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작 Klara and the Sun을 다 읽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책을 읽는 것이 힘들어져서, 이런 내가 이제 책을 읽는 능력을 잃어버렸나 싶었는데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어딘가 인터뷰에서, 나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쓰고 있습니다 라고 했다고 읽었습니다. 유사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Never let me go와 비교하게 되는데, 저는 Klara가 더 좋았습니다. Klara는 Artificial Friend 입니다. 이건 뭐 스포일러가 아닙니다. 추리를 해야 알 수 있었던 never let me go와는 달리 첫 장에서 부터 확실히 누구의 이야기인가를 알려 주니까요. Never let me go 만큼은 아니어도 추리아니 추리물적인 요소가 있긴 한데 훨씬 직선으로 움직이는 이야기 입니다.  중간 중간 읽다가 멈추게 되었던 건 어쩌면 제가 더 나이를 먹었고, 더 예민해 졌다는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요.


저한테 이시구로는 인간이 아님을 그림으로 무엇이 우리를 우리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적으로 (인간이 아니라) 만드는 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작가입니다. 저한테는 남아있는 나날들의 스티븐과 never let me go의 아이들은 이 질문의 끝과 끝에 있는 답이었습니다. Klara and the Sun의 이야기는 인간과 비인간에게서 동시에 이 질문의 답을 찾고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클라라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브래이킹 더 웨이브즈의 베스를 생각했습니다. 제게 책을 읽고 남은 가장 강렬한 사랑의 장면은 클라라와 "엄마"사이의 장면이고요.


새로운 이야기나 새로운 답은 없습니다. 몇년 전 저보다 나이가 많은 제부가 동생에게, 사람이 마흔이 넘으면 그냥 느끼는 외로움이 있어, 라고 했다고, 동생이 저보고 언니도 느껴? 했었는데, 답은 당연히 응 이었습니다. 그후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요즘에 저의 존재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하고 있었는데, 결국 제가 아는 답, 그 답에 다시 도착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질문조차 특별한게 없구나 하는 생각, 그렇지만 질문이 의미있는 건 제 질문이고, 답을 제것으로 만드는 과정때문이겠죠.


2. 어제 우리식으로 이야기 하면 승진 비슷한 걸 했습니다. 저희 쪽에서는 꽤 큰일이라 축하도 많이 받고 있는데, (이게 때가 되면 누군가가 승진되는 게 아니라, 그 조건을 다 갖춘뒤에 본인들이 승진 신청을 하는 겁니다. 검사 비슷한 것도 한 다섯달 걸렸어요. 저희 부서에서는 이 직을 받은 사람이 한동안 없었습니다. ) 저와 함께 이 타이틀을 얻게된 제 절친 소피아는 이 소식을 듣고 갑자기 인생의 회의 같은게 느껴졌다고 하더군요. 왜? 그랬더니 이 나이에 이 직을 받았으니 앞으로 뭘 더 해야하나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앞으로 academy 쪽으로는 한단계 만 더 남아 있거든요. 

커리어에 별 관심없는 저는 그냥 이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 목표는 될 수 있으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시간만 뺏고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일은 줄이고, 될 수 있으면 일은 일하는 시간내에 끝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보내기 입니다.

저는 신청할때 아마 되어도 기쁨은 잠깐일거다 했는데, 막상 되니까 제 스스로에게 더 잘했다라는 말을 하게 되는 군요. 제 친구 한명이 이 소식에, 내가 해낸거 뿐만 아니라 그동안 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해낸거니까 더 자랑스럽다 라고 메시지 보내주었는데, 내 지금 이 순간은 저한테 잘했어 라고 말해줍니다.


이런 날들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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