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2014.07.30 15:58

잔인한오후 조회 수:1334

제 심리상담의 대 주제 내지 커다란 숙제는 감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일 거에요. 정신분할이란 개념이 제겐 있는데, 정신분열과는 다른거죠. 정신분열증은 각각의 인격 서로가 내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없다고 알고 있고 아예 배타적이라고 하죠. (모호하게 생각하자면 그렇다는 거에요.) 정신분할이란 자의적으로 내면을 여러 속성으로 갈라 그를 인지해보려고 노력하는 거죠. 프로이드를 오용하는 방식으로 설명해보자면, 자신의 내면에 이드와 자아, 초자아를 그려보고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말하고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저는 융의 분할방식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그 쪽이 더 재미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라캉의 경우에는 인격이라기보단 계를 분할하는 느낌인지라 무언가를 보기엔 좀 어렵죠. 요소들을 분류된 지역으로 보내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식의 생각도 있습니다. 먼저,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소설 내용은 전부 머릿 속에서 오는 거잖아요. 그걸 전부 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고, 그 사람의 내면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겠지만 (예를 들어 살인자를 쓰는 사람이 살인자, 같은건 안 되겠지만) 그 사람의 상상지평 내에서 서술은 했다고 가정할 수 있겠죠? 독자의 경우에도 글을 해독하면서 자신의 상상지평 내에 어떤 식으로든 필자의 기술을 재배치 가동시킬 것이고 그건 참 기묘한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저는 글을 읽을 때 머릿속에 그림은 잘 안그리는 편이고, 낭독을 하는 편입니다. 솔직히 소설을 어떻게 읽는지 저도 의문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도 듣는거지 본다거나 그리는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가끔 자기도 모르게 몰입할 때는 보이기도 합니다만.)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 소리나는 대로 옮겨적어요. 어쩔 때는 소리 이전에 글부터 나갈 때도 있지만요.


그래도 그림도 가끔 그립니다. 자주 하는 건 정육면체를 머릿 속에서 회전시키는 거죠. 그러다가 두 쪽으로 나누고 인접한 면으로 두 개의 직육면체를 미끌어뜨려가 서로의 둘레를 한바퀴 돌립니다. 그 이후에는 8분면짜리 3차원 그래프 축을 그려서 축을 무한정 늘려가보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그런 상상들은 [어디에] 있는 건지 생각해봅니다. 예를 들어 [눈 앞에] 있지는 않다는 거죠.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내 시야의 전경에 거대한 물체가 위치한다고 덧씌우는 것과,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검은 공간에 정육면체를 회전시키는건 전혀 다른 행위죠. 흔히 영상에서 어떤 이가 상상을 할 때 나레이션으로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게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방식을 그대로 옮겼다고 믿는 편입니다. 왜 소리인가 하면, 위에서 봤듯 시야에 [상상을 덧씌우는] 것은 생존에 매우 위험했을수도 있고, [어딘가의] 상상의 물체를 응상하는 것도 상당히 얼을 빼는 일이라 위험할테니까요. 소리는 원래부터 중첩해서 한꺼번에 들리니까 공간을 제공하는게 그렇게 위험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과연 이어폰으로 듣는 소리는 우리에게 어디에 있다고 가정되고 듣는 것일까란 생각도 가끔 합니다. 골전된다고 까진 생각 안하지만, 발성의 양 거리를 측정해서 그 위치를 가정하는 뇌로서는 [머리 중심]에서 들려온다고 착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림과 마찬가지로 내면의 소리도 [어디서] 들리느냐는 의문이 남긴 합니다. 아무래도 얼굴에 많은 감각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개중에서도 눈이 가장 예민하기 때문에 발가락에서 들린다거나 등에서 들린다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상상이 구상되는 위치가 어디인가, 또는 어디로 감각하고 있는가는 매우 흥미로는 부분입니다.


되돌아와서 내면을 여러 갈래로 분할하고 인물화시켜 대화해봅니다. 이건 실질적인 대화라기보다는 각본을 짜는 것과 같아요. 약간의 경향성이 정해진 내부의 인물을 가정한 인터뷰 같은거죠. 또는 두 세명을 서로 대화를 시켜본다거나.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좀 그런게, 누가 들으면 [정신분열]로서 기겁하거나, [중2병]이란 이야기를 듣기 쉽상이란 말이죠. 제게는 그저 일종의 [방법론]이자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돌려서 안심되게 말하자면 [소설쓰기]와 별 다를바 없는 접근 방식인데 말입니다. 상황을 직관적으로 구체화시켜주는 좋은 방법론이 있을 때 그걸 외면할만한 능력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사고도 좀 이상하리만큼 비타협적인 면이 있는데, 요새 부상하고 있는 감정도 그다지 정상적이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컨데 처음의 접근법은, 지금까지 말 못하고 억울하고 성장 못하면서 어디 틀어박힌 채로 지내왔으니까 이것 저것이 서툰 어린아이이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런게 아니라 뭔가... 미치광이 같아요. 예전에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감각하지 않았으니까 제 정신세계의 기후와 같은 존재(폭풍이나 지진같은 자연재해이거나 날씨가 좋다거나 비가 오는 것처럼 내면적 안정)였는데 인물화되니까 다루기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뭘 원하는지를 모르겠어요. 분노에 차있다가 화를 냈다가 울쩍했다가 어쩌면 갑자기 시덥잖은 생각들로 쿡쿡 웃다가. 한없이 우울해졌다가 재우면 자고. 과연 [성장]이라는걸 하는, 선형적인 존재의 확장이 가능한 존재인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원래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인게 감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3년 이상을 꾸준히 있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처음으로 보내면서 새로운 것들을 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담론에 자신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알게 되고 분명 그게 자신의 속성임에도 불구하고 클리셰적이라는 즉 지루하다는 느낌조차 드는거죠. 저의 경우 당사자주의자-일대일로 문제를 환원시키기는 편-이며 해체주의자-어떤 문제의 요소들을 보편성 있는 여러 세부 요소로 조각내는 편-이라서 가끔은 집단/대리인주의나 통합주의가 부럽기도 합니다. 바꿀수야 있지만 단순히 문제는 일관성-어쩌면 {남자들의} 자존심이라 불리우는 그부분- 때문이겠죠. 정신분할도 그러한데, 어쩌면 정신통합이라는 방향성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에요. 우리가 자신의 문제를 바깥으로 표현하고 남에게 삽입/인셉션시키는 것은 어쩌면 자아의 확장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래요, 남의 머리를 까볼 수는 없으니 확장이나 통합이 제대로 일어났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남과 같은 어떠한 논리나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건 (무슨 뜻인지도 아직 파악이 잘 안가는) 정신통합의 방법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또 다시 돌아와서, 희로애락이라 정리되는, 즐겁고 화나고 슬프고 재미있는 감정들 중에서 현대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게 화가 나는게 아닐까 생각해요. 포비아가 정신병리학적 용어라기보다는 비난의 대명사를 만드는 접미사로써 사용되는 와중에서 화는 어떻게 해소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친목질까지 포함한다면, 온라인 상에서도 애정과 증오/혐오 양 쪽 다 수용적으로 해소되는 모델은 보이질 않습니다. 대략 대-논리의 시대이기 때문에 거대담론이나 옳고 그름이 간단히 정해지는 소담론에 비집고 들어가 애정과 증오가 과잉 해소되는 경향까지 보입니다. 과연 좋은 모델은 어딘가 존재할까요?


동성애 혐오 중에 [생리적으로 싫다]라는 말이 있었죠. 전 동성애 혐오를 이런 식으로 해체합니다. 사람들의 정태적인 외모를 봐서는 그 사람이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알 길이 없을 겁니다. 그 상황에서는 애증 양 쪽이 보편적인 편향을 띄고 있을텐데 거기에 [동성애]라는 정보가 주어졌을 때 갑작스레 혐오감이 든다면, 그 정보에 어떤 부분이 혐오를 발산시키는 계기가 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는 거죠. 뭘 상상하는 걸까요, 감각적으로 싫지 않은데 [생리적]이란 말을 쓸 수는 없겠죠. 하지만 감각적인 정보에서 얻어지는 호불호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노란색이나 검은색 같은 색 종류를 애증하는 것에서부터, 외모 문제도 있겠죠. 외모 패러미터를 다면화한다 하더라도 각각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외모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그건 직관적으로 파악되는 종류의 애증이죠. 그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게다가 그런 부분에서 정신통합을 원한다면? 타자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란 대답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비중이 전체/자아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는 걸테니까요.


저는 신체는 하나 뿐이라 물리공간 내에서 정동태적인 행동을 단 하나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도 흥미가 있습니다. 내면의 상상이 병렬적이거나 이중사고적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행동으로서 해석되지 않는 물리적 부분에서는 단 하나의 동작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며 머리 속에서는 내각제나 대통령제 기타 의사결정적 방법론들이 판을 치게 될 겁니다. 국가나 집단도 외적 존재들에 대한 행동을 단 하나밖에 못하기 때문에 신체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며, 좌우의 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는 국가들은 마치 정신분열증이 걸린 것마냥 보이기도 하죠. 신체는 하나 뿐이니까요. 어쨌거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내면에서의 대화는 중요합니다. 그것은 다면의 상황을 용납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공간이니까요.


다시 감정에서, 지금까지는 함께 안전하게 증오하고 함께 안전하게 애정하는 사회였, 는지도 벌써 한참 되었죠. 그런데 그 꽤 된 시간동안 아무도 좋은 모델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이 없으면 우회로를 뚫게 되고 본래보다 더 비정상적인 경로로 감정이 흐르게 되죠. 그래요, 그래도 애정은 인간을 향하지 않는한 여러 통로가 존재합니다. 자본주의는 그걸 열심히 구축해왔죠. 인간을 향해도 좋습니다, 과잉만 되지 않는다면요. 그렇다면 증/혐오는 어떻게 하죠? (그렇기에 자신을 증오하는게 안전하다 생각하는 이들과 과거와 마찬가지로 함께 안전하게 증오하는 방식 이렇게 두 가지로 우회되고 있다 생각합니다.)


+ 아, 그리고 심리상담 전까지 저는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상태나 남에 대한 감정을 아주 또렷하게 인지하는지 알았어요. 내가 기쁘구나, 내가 우울하구나, 내가 저사람 사랑하는구나, 정말 미워하는구나, 그런 식으로 전광판에 글자 나오듯, 배가 고프거나 아픔을 느끼듯 아는지 알았더니 언제나 그렇진 않고 감각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로 유추하여 판단하는 경우도 꽤 있었더군요. 어떤 사람과 헤어지고 난 다음에 여러 가지의 감각을 유추하는 식 등으로요. 꽤 새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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