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주말 동안 할 일을 바리바리 싸들고 퇴근한 어제.

혼자서 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거리다가 '그래. 오늘 배 째고 하루 종일 노는 거다!' 라고 결심. 뭐 하고 놀까 하다가 엊그제 막투님의 게시물(http://djuna.cine21.com/xe/2306971)을 보고 자극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건프라 박스를 발굴(...)했습니다. 박스를 들고 거실로 나와 줄줄이 늘어놓고 티비를 켰고. 그렇게 건프라를 조립하며, 티비를 들으며, 너구리를 끓여 먹고 후라이드 치킨을 듣으며 저의 토요일은 오덕 & 폐인 충만하게 저물었습니다. 그리고 귀찮아서 티비를 켜기만 하고 리모콘을 어딘가에 던져 놓은 채 그냥 버틴 결과 하루 종일 MBC만 죽어라고 봤네요. 이 쓰잘데기 없는 잡담 글은 바로 그 폐인 놀이가 낳은 결과물입니다.


 - S-Oil 광고는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갑니다. 도대체 기름 1리터와 좋은 하루가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겠고 음... 뭐 이미지 광고이니 그럴 수도 있긴 하겠죠. 근데 모델이 아이유네요. 이거 무려 소녀시대 윤아가 하던 거잖아! 라고 잠시 생각했으나, 뭐 그렇지. 지금은 아이유가 다 이기고 짱 먹으니까. 라고 납득.


 - 그 외에도 아이유 광고 참 많더군요. 너무 많아서 그 전에 너무 많았던 소녀시대나 김연아의 지분을 상당 부분 앗아간 듯한 느낌도 들고. 근데 그렇게 지분을 빼앗기고도 여전히 그리도 많은 광고에 단체로, 개인별로, 수시로 등장하는 소녀시대의 파워란 참(...)


 - 현빈이 나오는 광고들의 무서운 점은 '대단히 많다'는 것을 넘어 '아직도 새 광고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삼성 티비 광고를 도대체 몇 편을 찍어 놓고 간 거람. =ㅅ=;;


 - 양준혁, 공효진, 김태원이 나오는 '삼성의 혜택' 운운 광고는 참 싫군요. 삼성이란 회사에 대한 제 억하심정(?)이 반영된 게 물론 크긴 하겠습니다만. 그냥 광고 자체만 봐도 좀 재수가 없지 않습니까. 옛날 옛적 '내 새끼는 소중하니까' 분유 광고를 볼 때와 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특권특권럭셔리상류층이거없음루저지롱메롱 <- 대략 이런 느낌 말입니다. 게다가 모델들이 대체로 제가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거부감은 x3.


 - 스마트폰 광고와 이동 통신사 광고를 법으로 금지해 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더군요. 어째 광고의 거의 절반을 저들이 다 먹고 있는 듯. 이노무 광고들은 하나 같이 재미도 없고 오그라들기만 하면서 양은 왜 이렇게 많은지. 특히 이동 통신사들. 여유가 없어서 요금은 죽어도 못 내리겠다는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여윳돈을 죄다 광고에 때려박기라도 하고 있는 겁니까. 적당히 좀! 아니면 모델을 이나영을 쓰기라도 하든가!


 - 그런데 피쳐폰 광고는 이제 거의 실종 상태더군요. 지금 쓰는 전화기의 약정 기간이 끝나가서 다음 전화까진 (약정이 짧거나 없는) 피쳐폰으로 쓸 계획이라 직접 인터넷을 뒤져봐도 눈에 띄는 물건은 없고 거의가 10대 학생들을 노린 귀여운-_-물건들 아니면 나이드신 분들 쉽게 쓰시라고 나오는 '와인폰' 류의 것들 뿐이라 애매하네요. 터치폰 말고 버튼 꾹꾹 누르는 물건을 쓰고 싶은데 말입니다. 꾹꾹꾹꾹꾹.


 - 투피엠 나오는 광고들을 보면 이제 이 그룹의 대세는 완벽하게 닉쿤 하나로 정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한국말 발음만 완벽해지면 혼자서 나머지 다섯명 다 먹여 살릴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어쨌거나 압도적인 부동의 1위 소녀시대를 제외하면 그 다음으로 광고 많은 아이돌이 투피엠이기도 하죠. 다만 점점 광고의 급이 내려간다(...)는 느낌이라 다음 앨범은 이래저래 신경 많이 써야할 듯.


 - '최고의 사랑'은 재밌습니다. 홍자매의 동어 반복이라는 느낌이 들긴 해도 좋게 보면 자기 스타일이고 잘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니 오히려 현명하다고도 할 수 있겠죠. 이 분들은 나름대로 자기들의 흥행 법칙을 세운 것 같습니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만 확실히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집중해서 성공하면 나머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어쨌거나 즐겁고 웃기면 장땡이라는 것. 사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납득하기 힘든 사람들입니다. 도대체 독고진이, 구애정이 왜 저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많아요. 어떻게 저런 선택이, 그리고 그에 따른 저런 결과가 가능한가 싶은 부분도 많구요.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행동들 속에서 주인공들은 아주 재밌고 매력적으로 보이며 결과는 즐겁습니다.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은 아니지만 가장 맘 편히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건 부인할 수 없네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홍자매는 참 기분 좋게 오글거리는 장면과 대사를 쓸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훌륭한 능력이죠.


 - '음악중심' 마무리를 비스트가 하더군요. 순위 프로는 아니지만 마지막 무대는 대략 1위쯤 되는 사람들, 혹은 그럴만큼 인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맡긴다는 걸 생각하면 비스트도 이제 많이 컸네요. 노래는 좀 별로인 것 같지만;


 - 요즘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면 이 프로가 은근히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충 섭외 되는 대로 던져 놓고 흘러가는 분위기에 맞춰간다는 느낌이었던 초기와는 달리 애초부터 설정을 확실하게 잡아 놓고 시작하는 것 같더라구요. 새로 투입된 두 커플을 보면 캠퍼스 커플, 오래된 친구 사이(면서 나이를 좀 먹은) 커플과 같은 식으로 설정이 딱 주어져 있고 전개되는 이야기들도 거기에 확실하게 촛점을 맞춰서 진행됩니다. 덕택에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을 세 번 반복해서 보는 듯한 지겨움은 없죠. 그리고 '리얼'인 척 하던 것도 꽤 많이 포기하고 거의 '애드립이 좀 많은 드라마'에 가까운 분위기로 가는 것이 저처럼 아무 기대 없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괜찮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냥 시트콤 보는 기분으로 보면 되니까요.


 - '무한도전'은 뭐. 그냥 딱 예상했던 그 만큼이었습니다. 설정 하나 잡아 놓고 각자 본래의 캐릭터에 맞게 대충 노는 (어찌보면 좀 게을러 보일 수도 있는) 컨셉이었는데 워낙 출연자들의 캐릭터를잘 잡아 놓은 프로이다 보니 그게 그냥 재밌더라구요. 특히 노래방 장면은 참으로 심하게 리얼하게 웃겼습니다. 일반 직장인 출신(?) 정형돈은 완전히 물을 만났더군요. 요즘 이 사람 왜 이렇게 웃기는지 원. 이러다 본인 캐릭터 망가지겠어요. 웃기는 건 빼놓고 다 잘 해야지 잘 웃겨 버리면 어떡합니까.


 - 뉴스 나오는 동안엔 조립에 집중(...)


 - '반짝반짝 빛나는'도 재밌습니다. 다만 이유리의 악역이 '폭주'를 향해 점점 가속도를 붙여가며 달려가는 것이 참 보기 괴로워서; 분명 이 드라마에서 가장 가련한 인물이고 그래서 어느 정도의 삐뚤어짐이나 잘못까진 이해해 줄 수 있겠는데, 언제인가 부터 살짝 선을 넘는 것 같더니 그게 점점 더 심해져서 이젠 공감해줄 수가 없어요. 뭐 현실 세계에도 남 뒷통수 치는 사람들 많은 건 알지만 요즘 이 사람이 저지르는 짓들은 거의가 그냥 범죄의 영역이라. -_-;; 게다가 그나마 보기 즐거웠던 김현주-김석훈의 연애마저도 이제 애절 모드로 돌입할 기미가 보이네요. 어휴.


 - '내 마음이 들리니'를 보는 것도 위와 마찬가지로 좀 피곤합니다. 송승환 캐릭터만 나오면 자동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고 이혜영과 남궁민이 함께 나오는 장면들도 거의가 답답하고 우울해서 견디기 힘들어요. 등장인물들 울면서 무릎 꿇고 비는 것도 그만 봤음 좋겠고... 뭐 대충 막 만든 드라마면 저런 장면들이 수백번 나와도 아무렇지 않을 텐데 그렇지가 않기 때문에 괴롭죠. 그리고 그렇게 잘 만든 드라마기 때문에 자꾸 보게 되고 그러면서 스트레스 받고. orz 지금도 이렇게 피곤한데 내용이 절정에 달할 때 쯤엔 과연 견딜 수 있을런지 모르겠군요. 쩝.

 + 김재원, 황정음의 연기가 거슬리기는 커녕 썩 그럴싸하게 보인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조금 놀라고 있습니다. 제 선입견이 좀 과했었나봐요.


 - '세바퀴'도 봤습니다. 이봉원이 나왔죠. 근데 전 이봉원과 박미선이 '사이 안 좋은 부부' 컨셉으로 개그를 치는 게 좀 별로입니다. 왜냐면 왠지 그냥 다 진심인 것 같아서. orz 이러다 나중에 불화설 나오고 무슨 기사 뜨고 그래도 하나도 놀라지 않을 듯. -_-


 - 심지어 '그 곳에서 살아보기' 까지 다 봤어요. 으하하; 길건은 뭐하고 사나 했더니 이런 데(?) 나오고 있었군요. 함께 나온 여자 분은 뭐 하시는 분인진 모르겠는데 매우 한국적인 영어 발음을 구사하시면서도 자꾸만 '여기가 view가 좋아!', '정말 아름다운 view를 갖고 있구나' 운운해서 저를 욱하게 만드셨습니다. '풍경', '전망'이란 말이 그렇게 어려우세요? 응? 응? 응??? 정작 스리랑카에 대해선 '홍차' 밖에 기억나는 게 없고 제 머리 속에선 계속 viewviewviewviewviewviewview만 반복 재생되고 있습니다;

  + 적어 놓고 바로 찾아봤더니 모델 출신이셨군요. 뭔가 납득이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오늘 일 하겠다고 어제 그렇게 폐인 놀이를 한 걸 텐데 난 지금 이 시간까지 뭐 하는...;;


 - 조립 중인 건프라 사진이라도 올려놓고 '이렇게 생산적인 하루였다능!' 이라고 우겨볼 생각이었는데 케이블 찾기 귀찮아서 그만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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