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사람은 이상해

2012.11.30 09:21

maso 조회 수:1002

 

라기 보다는 나는 이상해 일수도 있지만 나는 이상해! 라고 쓰는건 어쩐지 독특하고 싶은 간지러움이 든단 말이죠.

하지만 지금 쓰는 바낭도 그런 유니크함에 대한 갈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직관을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이유없이', '그냥'에 대한 순수한 동경이 있죠.

언제부터인가 왜일까 생각을 해보면 어쩐지 제 자신이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변화했을때 그런 동경이 생긴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거에요. 제가 새벽에 편의점을 가서 감자스낵을 사옵니다.

프링글스를 보면 저는 항상 예전에 읽었던 기사가 생각 나요.

프링글스가 세금문제로 생산지에서 감자스낵임을 포기했다는, 정확하진 않지만 거의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감자면 세금이 훨씬 많이 나오는데 밀가루인지 옥수수인지 여튼 기타 작물을 이용한 과자로 수출입관세를 영특하게 줄였다는 거였죠.

사실 저는 프링글스가 감자든 아니든 포카칩보다 더 좋아하지만 얘는 진짜 감자가 아니야 라는 생각에 결국 포카칩을 사게 되는거에요.

그러고 집에 와서는 불만족스럽게 그것을 먹으면서도 이것이 옳은 행동이었다는 이상하고도 불편한 기분으로 컴퓨터를 하는데

사실 제가 새벽에 서늘한 공기와 싸우며 밖에 나가고, 또 오만가지 다양한 과자중에 감자스낵을 고집했던 건 그 전에 제가 보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게 됩니다. 

나가기 전에 저는 <감자를 이용한 요리 모음> 을 인터넷에서 보고 있었거든요.

결국 순수한 감자에 집착한건 사소하게나마 그런 이유인거죠. 

무의식이든 아니든 이런 행동으로 이어지는 이 연결고리가 너무 싫어요.

그 고리를 단순무식하게 깨고 싶고 고고하게 모든 선택을 하고 싶어요. 짱구나 새우깡.

 

이런 추론을 통해 불명확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되는 것은 퍽 싫을 일은 아니죠. 하지만 전 싫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싫다고 싫다고 되뇌이는 건 내가 나를 분석하는 만큼이나 타인을 똑같은 방식으로 탐색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남을 읽어내는 건 즐겁지만 남이 나를 이렇게 읽어내진 않았으면 하는 중2병 비슷한 신비주의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 대해 많이, 더 많이 알았으면 하다가도 또 어떤 식으로든 신비한 '무엇인가' 숨겨져 있다고 느꼈으면 하다니 참 웃깁니다.

저는 제 얘기를 잘 하고 어떨땐 강박적일만큼 솔직하게 말하려고 하는 편인데 그건 그러는 편이 더 숨겨져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줘서, 쿨해보이니까 그러는 것 같거든요! 히히.

 

별 생각 없이( <- 보세요. 제가 생각이 없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여기 있습니다.  이런 글을 쓰면서 이런 수식어를 썼다는게 웃기지 않나요?)

닉네임을 고민하다가 문득 빨간내의라는 닉네임을 생각하고,

이거 혹시 부모에 대한 죄책감때문에 요 단어를 떠올린 것이 아닐까? 라고 되짚어보고

대체 아무 의미 없이 떠오른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헷갈려서 쓰는 바낭입니다.

이게 무슨 요설일까요. 그냥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이미 저에 대해 다 파악하셨겠지요. 한마디로 아주 피곤한 여자라고요.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0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3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33
125847 생산성, 걸스로봇, 모스리님 댓글을 읽고 느낀 감상 [20] 겨자 2018.10.24 470889
125846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 - 장정일 [8] DJUNA 2015.03.12 269801
125845 코난 오브라이언이 좋을 때 읽으면 더 좋아지는 포스팅. [21] lonegunman 2014.07.20 189477
125844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의 글 ㅡ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 결코 아니다' [5] smiles 2011.08.22 158041
125843 남자 브라질리언 왁싱 제모 후기 [19] 감자쥬스 2012.07.31 147335
125842 [듀나인] 남성 마사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9] 익명7 2011.02.03 106054
125841 이것은 공무원이었던 어느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1] 책들의풍경 2015.03.12 89298
125840 2018 Producers Guild Awards Winners [1] 조성용 2018.01.21 76079
125839 골든타임 작가의 이성민 디스. [38] 자본주의의돼지 2012.11.13 72965
125838 [공지] 개편관련 설문조사(1) 에 참여 바랍니다. (종료) [20] 룽게 2014.08.03 71717
125837 [공지] 게시판 문제 신고 게시물 [58] DJUNA 2013.06.05 69106
125836 [듀9] 이 여성분의 가방은 뭐죠? ;; [9] 그러므로 2011.03.21 67783
125835 [공지] 벌점 누적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45] DJUNA 2014.08.01 62744
125834 고현정씨 시집살이 사진... [13] 재생불가 2010.10.20 62401
125833 [19금] 정사신 예쁜 영화 추천부탁드려요.. [34] 닉네임고민중 2011.06.21 53578
125832 스펠링으로 치는 장난, 말장난 등을 영어로 뭐라고 하면 되나요? [6] nishi 2010.06.25 50732
125831 요즘 들은 노래(에스파, 스펙터, 개인적 추천) [1] 예상수 2021.10.06 49725
125830 염정아가 노출을 안 하는 이유 [15] 감자쥬스 2011.05.29 49698
125829 [공지] 자코 반 도마엘 연출 [키스 앤 크라이] 듀나 게시판 회원 20% 할인 (3/6-9, LG아트센터) 동영상 추가. [1] DJUNA 2014.02.12 4944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