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청춘시대 2 후기

2017.10.20 18:06

일희일비 조회 수:1492

청춘시대1을 보고 폭풍 감동했으며 시즌2를 원했지만 시청률이 너무 낮았던지라 '설마 제작되겠어?'라고 기대도 안 했었죠. 그런데 깜짝선물과도 같이 시즌2가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jtbc 아주 칭찬해..!


그런데... 다 보고 난 소감은... 화도 나고 찝찝하고 허무하네요. 배우들은 다 제 역할을 잘 해냈어요. 작가와 연출도 그대로인데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요?


바빠서 이번 주에야 정주행 시작했어요. 1화는 느닷없이 스릴러였고 좀 억지스런 느낌은 있었지만, 신선한 느낌 주려고 예고편처럼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했나 싶었어요. 그런데 시즌 전체가 스릴러였을 줄이야. 


1. 조은에게 치마 입히기, 이성애자 정체성 씌우기는 너무 고루해서 시공간이 오그라지는 기분이었어요.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앰버에게 포토샵으로 긴 머리를 덧붙이는 것과 똑같은 짓을 왜 이 드라마에서 보고 있어야 하는 거죠? 게다가 순진한 소녀가 우연히 벗은 몸의 남자와 마주쳤는데 그 남자와 사귀게 되는 설정은 클리셰 중의 클리셰라서 내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조은과 서장훈은 서로 전혀 끌리지 않아 보였고, 교감할 만한 부분도 없었는데 걍... 사귑니다. 대체 왜?!!


2. 조은의 어머니는 남편의 바람을 용서하지 못해 8년 동안 이혼 안 해주고 버티며 버림받은 상처가 히스테리로 나타납니다. 하아... 이 쌍팔년도 같은 설정은 뭐죠. 제 주변의 잘 사는 이혼녀들을 생각하며 이마짚.  


3. 유은재가 실연으로 허우적거리는 내용이 시즌 내내 지속되네요. 유은재에게는 다른 스토리가 전혀 없어요. 실연 후의 찌질한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는 건 괜찮지만, 너무 길어지니 보다가 지치네요. 연애에 연연하는 여성 역시 시즌1에 비해 퇴행적입니다. 


4. 정예은의 친구 둘과의 갈등은 너무 뜬금포예요. 아무리 정예은 뒷바라지가 힘들었다고 해도 앙심을 품고... 이건 너무 나갔잖아요. 그리고 그 뒤의 감정선도 너무 개연성이 없어요. 아니, 그런 협박을 했다는 걸 들키고도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는 겁니까. 그리고 예은에게 문자테러한 친구는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취업준비로 힘들어 하는 대학생이라고 하기엔 맨날 신부화장에 고데기 머리에 레드카펫 밟을 것 같은 드레스 차림이에요.  


5. 정예은의 새 남친, 사회성 없는 범생이 공대생 캐릭터는.. 역시 이마짚. 이과생들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캐릭터로 만든 무사안일한 설정입니다. 볼 때마다 화났어요. 


6. 문효진의 애인이 하메들을 살해하려 했는데 어떻게 경찰에 신고도 안 하나요. 그 집에서 어떻게 그대로 사나요. 전기충격기로 범인이 기절했을 때 왜 그 공간에서 다들 뛰쳐나가지 않고 벌벌 떠는 거죠? 


7. 송지원은 워낙 말도 안 되는 사고를 많이 치기도 했지만, 마사지숍에서 직원에게 거짓말하는 건 좀 심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도 임성민은 아무 소리도 안 하는 것도 이상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폭력의 트라우마가 길게 지속되는 모습을 드라마에서 진지하게 다루다니, 이건 모두가 시청해야 할 계몽 드라마가 분명해! 라고 혼자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아동성폭력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죄책감, 속죄, 내가 나도 모르게 준 상처 등에 대해 숙고하게 해서.. 저도 어제 밤에는 고등학교 시절의 성폭력 꿈을 꾸었네요. 이건 기회가 있으면 언제 긴 글로 다시 써야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이진광(헤임달)이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제발 핸드폰 한 번만 빌려주세요..' 하고 행인들에게 사정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가장 먹먹하더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0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29
125848 프레임드 #748 [2] new Lunagazer 2024.03.28 34
125847 의사 증원 2000명이 천공 밈화 되는 걸 보면서.. 으랏차 2024.03.28 241
125846 이미 망한 커뮤에 쓰는 실시간 망하는중인 커뮤 이야기 [5] update bubble 2024.03.28 431
125845 몬스터버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돌도끼 2024.03.28 84
125844 롯데 인스타에 [12] update daviddain 2024.03.28 162
125843 고질라 곱하기 콩 봤어요 [3] 돌도끼 2024.03.28 206
12584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update 조성용 2024.03.28 302
125841 데드풀 & 울버린, 배드 보이즈:라이드 오어 다이, 더 배트맨 스핀오프 시리즈 더 펭귄 티저 상수 2024.03.27 117
125840 하이브 새 아이돌 아일릿(illit) - Magnetic MV(슈퍼 이끌림) [2] 상수 2024.03.27 155
125839 프레임드 #747 [4] update Lunagazer 2024.03.27 45
125838 [핵바낭] 다들 잊고 계신 듯 하지만 사실 이 게시판에는 포인트란 것이 존재합니다... [10] update 로이배티 2024.03.27 401
125837 예전 조국이 이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지 않습니까? [4] 머루다래 2024.03.27 641
125836 ZOOM 소통 [8] update Sonny 2024.03.27 262
125835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사람 catgotmy 2024.03.27 213
125834 문득 생각난 책 [1] daviddain 2024.03.27 140
125833 종교 유튜브 catgotmy 2024.03.27 107
125832 [왓챠바낭] 엉망진창 난장판 코믹 호러, '좀비오2'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3.27 151
125831 보아 신곡 -정말 없니?/그거 아세요? 귤에 붙어 있는 하얀 것은... 상수 2024.03.27 182
125830 토드 헤인즈 감독, 줄리안 무어, 나탈리 포트만의 메이 디셈버를 보고 - 나는 괜찮고, 알고 있다는 착각들(스포있음, 내용 보충) 상수 2024.03.27 201
125829 다시 한번 역대 최고의 영화 중의 한 편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 초강추! ^^ (3.27, 3.30, 4.14 서울아트시네마 상영) [8] crumley 2024.03.26 21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