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적에 어떤 환경에서 읽는지에 따라 읽으면서 생기는 감정의 얼룩 혹은 자국들이 달라지는거 같지 않던가요?
닥터슬립은 문병차 한국의 병원으로 가는 비행기와 닷새동안 지겹게 이용하던 택시,버스, 전철 그리고 병원 뇌신경과 입원실에서 구십프로 이상을 읽으면서 참 실감나게? 읽으면서 의외로 싱거웠던 이야기에 비하면 진하면서도 거친 질감을 남겼어요. 세이초 단편집은 문병을 마치고 상해로 돌아오는 길에 읽으면서 그 부조리하고 찌질한 삶의 구렁텅이 느낌이 싸했어요.
'아직은 신이 아니야'는....아주 적절한 환경에서 읽었습니다.
집을 나와 무려 일곱시간 반만에 도착할수 있었던 중국 최동단에 위치한 조그만 섬과 그주변의 또 다른 섬들 두곳을 다니는 배안에서 읽었거든요.
읽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이번 출장에 이 책 한권만 들고 나온것을 후회했어요. 너무 재미있고 잘읽혀서 일정중 상당 시간동안 읽을거리가 없을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예감은 맞아서 아끼고 아끼며 읽었지만 결국 내일 상해로 돌아가기전 들러야하는 항주를 포함하여 무려 여덟시간 가까운 이동시간동안 읽을게 없네요....열시간중 책읽기에 최적의 환경인 배와 기차만 네시간이 넘는데 ㅜ.ㅠ
스포일러 때문에 줄거리 관련된 내용은 패스할게요.
읽으면서 연상된 이미지들 몇가지...
세계대전Z, 피로사회, 노인부대,심연위의 불꽃,하이페리온,한반도의 2007년부터 현재.... 그리고 예전의 듀나님의 '여러가지'들 등등
열한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각각 충분히 독립적일수 있는 형식이 인상적이었어요.
그중에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송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 '나비의 집'은 허리우드의 SF 실력자들이 영화로 만든다면 100분동안 정말 신나는 영상을 보여줄수 있을거 같더군요.
열한개의 이야기들이 제각각 독립적이다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되는 덕분에 독자는 꽤긴 열두번째 이야기를 스스로 짜맞출수 있는 멋진 히든트랙 혹은 쿠키를 선물 받을거 같습니다.
으...폰으로 쓰는게 너무 힘들어서 이만 줄여야할거 같아요.
맞춤법 엉망에 오탈자 와장창이어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아마 돌아가서 컴으로 또다른 감상기를 올려야할듯 합니다.
암튼 일독을 권합니다. 나름 SF 좋아라 하는 편인데 한번 더 읽고 싶어지기는 처음이네요...(독서 환경이 큰 작용을 했을지도 모르니 혹 다른 분들에게는 과장어린 추천이 될지도 모름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