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름 휴가 때 첫조카 6살짜리 남자 아이하고 놀아주다가요.


다른 식구들은 고깃집에 그대로 있고 조카만 데리고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커피집에 가서 커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하루 종일 노느라 피곤했는지, 업어달라해서 업어줬죠.




둥가둥가하는데 녀석이 갑자기 제 목덜미를 꼭 끌어안고 물어봐요.



뜬금없이

“이모, 이모는 어릴 때 행복했어?”

……


신기해요. 꼬물꼬물할 때부터 키우다시피했는데 욘석이 벌써 다(?)는 아니라도 커서

이런 뭔가 광범위한 질문도 하고요.


어떻든,

“그럼, 행복했지.”


대답해줬더니.

“이모 어릴 땐 이모 엄마가 있어서?”

합니다.



그때부터 목이 막히고 눈물이 나려고 하는걸 꾹꾹 참았어요.

저희 엄마는, 올해 5월 5일에, 재발된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 하늘나라 가셨어.

이제 못 봐.

할머니가 너 얼마나 예뻐했는데- 잊어버리지마.

이모는 이제 이모 엄마가 없어서, 보고 싶은데 못 봐서 너무 슬픈데….



이런 얘기 넋두리하듯했지만.

이 쪼매난 놈이 갑자기 얘길 꺼내면 정말 갑자기 눈물이 수도 꼭지 튼 것처럼 머릴 거치지도 않고 나요….



제가 딱히 대답을 못하고 “어, 응.” 얼버무리고 있으니까.


이 놈이 더 꼭 안아주면서,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 승호랑, 작은이모랑, 큰이모랑, 다 보고 있을거야.” 합니다.





또 한 번은

손 잡고 길을 걷다가,

“승호야, 저기 비행기 간다, 하늘 봐!”

하니까


“이모, 비행기 가는 하늘은 어떤 하늘이야?”

물어요.


“뭐가?”

하니까.


“할머니 있는 하늘이랑 달라?” 되물어요.



다르지, 비행기 타고 갈 수 있는 곳에 있음 좋겠다….


엄마는 저한테

조카 보면서 아들 삼아, 마음 붙여서 살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지날수록 엄마가 내 옆에 없다는게 실감이 나질 않고.

마음의 중심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시간을 지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다 무너진 마음이 감당이 되질 않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겠죠.


울 일도 많고 엄마 생각날 일도 많고, 더 많이 보고 싶을거고.

낯선 곳에 이렇게 풀다- 보면 차분해도 질거구요.


엄마와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부럽습니다.

엄마, 부르면 “응” 대답해줄 엄마를 가진 세상 모든 자식들이 다 부러워요...^^ 6살짜리 조카도 포함해서..












(제목 쓰기가 더 어렵네요. 왜 글을 쓰냐는 마음 속의 질문을 포함해서요. 아마 쓰면서 위로 받으니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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