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0 21:28
저는 그저 적당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적당히 주장하고,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외향적이고, 적당히 내향적이고
적당히 예민하고, 적당히 둔감하고
적당히 이성적이고, 적당히 감성적이고
적당히 정치적이고, 적당히 개인적이고
책과 예술과 스포츠를 모두 적당히 좋아하고
제법 독립적이고, 제법 친화적이고.
그래서 전공-희망 직업 1,2,3-실제 직업-다시 전공-다시 희망 직업 1-1, 2-1, 3-1....뭐 이런 식으로 살고 있는데 관심분야끼리 서로 연관이 없네요. 함정은 저의 여생(!)마저 그렇게 펼쳐질 거라는 예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좋은 점도 있어요. 보시는 분에 따라선 자랑질이 될 수 있는데요, 어디서든 적응 잘하고 어떻게든 살길 찾아내고 누구와도 그럭저럭 어울리고. 그냥 얼핏 보았을 땐 '인생 잘 산다' 싶은 축에 속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색깔이 확실한 분들이 부럽더라고요. 사람은 자기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싶어하기 마련인지, 저는 확실한 성향이나 취향 같은 걸 가진 분들에게 매력을 느끼거든요. 한 분야의 장인, 특히 자기 갈길을 묵묵히 걷는 예술가들은 (사회적인 성취와 무관하게) 저의 이상형이자 이상향이에요. 제가 못하니까요. 이런 분들을 보면, 현실과 이상을 이리저리 섞으며 사는 제가 새삼 비겁해 보입니다. 저도 한두가지에 깊게 몰입하고 싶어요. 성격도 상반되는 여러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보다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 좋아보이고요. 뭐, 한편으론 인간상 같은 거 굳이 생각 안하고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최고의 경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자기 삶이 100% 충만하다고 느끼면 굳이 마음에 품는 인간상 같은 게 있을까 싶어서요.
듀게님들도 동경하거나 스스로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인간상 있으신가요?
2014.10.20 22:16
2014.10.21 00:20
만화 <음양사>에 나오는 아베노 세이메이와 미나모토 히로마사요. 세이메이는 냉철한 지성으로 무장하고 한치의 빈틈을 보이지 않는 완벽주의자인 반면, 히로마사는 솔직하고 아주 감정에 충실하나 우직할 정도로 올곧은 심성을 가졌죠. 둘 다 매력적이지만 사실 조금 더 끌리는 건 히로마사예요. 지금 제가 약간 세이메이 같은 성격이 있어서 그런가봐요. 아래 대사하고 있는 사람이 히로마사입니다~
2014.10.21 00:26
멘탈 좋은 사람이요, 라고 하려니 과연 멘탈이 좋다는건 무언가 하고 자문하게 되네요.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이다의 신조어는 아니고. 정신력이 강하다나 의지가 굳세다도 약간 다르고. 안 좋은 일이나 좋은 일이나 관계없이 다루어 정신의 수용범위가 넓다는걸 뜻하는 것이려나요. 써보면서 정리해가니 감정적으로 혼란스럽거나 흔들리거나 하지 않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 정도 되겠군요. 삶에 해탈하는 것... 은 너무 어려울 거 같고 마음을 비워서 정신이 넉넉할 정도는 목표로 삼아도 되겠죠.
2014.10.21 00:36
규칙적으로 성실하게 밥벌이 이상의 글을 쓰는 사람<<<<<<<<<<<<<<<<<<<<<<<<<<<<<넘사벽 로또 당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