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냐

2011.03.21 13:53

메피스토 조회 수:1903

* 사람들이 나는 가수다에서 김건모의 재도전에 분노하는 이유가 뭘까요. 연예인이 만만해서? 로마 콜로세움 관객마냥 검투사의 피를 보고싶어서? 번지수를 잘못짚은거죠.

 

 

* 단순합니다. 그냥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서에요. 청중 심사 결과 꼴지를 한 가수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합니다. 그 약속;아니아니, 이건 약속도 아니죠. 프로그램의 기본 컨셉이자 방향입니다. 그게 뒤집혔습니다. 그 원인이 제작진의 바보같은 의도였건, 출연자들의 행패였곤, 방송국의 개념없음이건 뭐건.

 

애시당초 1번의 재도전이 가능하다는 언급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았겠죠. 한달에 가까운 기간동안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출연진들이 질질짜는 모습을 보여주고 오만가지 쇼를 다했습니다. 그럼 사람들은 당연히 아, 누군가 안타깝게 떨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죠. 그런데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얘기합니다. 니들 낚였어!

 

자. 다른 각본이 없다면 김건모의 무대는 그 자리에 있던 500명의 청중들에게 별로였다는 얘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룰은 청중들을 노래로 설득하는 것이고, 김건모는 안타깝게도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립스틱 바른 이벤트가 별로였건, 노래가 별로였건, 무대가 단순했건, 그런건 상관없어요. 결론은 김건모가 7등이에요. 

 

윤도현은 무대와 노래가 완벽해서 일등한건가요. 피아노 빼면 보이지도 않더만. 백지영의 무대는 얼마나 심심했습니까? 박정현은 잘했나요?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김범수는? 백댄서밖에 안보이더군요.

 

어쨌든. 자신들에게 불리하건 유리하건, 다른 모든 가수들이 어떻게든 자기무대를 소화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꼴지를 했다면 그 사람이 경쟁논리에 의해 밀려난 것일까요? 부분적으로 맞습니다. 하지만 정상급 가수들이 하차한다고 그 가수의 가치를 폄하할 사람은 인터넷 찌질이들을 제외한다면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차=패배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냥 랜덤으로 뽑인 곡이 별로라는 '불운'으로 얘기될 뿐이죠.   

 

단순해요. 김건모의 노래는 그 자리의 청중들에게 별로였다(혹은 상대적으로 덜 감동적이었다). 그러므로 김건모는 가장 적은 표를 얻었다. 그러니 애시당초 처음 정해진 약속처럼 하차해야한다.

 

이 단순하고 명확한 룰을 MBC는 대놓고 생으로 깨버렸습니다. 무슨 생방송도 아니고, 출연자들을 통제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에요. 충분히 출연자를 통제할 수 있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구조였죠. 그리고 우리 일밤 나는가수다의 제작진들은 '재도전'이라는 가장 멍청한 카드를 선택했고, 해당 가수는 그 멍청한 카드를 집었습니다. 이게 리얼을 빙자한 각본있는 예능 구조라면, 당연히 기획자체가 멍청한거고요.  

 

이소라씨는....글쎄요. 프로답지 못하다라는 얘길하진 않겠습니다. 저도 일하다가 짜증낼때 있고,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건 좋아하지 않거든요. 더군다나 어차피 생방송이 아니고,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이소라씨의 행동을 감춰줄 수 있었으니 '이소라 파문'은 어디까지나 제작진 탓이 큽니다. 다만, 무슨일을 추진할때든 전체적인 움직임에 오직 자신의 감정만을 투사하고 그것만을 중요시여기며 그 이유만으로 의도적으로 일에 훼방을 놓는 사람과는 여러모로 일하기 어렵다는걸 이런식으로 다시한번 상기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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