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넘버투의 도시이자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해는 역사가 그리 오래된 도시가 아닙니다. 잘 알다시피 청나라말 미국과 유럽제국 열강이 중국을 털어 먹으려고 들어오면서

그 교두보로 삼으며 발전하기 시작한 도시지요.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등 방귀 좀 뀐다는 나라들이 저마다 상해의 주요지역을 차지하고 군사, 무역, 금융의 전진기지를 배치합니다.

가장 유명한 지역이 와이탄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와이탄은 당시 서구열강의 은행건물들이 들어섰고

현재까지도 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조계지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사용 경험을 갖고 있는 곳을 하나 예로 들면...

서울로 치면 충무로 정도에 해당되는 常熟路에는 스페니쉬 거주지가 타운하우스 단지 형태로 아직 남아 있는데 보통 3~4층 규모이고

1900년대초 아직 르꼬르뷔지에의 근대건축풍이 유행하기 직전의 근대건축의 맹아를 엿볼 수 있는 건축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이 보입니다.

조그만 마당을 제외하고 실내공간만 30m2 정도의 공간을 studio로 쓰려 입주할때 한국돈으로 월 70만원 정도였는데 2년 뒤 나올때는

140만원정도로 올랐더군요. 5년전에 이야기니 아마 지금은 180만원이 넘을듯 하군요.

2층~3층에는 아직 거주용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1층에는 광고기획사, 디자인 스튜디오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요.

타운하우스 단지지만 8개동 정도는 꽤 럭셔리한 별장식도 있는데 500m2 에 매매가가 50억이 넘더군요....;


단순 사용가치면에서 말도 안되는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문화적 희소성’입니다.

제가 예로 든곳은 단지 전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실내에 한해) 부분적인 리모델링만 가능하고 외관과 규모는 조금도 건드릴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재개발을 통한 투자가치는 전혀 없는 곳입니다. 


상해에는 이런 근대문화유산이 블록별로 지정되어 보존 보호 관리되고 있는데  대부분 비어 있거나 방치되지 않고 적절하게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명인들이 살았던 건물이면 통으로 박물관으로 만들어 개방해서 교육용으로 활용되고, 특별한 역사적 스토리가 없는 건물일 경우 상업용도로 개방해서

고급 레스토랑이나 샵으로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고 사용에 매우 불편하긴 하지만 ‘문화적 희소성’과 그 가치를 인정하고 선호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맞물려 

관련 전공자들이 이구동성 ‘매우 모범적인 케이스’라 인정하고 있습니다.


문화재라고 비어 있는 상태로 단지 구경의 대상만 되거나 방치되면 금방 망가지게 됩니다.

계속 생활의 떼가 뭍혀지고 다듬어져야 보존도 잘되고 수명이 연장되거든요.



제가 상해에 온 후 저와 비슷한 전공자들 (건축학,도시공학, 조경학 등등)이 꼭 한번 오고 싶은 도시라고 많이들 부러워하곤 했었습니다.

그 당시 (15년전) 한국에서는 아직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에 대한 공적 합의와 정책이 명쾌하게 자리 잡히지 않았고 일반적인 

대중의 이해도 상당히 낮았거든요.


격세지감이라고 수년전부터 한국에서도 근대문화유산을 ‘식민잔재’라는 프레임과 별개의 시선으로 접근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저런 시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군산은 물론이고 거창읍 같은 뜬금 없는 곳까지 사소한 역사적 흔적도 찾아내고 재생시켜 문화와 상업적 성공까지

만들어 내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들은 그냥 (민간)자본에만 맡겨두면 절대 불가능한 시도들입니다. 자본이란 괴물은 그냥 헐어내고 용적률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넓은 면적의 건물을 올리기만 하려하니까요. 


상해 역시 도시계획에서부터 공적 규제가 따르고 해당지역의 건물이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활용계획을 유도하고 촉진하는 역할 역시 공공기관이 주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실제 그 공간으로 들어가 적절히 사용하려는 ‘사람’의 창조적 투자행위가 매우 중요해요.

얼마전 알쓸신잡에서 소개된 공장을 개조한 카페 & 복합문화공간은 좋은 안목으로 선제적 투자를 한 사람이 없었다면 방치되거나 헐려버렸을 건물이

멋지게 재창조된 케이스입니다. 


‘1933’ 이라는  mall이 상해에 있습니다.  1933년에 세워진 ‘도살장’입니다.  엄청난 면적의 도살장인데 건물의 구조 대부분을 그대로 존치 시키고

복합문화쇼핑몰로 리모델링되었어요. 도살장이라 현재에도 시중심에서는 조금 떨어진곳, 서울로 치면 외대 근처? 그런데 이 프로젝트로 이 건물 일대가

활성화됩니다. 근대문화유산을 재활용하고 낙후된 지역을 재생한다는건 이런거죠.


물론 이런 프로젝트의 성공은 그 결과로 지가 상승과 젠트리피캐이션을 발생시킵니다.


하지만 이미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시중심이 아닌 주변지역, 아니면 지방의 경우에는  ‘성공’이 다 보장되는 것은 아니어서 ‘방치’에 따른 ‘슬럼화’를 막는다는 최소가치를 보고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손혜원 의원에 관한 투기의혹보도가 처음 나왔을때, 그 의혹의 대상이 목포 근대문화유산지역에 관한 것이라는 것만 듣고도

저는 sbs 가 또 양아치 짓을 하는거라는거라 바로 알겠더군요. 손의원의 해명 없이도 말이죠.

지방 (그것도 다 쓰러져 가는 낙후된 도시의 대명사 목포) 의 근대문화 공간 재생 프로젝트에 대해 손톱만큼의 관심과 지식이 있었다면 

‘투기’라는 말은 꺼낼 수 없습니다.  아니 저 인간들이 수년전 목포를 한번 가본 애들이 있었다면 감히 저런 발상의 주장을 못했을 거에요.


보존, 활용 가치가 있는 구역을 설정하고 기본 가로정비, 공공시설 정비와 개발규범 구축과 관리 시스템 운영은 공공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성공의 보장이나 성공의 기대가치가 높지 않은 투자를 하여 창조적으로 운영하는건 민간의 영역입니다.

연남동도 그랬지만 홍대앞과 합정동, 상수동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아직 부동산 비용이 저렴한 곳을 찾아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프로세스와 다를게 없습니다. 

정부에서 ‘문화유산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건 프로젝트의 필요조건정도이지 성공을 보장하는 필수조건이 아닌데도 

sbs는 손의원이 마치 의원 신분으로 특수정보를 몰래 활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한것처럼 주장을 했는데

이건 지난번 조폭사건을 이재명에 아무런 근거없이 뭍혀 소설을 쓴 ‘그알’처럼 양아치 짓입니다. 


문화구역 지정은 투자를 불러일으키기는 커녕 집주인들이 서둘러 건물을 헐어 버리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게 현실이거든요.

이미 서울에서 그런식으로 허무하게 사라진 근대역사공간들이 있습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사라진 경교장?인가  건국준비위원회가 활동한 공간이라든가....


손의원은 앞서 말실수나 오바로 구설수에 올랐던 의원이라 이번 sbs의 양아치짓에 현명하고 깔끔한 대처를 할 수 있을지 사실 좀 걱정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오랫동안 관심과 애정을 갖고 노력을 해온 분야의 일이니 주변의 전문가들과 더불어 이 참에 유사한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더 불러일으키고 자본과 공무원들의 열등한 인식과 감각도 교육 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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