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7 18:40
얼마 전 여름 휴가 때 첫조카 6살짜리 남자 아이하고 놀아주다가요.
다른 식구들은 고깃집에 그대로 있고 조카만 데리고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커피집에 가서 커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하루 종일 노느라 피곤했는지, 업어달라해서 업어줬죠.
둥가둥가하는데 녀석이 갑자기 제 목덜미를 꼭 끌어안고 물어봐요.
뜬금없이
“이모, 이모는 어릴 때 행복했어?”
……
신기해요. 꼬물꼬물할 때부터 키우다시피했는데 욘석이 벌써 다(?)는 아니라도 커서
이런 뭔가 광범위한 질문도 하고요.
어떻든,
“그럼, 행복했지.”
대답해줬더니.
“이모 어릴 땐 이모 엄마가 있어서?”
합니다.
그때부터 목이 막히고 눈물이 나려고 하는걸 꾹꾹 참았어요.
저희 엄마는, 올해 5월 5일에, 재발된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 하늘나라 가셨어.
이제 못 봐.
할머니가 너 얼마나 예뻐했는데- 잊어버리지마.
이모는 이제 이모 엄마가 없어서, 보고 싶은데 못 봐서 너무 슬픈데….
이런 얘기 넋두리하듯했지만.
이 쪼매난 놈이 갑자기 얘길 꺼내면 정말 갑자기 눈물이 수도 꼭지 튼 것처럼 머릴 거치지도 않고 나요….
제가 딱히 대답을 못하고 “어, 응.” 얼버무리고 있으니까.
이 놈이 더 꼭 안아주면서,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 승호랑, 작은이모랑, 큰이모랑, 다 보고 있을거야.” 합니다.
또 한 번은
손 잡고 길을 걷다가,
“승호야, 저기 비행기 간다, 하늘 봐!”
하니까
“이모, 비행기 가는 하늘은 어떤 하늘이야?”
물어요.
“뭐가?”
하니까.
“할머니 있는 하늘이랑 달라?” 되물어요.
다르지, 비행기 타고 갈 수 있는 곳에 있음 좋겠다….
엄마는 저한테
조카 보면서 아들 삼아, 마음 붙여서 살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지날수록 엄마가 내 옆에 없다는게 실감이 나질 않고.
마음의 중심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시간을 지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다 무너진 마음이 감당이 되질 않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겠죠.
울 일도 많고 엄마 생각날 일도 많고, 더 많이 보고 싶을거고.
낯선 곳에 이렇게 풀다- 보면 차분해도 질거구요.
엄마와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부럽습니다.
엄마, 부르면 “응” 대답해줄 엄마를 가진 세상 모든 자식들이 다 부러워요...^^ 6살짜리 조카도 포함해서..
(제목 쓰기가 더 어렵네요. 왜 글을 쓰냐는 마음 속의 질문을 포함해서요. 아마 쓰면서 위로 받으니 그렇겠죠?)
2014.08.27 18:44
2014.08.27 18:52
2014.08.27 18:58
2014.08.27 20:10
2014.08.27 21:49
2014.08.28 01:01
2014.08.28 08:50
이제 백일 남짓...
아직은 마음에 돌덩이가 묵직히 남아있을 시간이죠..
조금씩 옅어지실거예요.. 별거 아닌 말에도 눈시울 붉히는 일도 줄어들게 되고..
그렇게 가슴이 굳은살이 박혀가면 조금 나아지실거예요..
2014.08.28 12:19
소중한 사람이 어느 순간, 그리고 결국 언젠간 훌쩍 없어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평소엔 잊어버리고 서로한테 상처주고 소홀히 하고 사는 것 같아요.
애기들 이야기도 듣다보면, 태어나서 처음엔 누구나 저렇게 순수한 마음이 있었을텐데, 세상엔 정말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고... 커 가면서 우리에겐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그 마음이 왜 그렇게도 더럽혀지고 타락하고 악해지는 걸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조카분은 표현력이나 심상이 특출나게 맑고 이쁜 아이인 것 같네요. ^^ 좋으시겠어요.
조카 말처럼 개인적으론 언젠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날 날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몫들을 최선을 다해 해 나가는 것 뿐이죠.
2014.08.28 14:26
아직 닥치지 않아 상상도 어려운 일이네요.
감히 어떻게 위로드려야 할 지도 모르겠고...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단단해지실 수 있기를,점점 마음이 채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4.08.29 14:57
이레 와율님, 먼저 힘내시고 잘 이겨내시라 믿습니다! 응원해드릴께요~ 저도 얼마 전 큰아버지 상을 당하고 나니 평소에 큰아버지와 애틋하게 지내지 못했지만 그 존재자체로만으로 굉장히 위안이 되었구나 하고 묵직하게 느끼고 온 시간들이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의 부재가 얼마나 깜깜할까요. 그래도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기에. 이레와율님의 어머님께서 조금 더 일찍 선물을 주고 가신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진짜 깜짝깜짝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맑은 표현력들이 위로가 될때가 있더라구요. 예쁜 조카님에게 계속 마음의 힘도 얻으시면서, 몸도 잘챙기시는 나날들이 되시기를 바랄게요. 종종 게시판에 글도 남겨 주시구요. 화이팅.
2014.08.29 14:57
이레 와율님, 먼저 힘내시고 잘 이겨내시라 믿습니다! 응원해드릴께요~ 저도 얼마 전 큰아버지 상을 당하고 나니 평소에 큰아버지와 애틋하게 지내지 못했지만 그 존재자체로만으로도 굉장히 위안이 되었구나 하고 묵직하게 느끼고 온 시간들이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의 부재가 얼마나 깜깜할까요. 그래도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기에. 이레와율님의 어머님께서 조금 더 일찍 선물을 주고 가신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진짜 깜짝깜짝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맑은 표현력들이 위로가 될때가 있더라구요. 예쁜 조카님에게 계속 마음의 힘도 얻으시면서, 몸도 잘챙기시는 나날들이 되시기를 바랄게요. 종종 게시판에 글도 남겨 주시구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