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란 뭘까요?

2010.10.15 00:57

쇠부엉이 조회 수:2660

생각보다는 꽤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동경해오긴 했어요. 양재! 옷 만드는 거요.

내 옷을 직접 취향대로 만들어 입으면 얼마나 좋을까..늘 생각만 했죠....그러다가 결혼 후, 갑자기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지난 겨울에 문화센터 등록해서

일주일에 꼴랑 한시간 반 - 왜 꼴랑이냐면, 뭐 재봉틀 좀 만지거나 패턴 깨작깨작 쫌 그릴만 하면 수업이 끝나거든요 - 배우지만 그래도 시작이란걸 했네요.

그 느린 진도를 6개월간 견디면서 추리닝바지랑 청치마, 블라우스까지 배우다가 덜컥 몸이 아파서 한 달여 쉬고나니 거길 다시 가긴 싫더라고요. 게다

선생님도 제대로 배우고 싶으면 내 학원(양재학원 원장님이시라)으로 오라..고 꼬드기기만 하고 진도는 당최 안나가고...ㅡㅜ;;

뭐 학원 나갈 생각도 했는데요..근데 일주일에 5일 하루 여섯시간의 강행군이라..도대체 양재란 건 모아니면 도더라고요.

선생님도 자격증 따라는 게 저를 낚으시는 최종목표구요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학원생유치를 위한...)

하지만 전 그냥 제 옷이나 만들어 입으면 만족하지 자격증까지는...쫌.

 

결국 아주 생기초만 배운 상태에서 여기저기 바느질사이트 가입해서 독학?이라는 굴을 파기 시작합니다. 알고보니

대다수 재봉녀?들이 대부분 이런 케이스. 그리고 주로 주부들이 취미로 하시더군요. 네 정석으로 온 걸까요. ㅎㅎㅎ근데

이해는 가요. 홈패션- 테이블보나 이불커버라든가 커튼따위는 정말 예쁜 것들은 많이 비싸거든요. 재봉틀 만질줄만 알면 상대적으로

적은 재료비로 맘에 드는걸 장만할 수 있으니 주부들에게선 당연히 인기일 거에요. (하지만 옷 만들기-그것도 성인의 옷 만들기는 별도)

 

많이 배워서 내 손으로 패턴을 뜨는 정도가 되려면 아주 오래 배워야 한다고 선생님이 그러셨죠. 그래선지 옷 패턴은 바느질 사이트나

재봉의 달인들이 유료로 팔고 그럽니다. 일본이나 외국에는 소잉잡지도 많아서 그거 구독하면서 애들옷이나 어른옷 만드시는 분들이

다수더라고요. 우리나라도 계간지 형태긴 해도 이제 막 잡지들이 기반을 잡아가는거 같고요. 물론 저도 잡지나 양재 책을 사서

꼬물꼬물 집에서 입는 린넨바지나 다트같은거 안 들어가는 쉬운 원피스, 그리고 남편 반바지..그리고 대방석커버까지 만들어 본

정도가 됬어요. 여전히 생초보지만.

 

그러고나니 드라마를 보다가 특이한 디자인의 옷을 보면 드라마 줄거리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갑니다. ㅡㅡ좋아하는 '인생은 아름다워' 볼 때

우희진이 입고나오는 원피스 같은게 눈에 걸리면 케이블에 다시보기를 쫓아다니면서 보기도 하고...어제는 능력도 옷 패턴도 없으면서

덜컥 가디건용 니트천을 두 마나 샀네요. 재봉녀들이 제일 잘 저지르는 낭비가 천 사서 안만들고 쟁여두기라는데...ㅎㅎㅎ나도 시작인가. 근데

온 천이 화면에서 보던거랑 너무 달라요. 이런 원단사이트 많아요. 그저그런 천을 예쁘게 색보정하는데요.

과소비하는거 싫어서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고심해서 지르는데 이런 물건이 오면 막 화가 나요. 천을 보면서 이런 옷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하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죠.곁들여 산 단추나 실 색깔하고도 안맞고...반품해야하나 골치가 아파져요.

 

그렇지만 막상 정말 화면과 같은 천들이 집에 와도, 그걸 멀쩡한 한 벌의 옷으로 만드는 거..사실 저처럼 덜렁거리고 무계획적인 사람에게

양재는 참 치명적이죠. 정확하게 패턴을 종이에 옮기고, 그걸 다시 천에 제대로 옮기고,...천 재단은 또 얼마나 어렵나요. 아무리

시침핀을 많이 꽂고 가위질을 해도 어딘가 삐뚤게 잘려나가는 옷감들...소맷부리라던가 어깨 진동선 같은데는 둥글게 다림질도 꼼꼼하게

해 줘야하고 심지를 붙이는 것도 단추를 다는 것도 뭐든지 철저한 계획하게 진행해야 해요. 순서가 틀리면 안되는 게 또 양재죠.

직접 그린 패턴도 아닌데 그걸 베껴 천에 옮기기만 해도 하루 반나절이 훌쩍 가요. 정신 차려보면 남편이 귀가할 시간.

얼른 마트로 부리나케 장보러 달려가죠..밥 해 먹고 뒷정리하고 돌아온 남편과 하루 일과를 얘기하다보면 저는 남편 듣기에 지루할

바느질 얘기밖엔 할 게 없어요. 여기 매달리느라 외출도 안했고 운동도 안했죠. 전화는 기본이고 책도 못보고. 블로그도 요새 소홀해요.ㅎㅎ 

 

이러다보니 옷을 만들고 싶어서 천을 사도 막상 옷 만들러 돌입하는게 꺼려질 정도지만...그래도 철이 바뀌면 원피스며 셔츠같은게

만들고 싶어지고, 또 그 고생을 사서 하자고 의욕에 불타죠. 엄청 고생하리란건 안봐도 훤해요. 

이걸 왜 할까요? 사실 제대로 옷 만들자면 천 값이나 실, 단추등 결코 싸지 않아요. 옷가게에서 세일하는 옷 한벌 사 입으면 그만인데..그게 훨씬 싸요.

만들기는 뭐 잘 하나요. 직선박기도 서투른 솜씨. 아무리 길거리 매대옷이라도 저보단 솜씨가 월등하죠. 그쪽은 프론데요.

 

오늘도 원단 사이트에서 이번에 이불커버를 만들리라 작심하고 천 고르느라 열중하고 있으니 남편이 저번에 배우던 양재

더 안배우냐고 묻길래 응..하고 대답하고 나니...좀 그렇네요. 이걸하면 뭐 돈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외려 가욋돈이 더 들기도 하는데

능력좋게 옷을 쑥쑥 뽑는거도 아니면서 전 왜 일상을 다 투자해가면서 열을 올릴까요. ,,쉽지도 않고 힘든데..그래도 좋아요.ㅜㅜ

 

빨리 능력자가 되서 남편옷 내옷 내 동생옷 엄마아빠옷 쑥쑥 만들어드리면 그제서야 보람이 있는걸까요. ㅎㅎㅎ아예 패션계로 나가?? 퓨퓨

취미의 세계는 오묘해요. 허허.참.

 

푸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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