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저번에 아파트에 관한 일기에서도 썼지만 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법'에 대해 잘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죠. 사실 쓰고 보면 이건 좀 이상한 말이예요. 애초에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돈을 벌어야 한다면 한정된 자원인 부동산으로 벌고 싶지는 않아요.


 누군가가 부동산(거주지역의 부동산)으로 돈을 번다는 건 즉 호가가 계속해서 뛴다는 뜻이고 호가가 계속해서 뛴다는 건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집을 사기 힘들어진단 뜻이니까요. 왜냐면 집이란 건 누구에게나 하나는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우리의 몸은 두개가 아니니까요. 집을 두 개 가져봐야 두 개의 집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어요. 


 사실 주식은 오르든 말든 외부인에겐 상관없거든요. 어떤 주식의 호가가 아무리 뻥튀기가 되어도 주주가 아닌 사람들의 인생엔 별 영향이 없어요. 딱히 마이너스가 되는 일 따위는 없는 거죠. 


 

 2.하지만 땅의 호가란 건 뻥튀기되면 될수록 의자에 먼저 앉은 놈들이 너무나 유리한 거거든요. 왜냐면 '부동산이란 의자'는 한번 앉아버리면 충분히 비싼 값에 양보-그것을 양보라고 부를 수 있다면-하기 전에는 영원히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니까요. 


 생각해 보면 이건 꽤나 무서운 일이예요. 주식이란 건 증자를 할 수도 있고 현금이란 건 새로 찍어낼 수도 있는데 부동산은 아니잖아요. 새로 만들어낼 수 없는 거니까요. 



 3.물론 위에 쓴 말들은 나이브한 말들이예요. 누구에게나 자신이 드러누울 땅 한 조각씩은 있어야 하지만 그러니까 뻥튀기시키기가 더 쉬운 것일 테죠. 왜냐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거니까요. 넥센테크 주식이 없어도 사람은 살 수 있지만 자신이 누울 땅이 없으면 존나 피곤하거든요. 자신의 땅이 없으면 남의 땅을 빌려서 산다는 이유로, 월 50만원씩은 내야 해요. 이 빌어먹을 도시는 생활비 이전에 기본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비용조차도 너무 커요.



 4.휴.



 5.다른 사람들에게 집이란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집에 화분도 놓고 반려동물도 들여놓는 등 '집에 의미를 부여하는'데에 정성을 들이는 사람들을 보면 '아, 저 사람들에겐 집이란 곳이 생활(life)공간인가보네.'라고 주억거리게 되죠. 


 하지만 나는 집에서 함께할 가족과의 생활이 거의 없거든요. 집이란 곳은 말 그대로 잠을 자기 위해 들르는 곳이예요. 그야 식사도 하고 tv도 보고 작업도 하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집은 체력을 회복하는 곳이예요. 다시 나가기 위해 말이죠. 나의 놀거리들은 대개 밖에 있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식사를 하거나 씻는 것조차 잘 안해요. 집에서는 간단한 세면 정도만 하고 면도나 샤워, 목욕도 전부 밖에서 하니까요. 식사도 밖에서 하면 치울 필요도 없이 떠나면 되니까 밖에서 하는 게 편하죠. 흠. 집에서 뭔가를 먹는 건 식사라기보다 군것질이예요. 제대로 된 식사는 주로 밖에서 하게 됐죠.



 6.음 그래도 잠 하나만큼은 집에서 자는 게 편하단 말이죠. 밖에서 자면 잠을 제대로 잔 것 같지가 않거든요. 유사 수면이라고나 할까요. 


 마음을 붙일 만한 건 전부 밖에 있어요. 그래도 노는 게 아닌,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곳은 집뿐인 것 같아요. 밖에서는 쉬려거나 잠을 자려 할 때조차 묘하게 긴장하게 되거든요. 어떤 행동을 하든 계속 체력이 깎여나가는 기분이예요.



  7.아마도...나에게 집은 쉘터(shelter)로서의 기능이 강한 것 같아요. 위험이나 긴장으로부터 안전하게 체력과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장소 말이죠. 내게 집이 전통적인 의미로서의 가정(home)이 되려면 나의 가족을 채워넣어야겠죠. 나의 아내, 아이...뭐 그런 부속품들 말이죠. 그야 그들 입장에서 보면은 내가 부속품이겠지만. 물론 그런 일이 있어선 안되겠죠. 인생에 재미는 사라지고 책임감만이 남을 테니까요.


 어떤 사람들에겐 가정이란 곳은 바다로 다시 나갈 배가 잠깐 머무는 항구같은 곳이예요. 여자든 남자든간에요. 그런 사람들은 절대 절대 가정을 가져선 안 되거든요. 그야 가정이 없으면 마지막엔 외롭게 몸부림치다 죽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보단 낫겠죠.





 -----------------------------------------------





 심심하네요. 맛집...술집...어디든 가서 파티하고 싶어요. 한데 나는 별로 아는 곳이 없거든요. 일요일엔 특히 더요. 약속이 없는 일요일은 정말 끔찍한 날이예요. 1초 1초씩 지나가는 시간을 맛봐야 하죠. 스테이크 먹고 싶은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네요. 스테이크를 같이 먹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먹을 낯선 사람이 없단 말이죠.


 다음주에는 낯선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새로운 곳을 파봐야겠어요. 서울은 넓은 곳이니까 아직 팔 곳이 많아요. 게다가 새로운 곳을 파다가 이미 예전에 많이 파놨던 곳에 다시 돌아가보면 새로운 낯선 사람이 생겨나 있곤 하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70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new catgotmy 2024.04.25 23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new 여은성 2024.04.25 140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new 상수 2024.04.25 82
126059 요즘 듣는 걸그룹 노래 둘 new 상수 2024.04.24 87
126058 범도4 불호 후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4.24 119
126057 오펜하이머 (2023) catgotmy 2024.04.24 59
126056 프레임드 #775 [2] Lunagazer 2024.04.24 26
126055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catgotmy 2024.04.24 115
126054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6] update 로이배티 2024.04.24 254
126053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35
126052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174
126051 "韓, 성인 문화에 보수적"…외신도 주목한 성인페스티벌 사태 [2] update ND 2024.04.24 266
126050 오펜하이머를 보다가 catgotmy 2024.04.24 112
126049 프레임드 #774 [4] Lunagazer 2024.04.23 76
12604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4.04.23 406
126047 잡담) 특별한 날이었는데 어느 사이 흐릿해져 버린 날 김전일 2024.04.23 160
126046 구로사와 기요시 신작 클라우드, 김태용 원더랜드 예고편 [2] 상수 2024.04.23 280
126045 혜리 kFC 광고 catgotmy 2024.04.23 234
126044 부끄러운 이야기 [2] DAIN 2024.04.23 371
126043 [티빙바낭] 뻔한데 의외로 알차고 괜찮습니다. '신체모음.zip'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3 29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