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박마라는 만화에 이런 말이 나오죠. '아무리 도박을 잘 해서 상대를 이겨봤자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대가 없던 일로 하면 그만.'이라고요. 타짜라는 만화에서도 그래요. 도박장에서 화투 실력이 아무리 좋아봤자, 아무리 많은 돈을 따 봤자 그 돈을 가지고 그 자리를 나올 수 없으면 그건 무의미한 거라고 말이죠.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세계 또한 그런 도박장과도 같아요. 악의가 넘실거리고 있거든요. 이 세상은 누군가가 너무 많은 칩을 따가는 순간, 그걸 돈으로 환전하는 걸 방해하려는 심술쟁이들이 득실거리는 곳이죠.



 2.가짜사나이를 만든 김계란이란 사람에게도 그런 압력이 쏟아졌죠. 전방위적으로요. 결국 그는 버티지 못하고 그냥 판을 엎어버린 후 떠났어요. 떠났다기보단 쫓겨났다고 해야겠지만.


 김계란이 몇백만원에서 천만원 가량의 컨텐츠를 만들 때는 괜찮았어요. 하지만 가짜사나이를 만들고서부터 슬슬 무언가가 꼬이기 시작했죠. 파이가 너무 커져버린 거예요. 가짜사나이 2기는 한가닥 한다는 사람들이 김계란과 교관들 앞에서 겸손한 태도로 면접을 보는 영상만 몇백만회 조회수를 기록해 버렸어요. 거기에 온갖 스폰서...왓챠와 카카오 동시송출, CGV 스크린에 영화화까지 있는 대로 판을 키워버렸죠. 그동안 제작하던 소소한 건강관리 컨텐츠가 아니라 몇억에서 십수억짜리 컨텐츠가 되어버린 거예요.


 물론 그게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인가...라고 물으면 그렇지는 않아요. 그건 김계란이란 사람의 능력과 운으로 얻어낸 거니까요. 그가 해낸 건데 당연히 그가 맛볼 자격이 있는 트로피인 거죠.



 3.문제는 이거예요. 이 세상엔 누군가가 많은 칩을 따면, 그 칩을 가지고 도박판을 떠나지 못하게 방해하려는 놈들이 많단 말이죠. 김계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겠지만 온갖 관심과 온갖 악의가 뒤섞여 이 정도로 들불처럼 번져버릴 줄은 몰랐겠죠.


 김계란이 그럭저럭 쏠쏠하게 버는 유튜브를 할 때는 괜찮았지만 갑자기 한 컨텐츠의 단위가 몇억으로 올라가버리면 온갖 놈들이 다 모이는 법이예요. 아니 유튜브는 머릿수가 곧 돈이니까 반대이기도 하죠. 온갖 놈들이 다 모였으니까 가짜사나이의 덩치가 몇억으로 올라가 버린 것이기도 해요.


 

 4.휴.



 5.강원랜드에 가봤다면 아시겠지만 거기엔 온갖 군상들이 다 모여 있어요. 큰 테이블에 앉은 놈, 큰 테이블에 앉은 놈 뒤에 서서 훈수 두는 놈, 큰 테이블에 앉은 놈 옆에서 시중들면서 뽀찌 좀 챙겨달라고 굽실대는 놈, 큰 테이블에 앉은 놈 뒤에서 지켜보면서 그 놈이 거는 대로 똑같이 걸면서 낙수효과 노리는 놈, 그리고 큰 테이블에 개입하지는 않지만 흥미롭게 지켜보는 놈들...온갖 놈들이 다 있죠.


 가짜사나이 유튜브도 그거랑 비슷해요. 누군가가 큰 테이블에 앉아서 큰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 거기에다 대고 잘난척 훈수 두는 놈들, 배팅을 똑같이 따라하는 따라쟁이 놈들, 옆에 붙어서 빨대 좀 꽂게 해달라는 놈들, 잘나가는 사람 발걸어서 넘어뜨려보려고 야유하고 조롱하는 놈들, 선수들끼리 같이 게임 좀 하자고 다가오는 놈들...강원랜드랑 아주 똑같죠.


 가짜사나이와, 관련된 모든 인물들에 대고 사이버렉카 짓거리를 하고 컨텐츠 베껴먹고-이건 심지어 tvn-전직 국가대표랑 현역 국가대표, 이름난 연예인들이 같은 테이블에 끼워 달라고 부탁하고...이런 현상이 덩치를 너무 키워버리니까 그동안 어그로를 잘 튕겨내던 김계란조차 감당이 안된 거겠죠.



 6.어떤 사람들은 김계란이 멘탈이 약하다고 비아냥거리지만 글쎄요. 자기가 아는 사람들이 공격당하고 강용석과 그의 떨거지 패거리들이 김계란의 얼굴을 갑자기 유튜브에 띄우더니 '이 사람 정체를 아는 분은 제보바랍니다'라고 사냥을 시작했는데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김계란의 문제는, 그가 도박장에서 너무 많은 칩을 따버렸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자신이 지닌 세력에 비해 너무나 많은 칩을 따버리면 순식간에 온갖 군상들이 달려들어서, 그 칩을 가지고 떠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가짜사나이가 문제가 있는 컨텐츠고 김계란 패거리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거 아니냐. 다 자업자득 아니냐'라고 하겠지만 절대 아니예요.



 7.다른 예를 들어보죠. tv조선의 서혜진 pd요. 가짜사나이보다 더 파급력 쩌는 프로그램을 2개나 만들고 그 프로그램의 스핀오프로 만들어낸 프로그램들도 시청률이 탑을 찍어요. 서혜진은 김계란과는 달리 도박장에서 딴 대량을 칩을 고스란히 환전했죠. 서혜진이 김계란보다 멘탈이 뛰어나서? 그건 아니죠.


 서혜진이 만약 유튜브 컨텐츠를 만든 사람이라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유튜브 프로그램이었다면 온갖 사이버렉카들과 선비들이 달려들어서 서혜진의 과거를 계속 주워섬겼겠죠. 다른 방송사에 있을 때부터 쓰레기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온갖 비판이 자자했던 서혜진이잖아요. 렉카들이 달려들고 '익명의 제보자'라는 이름으로 자극적인 일화를 캐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사람 하나 묻어버릴 수 있을걸요. 


 서혜진이 김계란과 다른 점은 딱 하나밖에 없어요. 거대 방송사라는 조직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거요. 제아무리 서혜진이라도 1주일 사이에 김계란이 당한 공격을 그대로 받는다면 무너질걸요. 거대 방송사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 이상, 정말 누가 봐도 문제가 될만한 것만 문제가 돼요. 


 하지만 그런 세력이 없는 김계란은 그렇지 않죠. 지나가던 시정 잡배들조차 심심풀이 삼아 김계란에게 돌멩이를 던져볼 수 있어요. 그리고 무서운 건 조금 전까지 김계란을 찬양하던 사람들, 같은 편이었던 사람들도 김계란이 얻어맞는 걸 보면 낄낄거리면서 같이 돌을 던진다는 점이죠. 그게 인터넷의 무서운 점 같아요. 아무리 대단해 보이고 아무리 위엄있어 보여도 결국 그건 변덕스러운 대중들의 손과 입에 달려 있다는 거 말이죠.



 8.나는 가짜사나이 컨텐츠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세력이 없는데 너무 많은 칩을 따고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버리면 그걸 지킬 수 없다는 것...그게 도박장의 논리인거죠. 도박에서 승리하는 실력과, 그 승리를 인정받는 실력은 별개니까요. 


 생각해 보면 명절날 친척들끼리 소액으로 도박하는 것도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고성과 쌍욕이 오가게 되잖아요? 잘 아는 사이인데다가 액수가 적은데도 그런데 웬 만만해 보이는 놈이 도박장에서 칩을 엄청 땡긴다? 주는 거 없어도 괜히 밉고 발목을 한번 잡아보고 싶은 게 못난이들 마음이죠.



 9.어쨌든 가짜사나이라는 컨텐츠 자체보다는, 가짜사나이와 관련된 현상들에 대해서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이에 관련해서 글을 몇개 더 써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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