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브로드처치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로 분류될 만한 내용은 없겠지만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하세요) 


현재 제 넷플릭스 계정의 '시청 중인 동영상 카테고리'에는 많은 드라마가 쌓여 있습니다.

시작은 했는데 끝까지 보지 못한 작품들이에요;;

첫 번째 에피소드조차 끝내지 못한 것들도 있고, 중간까지 가다가 못 간 것들도 있어요.

그러다 어제 오랜만에 완주한 드라마가 생겼는데 바로 영국드라마 '브로드처치 Broadchurch'입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제가 본 한-미-영국 드라마 중 세 손가락? 정도 안에 들 정도였어요.


사실 저는 영국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았어요.

'셜록'도 재밌다니까 봤는데 원작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니 그저그렇더라고요.

아주 예전에 미스핏츠, 스킨스 정도를 봤고, 최근에는 마르첼라, 블렛츨리 클럽, 티핑 더 벨벳 정도 본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느낀 것은 - 원작의 색깔이 분명한 작품을 제외하고 - 어두운 분위기, 미드보다 조금 적나라하고 불친절한 묘사 정도였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지면 유럽 영화를 보기 힘들듯 드라마도 그런 느낌이 조금 있었어요. 낯선 느낌.


아 그런데 브로드처치(지명입니다) 이 작품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겁니다.

초반부터 끝까지 드라마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와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 일단 압도적이었어요.

카메라는 그냥 장면장면을 엽서로 찍어내도 될 것 같은 풍광들을 잡아냅니다.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드라마의 정체성에 한 몫을 하는 느낌으로 보는 맛이 있었고요.

배우들 역시 캐릭터에 그대로 녹아들어간 느낌이었어요. 


기본적인 플롯은 평범합니다.

다소 폐쇄적인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이방인과 마을 토박이인 두 형사가 풀어가는 이야기예요.

기본 내용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시피 범인이 누구냐 하는 사실 못지 않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가운데 나타나는 다양한 군상들, 인간의 본성과 성찰이 핵심입니다.

 

시즌 2까지 나왔고 시즌별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시즌 1이 더 흥미로웠지만 시즌 1과 2를 모두 아우르는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맺히더라고요.

부조리함이 가득한 가운데서 어떻게든 제대로 살아가려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 얘기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즌 1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변 인물들, 사건이 아니었으면 드러나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주 내용입니다.

집단 심리, 타인에 대한 성급한 단정이 낳는 위험한 오해들, 결국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나타나는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는 뒷통수까지.

쓸데 없는 장면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촘촘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묘사된 것이 좋았어요.


사실 시즌 2도 재미있긴 했는데, 법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미국 법정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대편 변호사의 이의 제기가 없더라고요.

변호사가 증인 심문 중 설정과 가정만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묘사하면서 "그런 것 아닙니까?"라고 다그치는데,

"이의 있습니다. 변호사가 진술하고 있습니다"라는 이의 제기가 전혀 없었어요.

미국과 영국의 법은 물론 다르겠지만 저런 걸 허용한다면 불공평하게 전개될 판결이 많을텐데 좀 이상했습니다.


어찌 됐든 어제 2시즌까지 다 봤는데, 

중간중간에 흘려놨지만 한 번만 봐서는 놓치기 쉬운 정황들을 결론과 다시 짜맞춰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다시 처음부터 보려고 합니다.

완전한 결말인 느낌이어서 2시즌으로 완료된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시즌 3 제작 중이더라고요. 비록 진짜 마지막 시즌인 것 같지만요.

1시즌이 더 남아서 행복합니다. *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0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7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15
126049 프레임드 #774 [2] Lunagazer 2024.04.23 54
12604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4.04.23 315
126047 잡담) 특별한 날이었는데 어느 사이 흐릿해져 버린 날 김전일 2024.04.23 125
126046 구로사와 기요시 신작 클라우드, 김태용 원더랜드 예고편 [2] 상수 2024.04.23 225
126045 혜리 kFC 광고 catgotmy 2024.04.23 204
126044 부끄러운 이야기 [2] DAIN 2024.04.23 328
126043 [티빙바낭] 뻔한데 의외로 알차고 괜찮습니다. '신체모음.zip'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3 267
126042 원래 안 보려다가 급속도로.. 라인하르트012 2024.04.22 216
126041 프레임드 #773 [4] Lunagazer 2024.04.22 55
126040 민희진 대표님... 왜그랬어요 ㅠㅠ [8] Sonny 2024.04.22 1089
126039 미니언즈 (2015) catgotmy 2024.04.22 78
126038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스위트 아몬드, 라떼 catgotmy 2024.04.22 79
126037 최근 읽는 책들의 흐름. [6] 잔인한오후 2024.04.22 343
126036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4.04.22 38
126035 눈물의 여왕 13화?를 보고(스포) [2] 상수 2024.04.21 314
126034 [왓차바낭] 선후배 망작 호러 두 편, '찍히면 죽는다', '페어게임'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4.04.21 244
126033 프레임드 #772 [4] Lunagazer 2024.04.21 41
126032 LG 우승 잔치는 이제 끝났다… 3년 뒤가 걱정이다, 구단도 냉정하게 보고 간다 [5] daviddain 2024.04.21 203
126031 [넷플릭스] ‘베이비 레인디어’ 굉장하네요 [10] Gervais 2024.04.21 969
126030 [왓챠바낭] 다시 봐도 충격적일까 궁금했습니다. '성스러운 피' 잡담 [4] 로이배티 2024.04.20 67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