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튜브에서 가짜사나이라는 컨텐츠가 인기라길래 한번 봤어요. 재밌더라고요. 이제 유튜브 컨텐츠는 하나의 예능 방송이랑 같아요. 유튜브를 만드는 사람은 예능 프로그램의 PD도 되어야 하고 출연자도 되어야 하고 MC도 되어야 하고 편집자도 되어야 하고 방송 작가도 되어야 하죠. 예능 컨셉을 잡고 출연자를 섭외하고 프로그램의 방향을 잡는 바람잡이 노릇도 해야 하는 거예요.


 그에 비하면 공중파 예능은 참 무거워요. 기획을 잡고 회의를 하는데만 한세월 걸리는데다 출연자를 섭외하고 일정을 조정해야 하고 페이를 맞춰줘야 하죠. 심의도 통과해야 하고 편성 일정을 잡는 걸 또 기다려야 해요. 그 과정에서 온갖 스탭과 작가들에게 들어가는 페이랑 제작 비용, 광고 비용도 어마어마할 거고요. 그런 기획을 한번 시도했다가 실패라도 하면 많은 돈과 기회비용을 날려 버리는 거죠. 이런저런 비용을 절감하고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유튜버가 속도면에서, 부담이 적다는 면에서 너무 유리해요.


 

 2.게다가 방송사는 케이블 티비까지 합쳐도 몇 개 되지 않지만 유튜버는 여러 명이예요. 유튜버 개개인 모두가 하나의 방송국이라고 생각하면 이미 존재하는 방송사가 재미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겠죠. 방송사의 제작 역량이 물론 일개 유튜버보다는 낫겠지만 시행횟수 면에서 방송사vs모든 유튜버를 생각해 보면 결국 유튜버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예요. 10마리의 소가 앞걸음하다가 쥐를 잡는 것보다는 100000마리의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쥐를 잡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3.결국 프로그램 제작이란 건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끄는 게임인데, 사람들의 인지 자원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모든 만화를 보고 모든 영화를 보고 모든 드라마를 볼 수는 없어요. 아니 사실 나조차도 모든 드라마나 모든 예능을 보지는 못하고 있죠. 21세기에는 내가 컨텐츠를 소모하는 속도보다 전 세계에서 컨텐츠가 생산되는 속도가 빠르니까요.


 시간도 많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긴 나 같은 사람도 모든 방송을 다 보지 못하는데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몇 개 정도의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면 더이상 컨텐츠에 할애할 시간이 없는 법이거든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빼앗는 게임에서 방송국이 지고 있는 중이죠.



 4.휴.



 5.물론 유튜브에서 프로듀스101이나 미스터트롯, 나가수 같은 신드롬급 프로그램이 나올 수는 없어요. 아직은요.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진짜 대형 기획은 아직 방송사에서만 나올 수 있죠.

 

 하지만 그런 대형 기획을 내놓는다고 해도 매번 기대한 만큼의 대박을 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 건 작정하고 만들어도 어쩌다 한번 폭발하는 거죠. 결국 대중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트렌드에 맞는 재빠르고 접근성 좋은 컨텐츠를 보게 돼요. 그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요즘 대부분 유튜브에서 나오고 있는 중이고요. 



 6.전문성 면에서도 유튜브 쪽 컨텐츠가 우위를 점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진짜 전문가보다는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을 소비하는 법이니까요. 예능이든 시사프로그램이든, 더 강한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파 프로그램은 이기기 힘들겠죠. 심의라는 족쇄, 편성이라는 족쇄, 객관성이라는 족쇄를 달고 뛰어야 하니까요.


 어렸을 때만 해도 그랬거든요. 3일 전 소식이면 그래도 '뉴스'라고 쳐주는 시대였어요. 지금은 저녁에 아침 뉴스를 얘기하면 욕먹는 시대죠. 왜 옛날 뉴스를 지껄이고 앉았냐고요.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교환되는 세상이 와버린 거예요.


 그리고 분야에 관계없이, 팬덤을 모으는 건 어쩔 수 없이 방송국보다 유튜버가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객관성 따윈 갖다버리고 그냥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해주면 되니까요.



 7.한 2년 전만 해도 주위에 유튜버를 해보겠다는 사람이 꽤 많았어요. 수상 스키 교관도 전직 스튜어디스도  스트리머나 유튜버를 하려고 했죠. 하긴 유튜브를 해서 성공하면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거든요. 돈과 인기, 그리고 돈과 인기를 보고 달려드는 사람들 말이죠.


 하지만 막상 요즘에는 유튜버를 하겠단 사람이 주위에 안 보여요. 아마도 유튜버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된 거겠죠.



 8.이제는 새로 유튜버로 뜨려면 정말 전문성을 지녔거나 정말 유니크해야 눈길을 끌 수 있어요. 개인 방송이 돈이 안 되던 시절...아주 오래 전부터 우직하게 방송을 해오며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사람들은 경력이 있으니 구독자를 모을 수 있지만 이젠 완전 레드오션이니까요.



 9.요즘엔 udt경력을 지닌 사람들이 유튜버로 뜨고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열심히 사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전 세대만 해도 그런 사람들은 고된 훈련을 다 해내고도 박봉을 받아야 했는데 갑자기 유튜브라는 게 생겨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썰풀고 인기와 돈을 모으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물론 모든 노력한 사람이 보상을 받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보상을 받는 날이 오려면 노력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거겠죠. 요즘 한참 뜨고 있는 udt대원들도 udt경력이 언젠가 인생의 로또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노력한 건 아닐 거니까요. 그냥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살다 보니 어느날 유튜브라는 돗자리가 깔린 거예요. 


 누군가에게는 허탈함과 좌절만을 안겨주는 신기루이지만 극소수의 누군가에게는 황금 돗자리가 되어주는 거겠죠...유튜브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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