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시즌'이라고 적었는데. 지금 나온 게 시즌 3까지이고 이게 작년 5월에 공개됐는데 이후로 1년 2개월동안 새 시즌 소식이 안 들리는 걸 보면 실제로 마지막 시즌이 될 확률이 높겠죠. 뭐 암튼 이번에도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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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가난한 사람들 사는 좁아 터지고 옆집 소음 서라운드로 다 들리는 아파트 복도랍니다. ㅋㅋ 극중에 드립도 한 번 나오죠.)



 - 시작은 1년 전입니다. 이 시리즈는 맨날 과거, 현재 교차 형식이네요. ㅋㅋ 암튼 1년 전. 딱 봐도 아주 방탕하게 생긴 마약 중독 섹스 중독 청년이 클럽에서 화끈한 하지 파티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다가 저 윗 포스터의 복면 괴한에게 공격을 당합니다. 찹찹 칼에 찔리고도 끝내주는 의지로 도망치며 자기 사는 아파트 복도를 누비며 이 문 저 문 다 두드려 보지만 왠일인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탈출까진 성공했는데 이번엔 지나가던 같은 복도 주민 차에 치이네요. 죽었습니다.


 때는 현재. 정확하게 1년 후. 살인범은 잡히지 않았고 이상한 복장 때문에 '드루이드 살인마'라는 이름을 붙이고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 아파트 복도'에 사는 무슬림 여고생인데 하필 그날 아침에 부모님이 다 여행을 떠나서 집에 혼자 남았죠. 당연히 드루이드 살인마는 그 날 아침부터 컴백쇼를 벌이겠고 바로 그 복도의 주민들이 타겟입니다. 과연 우리의 무슬림 여고생은 무사히 하지를 넘기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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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PC한 이 포스터의 위용을 보십셔)



 - 시리즈 중 처음으로 사회 정의에 대한 노골적인 교훈을 품은 이야기입니다. 핸드폰과 sns로 대표되는 현대인들의 관음증. 그러면서도 남을 위해 나서지 않는 태도들. 인종 차별에 성차별에 성정체성 차별까지 아주 노골적인 표식들이 보란듯이 전시되죠. 이 아파트 복도 주민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몇 집 되지도 않은 복도인데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레즈비언 부부, 게이, 양성애자에 무성애자, 백인, 흑인, 무슬림에 동양인까지. 그리고 진상 끝판왕급으로 인종차별과 소수자 차별이 삶의 보람인 백인 루저 아저씨가 있구요. 이쯤되면 부제목인 하지(=솔스티스)가 '소셜 져스티스'에서 따온 말장난이 아닌가 진지하게 의심하게될 지경입니다. ㅋㅋㅋ


 sns 중독에 대한 풍자가 주로 나오는 1화에선 좀 (이런 소재의 이야기가 다 그렇듯) 과장되고 작위적인 느낌 때문에 몸이 배배 꼬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생각보다 이런 소재와 관련된 교훈들이 그럭저럭 이야기와 잘 섞이는 편입니다. 결말도 역시 교훈적이지만 생각보다 괜찮았구요.



 - 은근히 추리물의 느낌이 강한 시즌이기도 합니다. 뭐 저번 시즌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식의 전개로 좀 그런 냄새를 풍기긴 했었는데 이번 시즌은 딱히 떠오르는 레퍼런스가 없는데도 그래요. 도대체 범인이 누구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만드는 식으로 전개를 하는데 그게 대략 중반까지는 그럴싸합니다. 중반이 지나면 사실 이 사건들이 주인공들의 생각과는 좀 다른 성격이라는 게 분명해지고, 그 순간 범인도 빤히 보이면서 반전까지 예측이 가능해지니 김이 좀 새긴 합니다만. 어차피 이건 슬래셔 무비라서 시시각각으로 동네 주민 인구(=용의자 명단)가 줄어들어 가는 이야기이니 막판까지 호기심을 유지시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고, 이 정도면 꽤 선방한 것 같았네요.


 아. 그리고 에피소드 부제들이 시간으로 되어 있고 실제 극중 시간도 그만큼씩 흘러요. 한 회에 세 시간씩 여덟 에피소드 = 24시간. 덕택에 추리물 느낌도 더 강해지면서 전개가 스피디한 느낌도 들고 그렇습니다.



 - 영 별로였던 시즌 1은 빼고 이야기하자면, 시즌 2나 시즌 3이나 뭔가 '기대보단 정성이 많이 들어간, 생각보다 영리한 각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둘 다 45분 x 8화라는 시간 동안 지루하게 늘어지거나 쌩뚱맞은 부분 없이 이야기가 꽉꽉 차 있구요. 항상 중반 이후에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가 한 번씩은 나와서 지루함과 식상함을 덜어주고요. 클라이막스를 처리하는 방식도 나름 영리합니다. 늘 진범을 7화 말미에 사람들 예상보다 살짝 빨리 밝혀버린 후 마지막 에피소드는 범인의 사연과 얽힌 드라마와 최종 액션을 넣는데 그 마지막 에피소드에 사족 같은 느낌이 없어요. 마무리도 (장르적으로) 깔끔하구요.


 하지만 이런 '생각보다 괜찮은'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선 제작진이 작정하고 한 회당 수차례씩 쏟아내는 고어씬들을 견뎌내야 하는데... 전 이 드라마 세 시즌을 한 번에 달리다 보니 이젠 지쳐서 고어씬이 시작되면 걍 10초 빨리 감기를 눌러 버렸습니다. ㅋㅋㅋ 제가 아무리 재미 없는 드라마를 봐도 이 기능을 안 쓰는 사람인데. 이 시리즈를 연달아 보다 보니 '내가 고어 보자고 이거 보는 게 아닌데 왜 스스로 괴로움을 감당해야 하나' 싶어서 걍 눌러버렸죠.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 이쯤에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호러, 스릴러 좋아하고 추리소설 '분위기'를 좋아하시면 한 번 시도해볼만한 시리즈입니다. 다만 역시 큰 기대는 마시구요.

 저의 호평은 어디까지나 '흔한 B급 슬래셔물'들의 평균적인 퀄리티를 기준점으로 삼은 거라는 점. ㅋㅋㅋ 여전히 범인은 지나치게 신출귀몰하고 경찰들은 초월적으로 무능하며 등장 인물들은 쉴 새 없이 멍청한 짓을 합니다. 그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셔야 하는 시리즈에요. 그게 안되겠다 싶으신 분들은 절대 보지 마시길.

 근데 뭐. 요즘엔 이런 슬래셔물이 그리 흔치 않은 것 같으니 '스크림' 이후로 한참을 불었던 슬래셔 부활 유행이 그리우신 분들이라면 뭐... 확실히 그 세대 정서(?)와 스타일로 만들어진 시리즈입니다.




 + 바로 위에서 제가 '경찰의 무능함은 익스큐즈 해줘야한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시즌 3의 경찰들은 여러모로 너무하긴 합니다. 아니 뭐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살인이 벌어지고, 그 중 상당수를 애초에 경찰이나 주민들이 눈치채질 못 했기 때문에 핸디가 컸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중후반엔 분명히 경찰들도 그 복도 주민들이 타겟이라는 걸 눈치 챘는데 왜 때문에... 그리고 이런 사건에 담당 형사가 딱 둘이라는 것도 영 말이 안 되구요. ㅋㅋ



 ++ 범인의 살생부 우선 순위도 좀 괴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포일러라서 말은 못 하겠지만 그게... 좀 그렇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그림을 위해 납득이 안 되는 전개를 슬쩍 들이밀며 걍 좀 봐달라... 는 듯한 느낌.



 +++ 전 시즌들이 모두 그랬듯이 결말부의 반전 트릭은 역시 이 분야의 유명한 모 영화에서 따왔습니다. 이야기랑 잘 맞아서 괜찮았어요. 그것 때문에 범인을 좀 일찍 예측할 수 있게 되는 부분도 있긴 했습니다만, 뭐 반전 그 자체는 딱히 놀라울 것도 아니니 이야기라도 살렸으면 된 걸로.



 ++++ 제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서 좋아했던 엠마 로버츠랑 살짝 닮으신 분이 나와서 괜히 반가웠네요. 동일 인물도 아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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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캐릭터도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엠마 로버츠처럼 '이 동네에서 제일 미친 x' 역할이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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