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동떨어져서 살고 있다가 며칠전 조성용님 게시물에서 이 영화 스틸과 코멘트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곤 곧장 예매하고 서둘러 다녀왔어요. 4월초 개봉이라 곧 막도 내릴 것 같고, 상영관도 극히 적고 해서.


세이모어 번스타인이라는 실존 피아니스트를 촬영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처음엔 이 분이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과 혹시나 혈연이 있나 싶어 호기심이 더 일었던 것도 있어요.  

찾아보니 특별한 관련은 없었지만, 제겐 번스타인이라는 유태계 이름을 쓰는 또 한 분의 소중한 음악가로 기억될 것 같네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시거나 이런 장르의 영화가 취향이신 분 뿐만 아니라

음악을 배우거나 가르치시는 분들 모두에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두시간 여 동안 노년의 피아노 선생님의 평범한 일상과 이야기가 전달하는 울림이 무척 크고 여운도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습니다.

지행합일의 경지를 이룬 분들은 작은 눈빛, 말투, 표정 하나로도 많은 것을 전달하니까요.

초딩때 몇 년 고작 피아노 두드려본 게 전부인 저에게조차도, 정말 아무것도 아닌 첫 장면, 노 음악가가 피아노 연습을 하는 장면부터 눈물날 만큼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음악과 인생이라는 상투적인 두 단어의 조합의 참 뜻을 평온하고 나직하게 듣는 느낌입니다.


학생들 레슨 장면, 마스터클래스 장면이 여럿 나오는데 지금 기억에 남는 건, 저도 여태 스타카토를 헛으로 알고 살았구나 라는 것?  

(아, 물론 어느 음악영화에서도 놓칠 수 없듯이, 몇 마디의 말 만으로 학생의 연주가 환골탈태하는 것을 목격하는 매직도 당연히 있지요)


이 분의 따뜻하고 깊은 울림의 피아노 소리는, 모데라토의 템포로 또박또박 스테디하고 조리있게 흘러나오는 이 분의 영어와 무척 닮았습니다.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면 하루 종일 이 분께 레슨을 받아도 지겹지 않겠구나 싶습니다. 

굳이 음악을 하지 않아도 언제처럼 찾아가 친구처럼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이에요.  에단 호크가 왜 이 분께 매료되었는지 금세 알 수 있지요.

한국전에도 참전하셨던 분이라 한국 관객에겐 특별한 순간들이 몇 곳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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