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16:39
한 일주일 된 것 같은데, 신문을 보다가 요즘 며느리가 시댁에 들어가서 사는 시집살이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사위가 처가에 들어가 사는 처가살이는 많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한다는 옛 말을 생각해보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죠. 주변에서도 처가에서 같이 산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분들이 많고, 그에 대한 반응도 "오죽 못났으면 처가에 빌붙냐"는 냉소적인 반응은 찾기 어렵습니다. "밥 잘 먹고 다니겠네?" "오~ 좋겠는데~" 가 오히려 주류죠.
근데 뭐 다 떠나서, 시집살이가 주는 것과 별개로 처가살이가 느는 이유는 일단 처가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시댁" 하면 그 이미지가 잔소리, 상전들, 눈치보임 등등인데 반해 "처가"에서는 사위를 쉽게 아랫사람 취급하진 않지요. 그러니 여권이 신장됨에 따라 여성들이 시집살이를 하느니 시집 안간다는 의지로 결사항전해 시집살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예전부터 싫으면 싫다고 할 수 있었던 사위들은 별 거리낌없이 처가로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전 사실 이 시점에서 시댁의 선택이 무엇이 될지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전통" "양반문화" 를 내세워 배울만큼 배운 며느리에게 무조건 옛날식으로 살라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시대입니다. 지금같은 포지션을 유지한다면 시댁은 아마 며느리를 잃는 데에 그치지 않고 아들까지 멀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속물스럽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예전처럼 가부장적인 시댁의 포스를 뽐낼 수 있다면 아마 그 집안은 대단한 부잣집일겁니다. ㅡㅡ
과연 시댁 사람들은 더 늦기전에 며느리를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닌) 아들과 결혼한 여자로, 아들을 (더 이상 내가 0순위가 아닌) 며느리와 결혼한 남자로, 아들과 며느리의 가정은 (우리집의 산하가정이 아니라) 내 가정과 동등한 가정으로 받아들이고 대우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까요? 대단한 반전 카드가 있지 않는 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힘겹게 유지하다 아예 더 멀리멀리 멀어지는 걸 구경이나 하게될 공산이 큰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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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1 18:35
인습에 쩔어지내며 살았던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 시대의 생활상을 지금의 대세인양 치환시켜서 가부장적 시댁이라고 적대시하는 기믹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합니다만.
그리고 지난 주말 처가집 시골 집안모임에 간다고 처가집 식구들을 태우고 왕복 열다섯시간이나 운전하며 ㅎㄷㄷ한 분위기에서 1박2일을 지내고 온 저로서는 별로 동감이 안되는 본문 내용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