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밑에 제가 쓴 글에서 르귄님이 "그렇게 당당하면 왜 익명을 쓰느냐"고 했는데

(근데 르귄님은 본명인가요? 어슐러 르귄과는 매우 다른 성향의 발언을 하시는걸로 보아 그분은 아닌거 같네요)

저는 "듀게에서 강간미수를 당한 일에 대해 언급했을 때 마음이 어려워서 익명을 썼고, 그대로 이어졌다"고 썼어요.

정말 전 오프라인에서 이 경험에 대해서 털어놓는게 어려워요.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는걸 알지만 그냥 그렇게 세뇌당해있죠.


1)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털어놓는 편이고, 최근엔 의식적으로 털어놓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여자들끼리 모여서 털어놓으면 정말 밤새도 모자를 정도로 성폭력 경험들이 쏟아져 나오고, 수위는 강간(성폭행)부터 성추행, 희롱까지 다양합니다.

이렇게 털어놓고 연대감을 공유하고,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상대가 나쁜거였다 확인하는 과정이 정신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거든요. 

(정신과에 가면 더 좋겠지만요)


저만해도 당장 기억나는 것만 강간미수2번,  희롱2번, 데이트폭력1회이고, 주변과 비교했을 때 딱히 많거나 적은 편은 아닌것 같습니다.

(저는 계속 남녀공학만 다녀서인지 그 흔한 바바리맨 한번 못만나봤어요)

한 친구는 3일 연속으로 당한적도 있고요. 어디 술집다니는 사람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려 공무집행 중이었답니다.


암튼 여자들이 겪는 성폭력 경험은 거의 100% 에 달할 거라고 생각하고, 횟수로 따지자면 거의 500% 이상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주 많은 경험이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일어났고, 

또 제 관찰로는 횟수는 그 사람이 소속된 지역의 소득수준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보였어요.

 유일하게 저런 경험이 없다고 말한 친구 두명이 압구정 청담 토박이었거든요. 감시와 경비 인력, 자차이용비율등도 영향이 있겠죠.


2)

그런데 남자들은 저정도로 성폭력이 여자들에게 일상적인 경험이라는 걸 잘 몰라요.

일일이 고소하기 힘든 성희롱이야 만연해 있어서 남자도 여자도 무시하는거라고 쳐도, 그 이상 수위의 경험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죠.


여자들이 스스로 저런 경험을 "부끄럽고 수치스런"경험이라 생각해서 말하지 않기도 하고,

주변사람 (엄마, 친구 또는 경찰)에 털어놓았지만 "너가 잘못해서 그랬을 것이다"라는 반응에 2차피해를 당한 경험 때문이기도 할거에요.


친구중에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해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심지어 가족이 경찰이었죠.

경찰인 가족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할 정도로 금기시해버렸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범죄 사실들이 묻혀버리고 있을까요.


저런 이야기들을 더욱더 꺼내서 발언하고, 공감해주고,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피해자의 회복이나 차후의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트위터에서도 예전에 자신의 성폭력 경험담들을 털어놓는 액션이 있었는데,  

(거기 돌아온 어떤 남성유저 대답이 가관이었죠. "난 저런일을 한적도 없는데 왜 이야기를 해서 내 기를 죽이느냐!!"-> ????)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처럼 대신 분노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하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뭔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저 발언 하나하나가 가치있고, 아카이브화 해서 보존해둘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 

주저리 쓰게된거는 결정적으로 이 교토의 치한예방 광고를 본 것 때문이에요.


https://twitter.com/ryuwoon/status/753880669655150592


지하철 치한과 같은 상대의 수치심과 공포를 이용하는 지능적 범죄에는 목격자의 연대 저항이 필요하다. "너는 '우리'와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든든한 사회적 뒷배가 함께 맞서야 한다.



성폭행 자체가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져 개인적인 일들로만 남을때가 많고, 그에 대한 대처도 (피해를 당장 입은) 개인이 어떤 대처를 해야하는데,

성폭행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좌시하지 않고 가해자에 맞설것이며, 언제든 피해자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 

..라는 메시지를 잠재적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4)

타이틀로 돌아가자면...어때요? 성폭력 경험에 대한 아카이브가 있다면 도움이 될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77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new catgotmy 2024.04.25 62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new 여은성 2024.04.25 175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new 상수 2024.04.25 94
126059 요즘 듣는 걸그룹 노래 둘 update 상수 2024.04.24 99
126058 범도4 불호 후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4.24 137
126057 오펜하이머 (2023) catgotmy 2024.04.24 66
126056 프레임드 #775 [2] Lunagazer 2024.04.24 27
126055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catgotmy 2024.04.24 126
126054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6] update 로이배티 2024.04.24 271
126053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36
126052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184
126051 "韓, 성인 문화에 보수적"…외신도 주목한 성인페스티벌 사태 [3] update ND 2024.04.24 289
126050 오펜하이머를 보다가 catgotmy 2024.04.24 114
126049 프레임드 #774 [4] Lunagazer 2024.04.23 76
12604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4.04.23 409
126047 잡담) 특별한 날이었는데 어느 사이 흐릿해져 버린 날 김전일 2024.04.23 161
126046 구로사와 기요시 신작 클라우드, 김태용 원더랜드 예고편 [2] 상수 2024.04.23 282
126045 혜리 kFC 광고 catgotmy 2024.04.23 234
126044 부끄러운 이야기 [2] DAIN 2024.04.23 376
126043 [티빙바낭] 뻔한데 의외로 알차고 괜찮습니다. '신체모음.zip'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3 29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