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30 09:00
0)
밑에 제가 쓴 글에서 르귄님이 "그렇게 당당하면 왜 익명을 쓰느냐"고 했는데
(근데 르귄님은 본명인가요? 어슐러 르귄과는 매우 다른 성향의 발언을 하시는걸로 보아 그분은 아닌거 같네요)
저는 "듀게에서 강간미수를 당한 일에 대해 언급했을 때 마음이 어려워서 익명을 썼고, 그대로 이어졌다"고 썼어요.
정말 전 오프라인에서 이 경험에 대해서 털어놓는게 어려워요.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는걸 알지만 그냥 그렇게 세뇌당해있죠.
1)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털어놓는 편이고, 최근엔 의식적으로 털어놓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여자들끼리 모여서 털어놓으면 정말 밤새도 모자를 정도로 성폭력 경험들이 쏟아져 나오고, 수위는 강간(성폭행)부터 성추행, 희롱까지 다양합니다.
이렇게 털어놓고 연대감을 공유하고,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상대가 나쁜거였다 확인하는 과정이 정신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거든요.
(정신과에 가면 더 좋겠지만요)
저만해도 당장 기억나는 것만 강간미수2번, 희롱2번, 데이트폭력1회이고, 주변과 비교했을 때 딱히 많거나 적은 편은 아닌것 같습니다.
(저는 계속 남녀공학만 다녀서인지 그 흔한 바바리맨 한번 못만나봤어요)
한 친구는 3일 연속으로 당한적도 있고요. 어디 술집다니는 사람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려 공무집행 중이었답니다.
암튼 여자들이 겪는 성폭력 경험은 거의 100% 에 달할 거라고 생각하고, 횟수로 따지자면 거의 500% 이상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주 많은 경험이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일어났고,
또 제 관찰로는 횟수는 그 사람이 소속된 지역의 소득수준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보였어요.
2)
그런데 남자들은 저정도로 성폭력이 여자들에게 일상적인 경험이라는 걸 잘 몰라요.
일일이 고소하기 힘든 성희롱이야 만연해 있어서 남자도 여자도 무시하는거라고 쳐도, 그 이상 수위의 경험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죠.
여자들이 스스로 저런 경험을 "부끄럽고 수치스런"경험이라 생각해서 말하지 않기도 하고,
주변사람 (엄마, 친구 또는 경찰)에 털어놓았지만 "너가 잘못해서 그랬을 것이다"라는 반응에 2차피해를 당한 경험 때문이기도 할거에요.
친구중에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해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심지어 가족이 경찰이었죠.
경찰인 가족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할 정도로 금기시해버렸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범죄 사실들이 묻혀버리고 있을까요.
저런 이야기들을 더욱더 꺼내서 발언하고, 공감해주고,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피해자의 회복이나 차후의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트위터에서도 예전에 자신의 성폭력 경험담들을 털어놓는 액션이 있었는데,
(거기 돌아온 어떤 남성유저 대답이 가관이었죠. "난 저런일을 한적도 없는데 왜 이야기를 해서 내 기를 죽이느냐!!"-> ????)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처럼 대신 분노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하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뭔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저 발언 하나하나가 가치있고, 아카이브화 해서 보존해둘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
주저리 쓰게된거는 결정적으로 이 교토의 치한예방 광고를 본 것 때문이에요.
https://twitter.com/ryuwoon/status/753880669655150592
지하철 치한과 같은 상대의 수치심과 공포를 이용하는 지능적 범죄에는 목격자의 연대 저항이 필요하다. "너는 '우리'와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든든한 사회적 뒷배가 함께 맞서야 한다. #대중교통폭력OUT #대중교통성폭력OUT
성폭행 자체가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져 개인적인 일들로만 남을때가 많고, 그에 대한 대처도 (피해를 당장 입은) 개인이 어떤 대처를 해야하는데,
성폭행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좌시하지 않고 가해자에 맞설것이며, 언제든 피해자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
..라는 메시지를 잠재적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4)
타이틀로 돌아가자면...어때요? 성폭력 경험에 대한 아카이브가 있다면 도움이 될까요?
2016.07.30 09:31
2016.07.30 11:48
2016.07.30 09:37
제가 만들고 싶은 아카이브가 또 있는데요..
1. 대중문화에서 아내는 존댓말을 하고 남편은 반말을 하는, 여성동료는 존댓말을 하고 남성동료는 반말을 하는, 심지어 여성상사가 존댓말을 하고 남성부하직원이 반말을 하는 사례를 한데 모아보는 아카이브.
제가 이런 식으로 언어 사용에서부터 여성이 낮은 지위로 그려지지 않냐고 했더니, 어떤 남자가 자기는 지금까지 남편은 반말하고 아내는 존댓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단 하나도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 그 즉시 검색하니 100개도 넘게 찾을 수 있었는데.....
2. 여행가면 현지에서 (미성년자로 보이는) 젊은 여성을 가이드 겸 토이로 끼고 다니는 성구매 남성들을 볼 수 있잖아요? 그 남성들의 행태를 웹사이트에 공유하는 거죠.
2016.07.30 09:50
2016.07.30 11:04
2016.07.30 09:51
2016.07.30 11:02
2016.07.30 10:09
2016.07.30 11:47
2016.07.30 22:05
2016.07.30 23:40
자기 인생 망치고 싶지 않았으면 남의 인생도 건들지 말았어야죠.
이 글타래를 떠나서 드리는 말씀인데. 피노키오님이 나쁜 놈에게 정의를 실현하든 다른 곳에서 방법을 찾든, 마음의 평화를 얻으시기를 바래요.
저도 그때 일들을 곱씹을때마다 "난 왜 좀더 똑똑하지 못했을까" "왜 그자리에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생각하곤 하죠..
하지만 스스로를 탓하는 짓이야말로 절대 해서는 안될 단 하나의 일인것 같아요. 스스로를 미워하는 것보다 남을 미워하는게 낫지요.
2016.07.30 10:34
2016.07.30 11:04
2016.07.30 11:07
한국성폭력상담소 [생존자 말하기 대회] 가 있습니다. 혹시 도움이 되실까 해서 알려드려요.
지금은 [작은 말하기]로 이름을 바꾼 것 같고, 매월 진행하네요.
2016.07.30 11:55
2016.07.30 17:36
2016.07.30 17:37
2016.07.30 23:44
용기있는 일을 하셨네요.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어떤 액션을 취해서 성과가 생기면 듀게에도 보고 올리겠습니다.^^
언니네, 일다 등에서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지만 (메갈리아에서도 그런 고백이 어느 정도 있지 않았을까요?) 따로 또 만들어도 좋겠죠. 누군가 동을 뜬다면 찬성합니다.
이렇게 털어놓기만 하는 아카이브라고 해도 여성혐오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공격할 겁니다. 왠지 익숙한 풍경들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