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냉면, 김치만두

2010.10.14 21:44

푸른새벽 조회 수:4171




1967년에 창업해 44년째 성업중인 영등포 함흥냉면입니다.
영등포 역전 일대엔 꽤 오래된 맛집들이 많이 있는데 최근엔 타임스퀘어의 성황으로
이런 맛집들에 젊은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타임스퀘어의 맛집이래봤자 대부분 프랜차이즈 음식점이기 때문에
몇 번 가다보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죠.

그럴 때 영등포 먹자골목을 뒤지면 타임스퀘어의 맛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단, 아주 춥거나 더울 때는 쇼핑몰 안에서 해결하는 게 답이죠.

이 날은 날씨가 좋아 밖에서 맛집 구경하며 어슬렁 거리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이 집 간판을 본 기억이 떠올라 들어갔습니다.



 



아주 오래전 중국집이나 다방에서 볼 수 있는 엽차잔.
잔 자체는 꽤 오래돼 보이는데 업소 로고의 인쇄상태는 깔끔해서 잠시 기웃.
아마도 오래 사용한 컵에 로고 인쇄를 따로 한 듯 했습니다.

저 잔에 온육수를 따라 마시니 괜히 더 맛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한 세 컵은 너끈히 마신 듯.



여기 들어오기 전부터 여기서 먹고 다른 데 가서 또 먹자고 약속했던 터라

가볍게 물냉면 하나, 김치만두 하나를 시켰습니다.
함흥냉면집에선 회냉면을 맛보는 것이 정석이겠으나 저는 냉면하면 오직 물냉면만 먹기에.
사실 회냉면도 좀 먹고 싶긴 했습니다. 하지만 냉면집에 가면 항상 약간의 갈등 끝에
후루룩 마시는 육수 맛을 느끼기 위해 물냉면으로 주문하곤 하죠.




함흥냉면 특유의 가늘고 쫄깃한 면발. 그런데 면을 휘저었더니 빨간 양념이 있었더군요.
동네 칡냉면 집에서나 접하던 모양새라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역시 함흥냉면집에선 회냉면을 먹었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스쳤습니다만 맛은 좋더군요.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육수에 양념이 가미돼 살짝 매콤해져 제 입맛에는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담백한 육수 맛을 즐기는 분이라면 물냉면 주문 시 양념장은 빼달라고 따로 말씀드리는 것이 낫겠지요.



김치만두.
일단 속이 비치는 만두피의 때깔과 크기는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이런 얇은 피의 만두를 무척 사랑합니다.




만두 해체.


무척 매콤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매콤하거나 맛이 강하지 않고 담백했습니다.
고기는 그다지 많이 들어가 있지 않고 두부와 야채 위주의 만두더군요.
김치만두 하면 생각나는 그런 맛이 아니기에 심심하다고 싫어하실 분도 계실 듯.
저 역시 일단 만두하면 고기맛 진하게 나는 만두를 선호하기에 그냥 담백하다 이상의 감흥은 없었지만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분에겐 아주 딱일 듯.

 

이렇게 둘이 물냉면 하나 김치만두 하나를 먹었을 뿐인데...
둘 다 배불러서 계획했던 2차는 가지도 못했습니다..;;

이 곳의 김치만두는 혼자나 둘이 오는 손님들을 위해 반접시도 팔면 좋겠더군요.
한 접시는 둘이 나눠 먹기에도 꽤나 많은 양.




서울에서 한가닥 하는 냉면집 치곤 가격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함흥냉면은 메밀을 주원료로 하는 평양냉면에 비해 면의 제조 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저 가격이 비싼 편이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그러고보니 평양냉면의 그 향긋하고 입안에서 툭툭 끊기는 식감의 면발은
웬만한 전문점이 아니고선 흉내내기도 쉽지 않죠.
아이고... 함흥냉면 먹고 온 얘기하다가 평양냉면 뽐뿌 받는 중입니다. ㅠㅠ
 










나와서 보니 영등포 시장쪽에 저런 표어가.
최첨단의 쇼핑몰과 재개발 직전의 낡은 건물들이 길 하나 사이로
함께 서 있는 공간은 무척이나 기이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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