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백남기 선생님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마음에 걸려서, 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검 영장 청구 같은 기도 안 차는 말들이 들려오는 어수선한 때, 가 뵙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어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혜화역에서 도보로 꽤 멀더군요.

창경궁 방향에서 길을 찾아갈 걸 그랬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걸을 만은 했습니다.



성장하고 나서 장례식에 가 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아무리 애도하는 마음 슬프고 분한 마음으로 가는 길이라지만

상주 되시는 분들 앞에서 예는 어떻게 치르나, 어떤 태도로 뵈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조문하는 곳에 들어서니

이상하게 눈물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앞서 조문하는 뒤에서 비져나오는 울음을 막으며 기다렸고,

고인의 영정 사진을 대하니 

울음이 죄송스럽게도, 마음 놓고 터졌습니다.



아마도,

그분이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경위, 그 전후로 책임자들의 무리가 보이는 모습,

바뀌지 않는 것들에 대한 서러움, 

행동하지 못한, 혼자 당하시게 한 죄송함이

그분의 영정 사진 앞에서 갈 곳을 찾았나 싶었나 봅니다.


도와 주시는 분의 말씀에 따라, 묵념을 하고,

상주 되시는 분들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제가 너무 우니까

상주 중  여자분이 다가오셔서 휴지를 건네 주시고 다독여 주셨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씀을 연신 하면서, 휴지를 받아 눈물을 닦았습니다.



나중에, 부검 영장이 혹 받아들여질까 두려워 검색을 하던 중에 보았는데

우는 저를 다독여 주신 분이, 백남기 님의 부인 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걸 아니 더 부끄러워지더군요.

저는 조문 다녀와서 또 편히 일상을 사는데,

그런 일을 당하시고서 또 일촉즉발의 상황을 앞에 두고 말로 못할 고생을 몸과 마음으로 겪어내셔야 하는 분 앞에서

소용도 없는 눈물이나 흘리고 왔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오늘 오후 다시금 결과가 발표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발 바랍니다. 재청구했다는 부검 영장이 다시금 기각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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