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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강의 죽음]

 케네스 브래나의 [나일 강의 죽음]은 그의 전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이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원작 영화입니다. 영화는 원래는 재작년에 개봉될 예정이지만, COVID-19 판데믹을 비롯한 여러 이유들로 인해 계속 연기되다가 브래나의 다음 작품 [벨파스트]가 나온 지 몇 달 지난 다음에서야 개봉했지요. [오리엔트 특급 살인]처럼 본 영화도 캐스팅이 꽤 빵빵하긴 하지만, 전작처럼 추리물로서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가운데 주인공 탐정 에르큘 포와로를 너무 진지하게 탈바꿈시키는 시도도 상당히 거슬립니다. 나름대로 현대적으로 변주하는 거야 자유이긴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는 생각이 보는 동안 내내 들었고, 그러니 속으로 툴툴거리면서 상영관을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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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보스]

 스페인의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출품작인 [굿 보스]는 딱히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이미 제목을 볼 때부터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뻔히 보이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야기 흐름이 간간이 늘어지다 보니 이야기와 캐릭터의 얄팍함이 더 눈에 들어오거든요. 지루하진 않았지만, 좀 더 통렬하고 날선 풍자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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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몽]

 최근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중국몽]은 담담하고 건조하지만 상당한 인상을 남기는 편입니다. 원제인 [Ascension]에 걸맞게 다큐멘터리는 현재진행형 중인 차이니즈 드림의 실상을 밑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죽 들여다보는데, 이를 지켜보다 보면 중국 사회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상당한 빈부격차를 더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별다른 내레이션이나 설명 없이 그저 지켜보기만 하지만, 보고 나면 여러 생각들이 들지 않을 수 없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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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 [리코리쉬 피자]는 아마 [펀치 드렁크 러브] 이후로 앤더슨의 가장 다정하고 발랄한 작품일 것입니다. 그의 전작 [부기 나이트]의 주 배경이었던 1970년대 초 캘리포니아 LA 카운티의 샌 페르난도 밸리 지역을 무대로 하고 있는 본 영화는 15세 아역 배우인 남주인공과 25세 여주인공 간의 관계 형성과 발전 과정을 느긋하게 지켜보는데, 그런 동안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갖가지 소소한 순간들을 즐기다 보면 어느 새 영화는 상당히 찡한 감정적 순간들을 자아내곤 하지요.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아들인 쿠퍼 호프만 그리고 가수로 유명한 알라나 하임 간의 풋풋한 신인 연기 호흡도 참 좋은데, 앞으로도 이들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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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의 야크]

 지난 주에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 지명을 받은 부탄 영화 [교실 안의 야크]를 뒤늦게 챙겨 봤습니다. 영화 자체는 여러모로 꽤 단순하고 전형적이긴 하지만, 느릿하고 소탈한 분위기 아래에서 사실감 넘치는 여러 작은 순간들을 지켜보는 동안 어느새 정이 가지 않을 수 없더군요. 한마디로 까칠해지기가 힘들 정도로 훈훈한 소품이니, 기회 있으면 꼭 챙겨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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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 Grandma]

 재작년에 미국에서 소리 없이 개봉하고 내려간 [Lucky Grandma]의 주인공은 뉴욕 시 차이나타운 동네 구석에 홀로 살고 있는 어느 중국 할머니입니다. 단골 점쟁이로부터 곧 길운이 있을 거란 말을 듣고 그녀는 갖고 있는 돈을 싹 모아서 카지노로 가는데, 그러다가 나중에 그녀는 상당히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영화는 이를 갖고 코미디와 범죄 스릴러 사이를 오가곤 합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갈지 뻔히 보이지만, 영화는 성실하게 이야기와 캐릭터를 쌓아가면서 관심을 붙잡아 가고 있고, [조이 럭 클럽]의 출연 배우들 중 한 명이었던 채천의 연기도 볼만합니다. 참고로, 팔순이 넘으신 지 한참 되었지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보다시피 이분은 지금도 꾸준히 일하고 계시고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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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버그]

 지난주에 올라온 넷플릭스 영화 [빅버그]는 오랜만에 나온 장-피에르 주네의 신작이라서 반갑긴 하지만, 영화 자체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주네의 여느 전작들처럼 괴팍한 개성과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이야기와 캐릭터가 얄팍한 편이라 단편영화를 죽 늘인 듯한 인상을 주곤 하거든요. [아멜리에]나 [믹막: 티르라리고 사람들] 좋아하신다면 한 번 챙겨 보시는 게 나쁘지는 않겠지만, 기대는 좀 낮추고 보셔야 할 것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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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러렐 마더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 [페러렐 마더스]는 처음엔 꽤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 두 임신한 여주인공들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출산하는 걸 보기만 해도 어떤 멜로드라마가 나올지 짐작이 금세 가지만, 영화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생각보다 더 능란하게 갖고 놀면서 우리의 관심을 잡아갑니다. 여느 알모도바르의 전작들처럼 본 영화도 여러 면에서 근사하기 그지없는데, 본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고 나서 최근 오스카 후보에 오른 페넬로페 크루스도 무척 좋지만, 반대 지점에서 그녀와 호흡을 잘 맞춘 밀레나 스밋의 연기도 쏠쏠한 볼거리이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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