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떠날 수 있을까

2014.09.17 01:14

살구 조회 수:1797

나이도 있고 제 성격으로 봐서 결혼은 힘들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생각은 점점 더 굳어질 듯해요.


형제들도 각기 가정을 꾸렸고 남은 건 부모님입니다.

가끔 우리 부모님처럼 자식을 잘 키운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들어가기 전부터 좋은 대학과 성적으로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고 싶었고 잘 부양하고 싶었죠.

부모님이 숨이 막힐 것 같은 애정을 쏟지만 저도 못지 않았어요. 아마 제 머릿속에 들어오면 깜짝 놀라실거에요.

딱 22년만에 경제적 독립을 했고 냉정하게 정산하자면 저에게 쓴 돈의 배 이상을 돌려드렸어요.

우수한 투자대상이었던 거 같습니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절 많이 의지하시죠.


동물의 왕국을 보면 솜뭉치같던 어린새가 조심조심 나는 연습을 하고 마침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날게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둥지를 떠납니다.

인간이나 새나 그 본질은 같다고 봐요.

새야 성장이 단 몇달에 끝나지만 인간이야 수십년이니 다르다고 생각해도 주말 부모님집에 가면 이 둥지를 평생 버리지 못하고

마침내 헤어지는 그날이 와도 이것을 버리지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슴이 두근거렸던 계획이 있었어요.

몰래 집정리를 하고 중국행 비행기표를 사는 겁니다.

도착한 후 최대한 간단하게 이별을 고하는 전화를 하는 거에요. 회자정리, 무소식이 희소식 등등

즉시 내륙이나 아믛든 깊이깊이 오지라고 불릴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집을 구하고 중국어가 익숙해지면

가짜 신분증을 구해서 구석구석 살아보는 거에요.

중국인 행세를 해도 좋겠죠.

뜬금없이 중국어를 공부했던건 그 생각때문이었는데

이 꿈도 어물쩡 바래질 무렵 문득 중국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격렬하게 반대를 하는거에요.

어쩐지 가면 안돌아올것 같다고 해서 내심 놀랬었지요.


돈도 있고 건강도 있고 젊지는 않지만 늙지도 않은 나이에요.

이 소원을 그냥 소원으로 간직하다 어느날 문득 어머 벌써 60살이 되었네.

어쩌다 이렇게 늙어버렸지...

이럴까봐 두렸습니다.

그리고 이 소원이 한때의 객기이며 하루하루 자족하며 살아갈것을 결심할 것 같은 예감도 두려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82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new catgotmy 2024.04.25 2
126065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1] new 상수 2024.04.25 69
126064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new Sonny 2024.04.25 137
126063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new daviddain 2024.04.25 49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new catgotmy 2024.04.25 108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여은성 2024.04.25 231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3] update 상수 2024.04.25 125
126059 요즘 듣는 걸그룹 노래 둘 상수 2024.04.24 119
126058 범도4 불호 후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4.24 166
126057 오펜하이머 (2023) catgotmy 2024.04.24 76
126056 프레임드 #775 [2] Lunagazer 2024.04.24 27
126055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1] update catgotmy 2024.04.24 153
126054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4.24 292
126053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38
126052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202
126051 "韓, 성인 문화에 보수적"…외신도 주목한 성인페스티벌 사태 [3] update ND 2024.04.24 326
126050 오펜하이머를 보다가 catgotmy 2024.04.24 121
126049 프레임드 #774 [4] Lunagazer 2024.04.23 76
12604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4.04.23 416
126047 잡담) 특별한 날이었는데 어느 사이 흐릿해져 버린 날 김전일 2024.04.23 1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