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17 01:36
일하기 싫어서 칵테일 파티 드레스를 고르다가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10달러짜리 드레스하고 1865달러짜리 알렉산더 맥퀸 드레스의 차이는 정말 미묘하다는 거죠. 가격표 떼놓고 보면 당연히 맥퀸 드레스를 고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미묘한 감각의 차이를 위해서 186배나 차이나는 돈을 지불해야한다면 당연히 10달러짜리 드레스를 고를 수 밖에 없죠.
소부님이 쓰신 글 봤습니다. 고인돌 님은 "형편없는 클라이언트들의 안목으로도 '아이폰'이 이쁜 건 압니다. 그런 시안을 들이대 주셔요. _ 보통사람." 이라고 쓰셨더군요.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search_keyword=soboo&search_target=user_name&document_srl=11731133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아이폰은 출시 당시 안테나를 없애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처음 아이폰이 나왔을 때, 사람들의 불만이 꽤 있었어요. 일단 음질이 삼성폰보다 현저히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삐죽 튀어나온 안테나가 없으니까요. 어떻게 테스트를 해도 삼성폰이 아이폰보다 음질이 좋았어요. 엔지니어들이 충분히 반대를 했을 법한데도 안테나를 없애고 출시한 걸 보면, 애플의 고집이 대단하단 말이죠. 그건 미묘한 감각의 차이를 위해서 186배나 차이나는 돈을 지불하겠다는 그런 고집이죠. 삼성에서 그런 제안을 당시에 했다면 미쳤다고 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소비자의 눈에 예쁘긴 하지만, 엔지니어 출신 클라이언트의 눈에는 말도 안되는 시안이니까요. 그래서 소부님도 아마 기술자의 자질을 이야기하신 걸 거예요.
높아지는 비용, 기술적인 문제점, 낮아지는 음질을 감수하고라도, 리더가 추구하고 싶은 미적 기준이 아이폰에는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왜 스티브 잡스가 미치광이 같은 게, 이 사람은 차 번호판 디자인이 맘에 안든다고 번호판 없는 임시차량만 타고 다녔다면서요. 병신같지만 멋있는 그런 거죠. 이건 어려서부터 돈쳐들여 기른다고 되는 것 같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빅토리아 베컴 콜렉션이나 니키 힐튼이 디자인했다는 가방을 봐도 그렇게 감동이 오진 않거든요.
참고로 제가 보던 맥퀸 드레스는 이것입니다. 이쁘죠?
http://shop.nordstrom.com/s/alexander-mcqueen-flower-jacquard-knit-dress/3802054?origin=category
2014.09.17 02:08
2014.09.17 03:59
보통사람이 봐도 예쁘다는 그 아이폰 디자인이 왜 다른회사에서는 안나오는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죠 뭐.
구글이나 삼성 디자이너들이 덜떨어져서 안나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으시겠죠.
2014.09.17 04:17
저도 그 답글 보면서 응? 이건 좀... 싶더군요.
그런데 10달러짜리 드레스도 보고 싶네요. 그 미묘한 차이가 궁금합니다.
2014.09.17 06:58
제가 본 10달러짜리는 허리에 끈달린 것이었는데 다시 찾으려니 못찾겠네요. 졸리칙에서 찾았어요.
http://www.jollychic.com/p/charming-cross-bandage-back-knee-length-a-line-dresses-black-g30783.html?utm_ref=prod_prs-vov_2 (11달러짜리)
http://www.jollychic.com/p/fashion-long-sleeve-o-neck-disposition-brief-dress-for-women-g39084.html (5달러 짜리)
http://www.jollychic.com/p/gorgeous-color-contrast-lace-tight-sexy-summer-dresses-for-women-g27583.html (20달러 짜리)
졸리칙은 리뷰가 나빠서 구매를 권하진 않습니다.
2014.09.17 04:44
그 10달러도 짜리 드레스 궁금합니다2
본문에 언급하신 미묘한 감각의 차이 때문에 186배 비싼 걸 살 수는 없어서 항상 가성비를 고려하면서 옷을 사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 동안의 SPA의 유행이 참 편했습니다. 완성도 쩔거나, 오리지널리티가 있거나 하진 않아도, 확실히 멋을 낸 트렌디하고 맵시있는 옷들... 근데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가 양보다 질로가는 추세라고 막 기사들이 올라오고-_ㅜ
애플워치 관련 ppss링크 글 재밌게 읽었는데 그 분이네요. 뭐가 이렇게 미국식어투지 했더니 번역문이더군요. 진짜 손에 땀을 쥐고 읽었어요.
2014.09.17 08:56
인테나 폰은 아이폰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국내 폰들이 수납형이라도 안테나를 고집한 이유는 사실 DMB 때문이었죠..그리고, 통신 방식 특성 상 '음질'은 안테나의 영향을 받지는 않습니다. '통화품질' 이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겠지만요.
2014.09.17 11:11
예. 통화품질 얘기예요. 삼성폰에서 아이폰으로 바꾸고 가장 놀란 건 형편없는 통화품질이었어요. 그렇다고 삼성폰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요.
2014.09.17 10:48
알렉산더 맥퀸 드레스 예쁘네요! 50배 차이 정도라면 기꺼이 지를 마음이 있겠는데 거의 20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군요.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마음에 꼭 드는 가구를 찾기가 힘들어서 집이 한동안 가구 없이 비어있었다고 하는데 스티브 잡스만큼의 완벽주의자는 아니더라도 이해가 가는 면이 있어요. 학생때는 내 집이 아니고 금방 또 이사갈 지도 모르고 해서 그냥 아이키아에서 저렴한 가구들을 샀었는데 직장생활도 하고 집도 생기니 물론 적당한 선에서 가격을 고려해서 타협해야겠지만 좀 오래 쓰고 집 인테리어에 맞게 고르자니 일 이년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저희집은 텅텅 비어서 손님이 와도 앉을 곳이 마땅치 않네요;; 그리고 빅토리아 베컴은 생각보다 디자인이 괜찮아서 놀랬어요. 그저 유명세에 힘입어 또 그저 그런 상표하나 만들어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가격은 좀 센 편이지만...
2014.09.17 11:19
맞아요, 빅토리아 베컴의 디자인 괜찮죠 생각보다. 예전에 청바지 디자이너로 나설 때부터 그녀가 어쩐 스타일을 추종하는지 감은 왔는데... 청바지는 그래서 몇 벌 구입해서 지금도 잘 입고 있지만 하이패션은 글쎄요... 너무 업타운스러운 느낌이라 선택하지 않게 되더라는...(그럴 돈이면 차라리 좀 더 역사있는 다른 디자이너 제품을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2014.09.17 11:13
집착하는 미적인 분야(?)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디자인 전반을 놓고보면 저는 거의 손방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의류나 가방 구두의 경우 제게 그 단순히 "예쁘다, 갖고 싶다" 라는 느낌을 본능적으로 즉각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물품은 다 고가(의 명품)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게 고가의 브랜드 매장 안에 걸려있기 때문에 갖는 후광효과는 아니었던 것 같고, 10달러짜리와 1865짜리 알렉산더 맥퀸의 옷을 가격표 떼고 블라인드 테스트(?) 같은 식으로 똑같은 옷걸이에 걸어놨어도 저는 맥퀸의 드레스를 골랐을 겁니다... 사실 브랜드의 로고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제품들은 싫어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소재와 디테일에 집착하는 게 있어요. 물론 맥퀸의 드레스를 척척 사입을 만큼은 당연히 못 되지만(제일 좋아하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가끔 애용하는 해외쇼핑몰에 일 년에 두 번씩 있는 세일 땐,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들의 아이템들을 구입하느라 제 지갑과 신용카드가 너덜너덜해진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마치 그것을 위해 돈을 벌기라도 한다는 듯(쓰고보니 쫌 부끄...). 암튼, 제 눈엔 저렴하고 캐주얼한 아이템도 결국은 디자인과 질이 좋은 고가의 아이템 가운데 어우러져야 센스있어 보이고 경쾌해 보이는 것 같아요. 일례로 저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힐튼이 세련되고 멋쟁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반대로 빈티지나 그런지 스타일의 저렴한 스파패션 아이템으로 주렁주렁한 차림을 보면 또 뭔가 난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어서요.
링크해주신 맥퀸의 드레스는 예쁩니다만, 칵테일파티에 입기엔 넘 약한 거 아닌가요? 제 눈엔 그냥 오피스룩으로 입어도 무난할 것 같은데, 모름지기 칵테일 드레스는 어깨와 팔은 기본이고 가슴이나 등 같은데가 훅 파인 홀터넥 스타일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서요 ㅎ.
2014.09.17 11:34
약하죠. 사실 칵테일 드레스는 드러내야 멋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같은 경우 나이먹으면서 피부에 물기가 부족해져서 ...
2014.09.17 11:46
외국에선 나이 있어도 피부나 몸매 뭐 그런 거 한국 만큼 의식 안 하고 과감한 파티룩을 해도 멋져 보이던데, 사람마다 다 자기만족의 기준과 취향이 있으니깐요. 어쩌면 홀터넥드레스들의 살색 향연에서 오히려 저 드레스가 더 단아하고 우아하게 변별력이 있어보일 수도 있겠구요.
2014.09.17 15:20
저 드레스들은 단순히 디자인적인 부분의 미묘한 차이말고도 재질도 차이가 클 것 같네요.
10달러짜린 아무래도 일회용이 될 가능성이 크겠죠?
2014.09.17 22:10
한 번도 못입을 가능성이 크죠. 10달러짜리 드레스를 멋있게 입어내려면 몸매가 굉장히 좋아야 할 것 같아서요.
소부님 글에 달린 댓글 보니 썩 기분좋진 않군요. _ 보통 디자이너.
(한가지 덧붙이자면 뛰어난 디자이너들도 눈 안달린 클라이언트 때문에 고생하긴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