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양가성, 번개)

2019.01.16 03:55

안유미 조회 수:656


 1.돌아오니까 조금 지겹네요. 오늘 하루는 제법 열심히 살았어요. 제법 열심히 살았다는 건 꽤 많은 일을 했다는 뜻이예요. 여기서 말하는 '많은 일을 했다'는 건 '많은 이벤트가 일어났다.'라는 뜻이고요. 



 2.하지만 이렇게 돌아오면 당연히 지겨운 거예요. 이제 잠을 잘 거지만 잠드는 순간까지는 지겨운 기분을 느껴야 하겠죠. 하루를 나눠보면 분명 좋은 시간도 있고 이렇게 지겨운 시간도 있는 법이겠지만...이 점을 용서할 수가 없단 말이죠. 이 지겨운 순간들은 지우개로 아무리 지워도 절대 지워지지 않는...아주 약간의 연필 자국처럼 내 인생에 계속 남아있죠. 


 결국 이 지겨움은 죽어야 없어지는 건가...싶기도 하고. 아니면 강아지를 키우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반겨 주는 강아지가 있으면 잠들 때까지 맛있는 것도 주고 놀아주다가 재워주고 나도 자면 되니까요.


 하지만 강아지를 키워도 문제예요. 나는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있지 않거든요. 강아지를 혼자 냅두면 우울증에 걸린다는데...괜히 나와 만나게 해서 우울증에 걸릴 운명을 겪게 하는 것도 나쁜 일인 것 같고.



 3.아까전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결혼과 육아를 남의 바둑판 보듯이 본 적은 많지만 직접 해본 적은 없어요. 어떤 사람은 결혼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육아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하고...뭐 그랬어요.


 결혼과 육아...얼마나 큰 책임감이 필요한 일일까 생각해보곤 해요. 그리고 늘 내리는 결론은 한가지예요. 내겐 그걸 끝까지 해낼 수 있을 정도의 책임감은 없다는 거 말이죠.


 어쩌면 1년...2년...10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배우자와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는 건 글쎄요. 어쩌면 그 끝이란 게 70년이 될 수도 있는거잖아요. 



 4.휴.



 5.인간이라면 누구나 외롭고 싶지 않겠죠. 그리고 또한 누구나 방해받고 싶지 않겠죠. 외롭고 싶지 않지만 방해받고 싶지도 않다...그 두가지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며 사는 건 매우 힘들어요. 그야 다른 사람을 자신의 인생의 불쏘시개로 여기는 소시오패스라면 그게 쉬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저 두가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놓는다는 건 꽤나 힘들단 말이죠. 노력하면서 이리저리 궁리해 봐야죠.



 6.내일은 맛집이나 가볼까 해요. 어딜 가지...데블스 도어에 가보고 싶기도 하고 마고그릴에 가보고 싶기도 하고. 애프터눈 티 먹으러 가고 싶기도 하고. 아니면 tgi먹으러 가고 싶기도 하고 아웃백 먹으러 가고 싶기도 하고.


 하하, 한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말하는 맛집은 몽땅 프랜차이즈거나 '너무 알려진'곳밖에 없잖아요. 역시 견문의 폭이 너무 좁아요. 나는 밤의 서울은 잘 아는 편이지만 낮의 서울은 잘 모르니까요. 뭔가 이 세상에 하나씩밖에 없는 그런 맛집을 찾아다녀 봐야죠. 이틀 연속 마셔버려서 내일은 도저히 술은 마실 수 없어요.


 내일은 가로수길쪽을 돌아다닐 것 같아요. 워낙 오래 안 가봐서 뭐가 생겼나 탐험을 좀 해보려고요. 같이 맛집 가실 분은 쪽지...가 아니라 오픈채팅! 오픈채팅방 만드는 법을 배워서 번개방을 만들어 봤으니 이젠 거기서 디스커션해요. 그런데 만들어 보니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네요.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되는 거였는데 이거 하나 만들어서 올리는 데 열흘 넘게 걸렸다니. 번개하고 싶으면 간간이 와주세요. 뭔가 정신나간 얘기 하곤 싶은 사람도 괜찮고요. 남 욕하는 것만 아니면 괜찮. https://open.kakao.com/o/gpKxr6ab



 7.원래 이 일기는 어제 쓴 거예요. 어제 돌아와서 초반 부분을 쓰다가 잠들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쓰는 이유는 어제랑 오늘이 거의 똑같아서 건드릴 부분이 없더라고요. 어제 일기를 오늘 이어서 쓰고 있는데 고칠 부분이 없다니...이거 놀랍다고 해야 하나? 슬프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정말...열심히 사는 것 외엔 인생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매일 그걸 느끼고 있어요. 


 요즘 생각이 달라진 건, 보답받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왜냐면 노력해보기 전엔 노력이 보답받을지 어떨지 알 수조차 없는 거거든요. 하지만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 보니...사람들은 정말 죽도록 열심히 살고 있더라고요. 그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제적으로 노력하며 사는 거지만 그것 또한 노력은 노력이죠. 노력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다면 자발적으로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거예요. 어쩌면 노력하라고 떠미는 사람도, 상황도 없는 삶을 산다는 게 제일 무서운 일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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