존귀한 존재같아 그럴것 같지는 않고요.
이왕이면 의학이 절대적으로 발달한 미래에서 안아프고 - 제가 고통에 아주 취약합니다 - 과학문명을 마음껏 누리는 삶을 살고 싶어요.
2018.04.21 01:41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죽음이라는것은 때가되면 나에게 올것이라는 생각이지요, 준비라는것도 해볼 수 있겠지만 그런다고 준비라는게 끝이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죠.
신이든 무신이든 그저 내방식대로 열심히 살아봐야 하는게 삶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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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끝이지만 그런 저런 대화가 도움이 많이 될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