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s님 글과 리플을 보다가 생각난 것, 성매매 문제에 대한 여러 접근 방법(경제학적 접근이든 윤리적 접근이든)이 있겠지만, 여성주의적, 즉 여성의 시각에서 접근한 글이나 리플은 듀게에서 그다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첨언할 입장은 못되고, 또 각 페미니스트들 간의 차이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짚어줄 능력도 못되지만 한 번 간략하게 소개해보는 식으로 글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기를 촉구한다. 우리들의 몸이 그러한 방식으로 이용되어 계속해서 반복, 반복, 반복될 때의 느낌을 느끼기를 촉구한다. 그것이 성매매의 실제이다.”(안드레아 드워킨) 안드레아 드워킨은 매우 강력한 성매매 반대론자입니다, '섹슈얼리티 강의'라는 책을 보면 한 장을 할애해서 거기에 대해 다루고 있죠, 안드레아 드워킨의 논리는 성매매가 남-여 권력 문제에 기반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성매매는 남성 지배 사회에서 사회의 밑바닥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죠, 성매매, 즉 매춘은 그 자체로 남성 지배의 사회, 신념을 강화하는 데 이용된다는 것입니다, 이 분의 유명한 말로 한 번쯤 들어보셨을,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나 강경한 '포르노-성매매' 반대 주장이기 때문에 같은 진보 진영 내에서도 반대 의견의 높습니다,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불변의 남성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논리는 또 다른 분리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고요, 포르노 금지 운동에서 국가검열 및 보수주의자들과 기꺼이 협력했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 캐서린 맥키넌 또한 안드레아 드워킨과 그 맥을 같이하는 여성주의자입니다, 이들이 촛점을 맞추는 것은 주로 남녀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 하에서의 섹스이죠, 이들에게 성매매나 포르노는 결국 남성지배의 표현 수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캐서린 맥키넌의 '포르노에 도전한다' 또한 번역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냐? 약자인 여성의 보호가 우선이냐? 이들의 주장은 사실 명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 보다 현실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들로는 아래 글에도 나온 마사 누스바움이 있습니다, 누스바움이 인간의 동정심과 공감능력에 대해 주로 철학적 관심을 보여온 것이 이러한 주장과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안드레아 드워킨이나 캐서린 맥키넌이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오직 권력관계에서만 고찰했다면, 누스바움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 남성이 여성에게 왜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지, 왜 자신과 여성에 대한 선긋기를 시도하는지에 대해 고찰합니다, 국내에서도 맥락은 다르지만, 넓게 보아 포스트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성매매 문제를 다루는 '여이연'같은 곳도 있습니다, 주로 이현재씨가 이 논란에 참여하고 있는데, 국내 여성계의 의견차가 갈라진 것은 비교적 최근입니다('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갈라지게 되었죠), 이 때 나온 개념이 바로 '성노동자' 개념입니다, 물론 누스바움이나 이현재씨의 입장은 '성매매 찬성'이라기 보다는 '성매매 금지에 반대'(비범죄화, 합법화)하는 입장에 가깝습니다, 로지 브라이도티 또한 이 입장에 찬성합니다, "성매매 합법화는 반차별화 정책의 일환입니다. 강제적인 성매매는 물론 강력히 단속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그런 일을 하는 경우는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주장들은 '성노동자'들이 철저하게 자본가에게 종속되어 있는 한국에서 비웃음만 살 뿐, 아무런 영향력을 가지지 못합니다만;

 

-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점은 결국 성매매가 근본적으로 부도덕한 것이다(이 경우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 또한 노예의 신분으로 떨어집니다), 성매매는 결국 자본주의 내에서의 모순적 행태일 뿐, 근본적인 가치판단은 불가능하다(이 경우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권익이 더 중요해집니다), 이 양자의 입장 차일 겁니다, 이에 대해 시몬 드 보부아르도 "아내가 한 남성에게 고용된 사람이라면, 매춘 여성은 일정액을 지불하는 여러 명에게 고용된 사람", 엥겔스와 앨리스 해밀턴 또한 "여성들은 결혼이라는 한번의 거래로 전속 매춘부가 되거나 매번 거래를 해야 하는 프리랜서 매춘부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근본적으로 여성의 경제적 종속이 문제라면 그 종속을 끊는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지, 성매매와 성매매여성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가치중립적 시각이 갈 길은 역시 한국에서는 요원한 길이겠죠, 유럽에서조차 이 개념에 대한 논의는 80년대에 시작되었는데... 하지만 왜 유엔이 '매춘 여성을 조직적으로 착취하는 것을 방지하고 그들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매매춘이 합법화되어야 한다'라고 선언했는지에 대해 우리도 깊은 성찰이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 끝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윤리적 논쟁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입장이 객관적이고 정의롭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일 테지요, 이천여년간 아무런 의심도 가지지 않고 사람들이 가져왔던 서구의 도덕이론이 20세기 들어 많은 여성주의 윤리학자들(안니 레클레르크, 엘렌 씨수, 뤼스 이리가레이, 줄리아 크리스테바)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여성에 대한 비하, 무관심'에 빠져있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성매매논쟁은 그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의 편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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