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민족주의 얘기가 나와서....

2014.10.31 13:24

Bigcat 조회 수:1001

 

(위키백과 에서 가져왔습니다. 파리 시 피라밋 광장에 있는 잔 다르크 기마상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넷에서는 민족주의 얘기하는게 동네 북인 상황이 되어왔습니다. 게시판 성격상 좀 차이가 있긴 한데 어디선 심하면 '국뽕'이라고 까이고...-_-;; 여튼 민족주의는 그 거창한 이름 말고도 촌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식자들부터 일단은 피하고 보는 사고관념이 됐달까...여튼 이래저래 논란이 많은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80년대의 워낙 빡센 민족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스스로 민족주의자라고 자부해왔고 별로 문제 의식을 갖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저나 제 주위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인 사고방식이어서...;;

 

 그런데 이게 깨지게 된 건 21세기 이후 인터넷 웹 생활 이후로 기억됩니다. 그때는 또 마침 정부 차원에서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대대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어서 - 기억들 나시나요? 정부 차원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 명단을 선정하고 사전 만드는 작업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죠.

 

 덕분에 여러 게시판에서 민족주의 논쟁이 붙었었는데, 참 난리도 아니었죠. 그때 많은 걸 알게됐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며 제가 갖고 있던 완고한 민족주의에서는 벗어나는 계기가 됐달까...여튼 저 나름대로는 성과가 있었던 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때 민족주의를 비판하면서 반역 매국 행위를 옹호하는 의견들도 상당수여서...참;; 했던 기억이-_-;; 지금 생각해보면 주로 밀리터리 게시판에서 그런 성향이 아주 노골적이었는데, 좀 의아하긴 하더군요. 왜 군사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민족주의에 비판적이고 매국 행위에 붙으려고 하던지...그 사람들 정말 친일 매국노들 못 감싸서 아주 안달이었거든요. 그 때마다 들고 나오는게 민족주의 비판이었죠.;; 그런데 원래 우파의 본진이 보수 민족주의 아니었던가요? 이건 뭐...여튼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극우파가 민족주의 비난의 최전선에 있답니다.--;;  오히려 통진당 같은 극좌파가 민족주의를 철썩같이 신봉하네요ㅋ)

 

 

 근대 민족주의 기원이 어디던가요?

 

 바로 혁명 프랑스였죠. 프랑스의 보수 민족주의 역사 학자들은 자기네들이 민족 감정이 처음 생긴 건 바로 15세기, 영국과의 백년 전쟁 때라고 얘기하고 최초의 민족주의자로 잔 다르크를 내세우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18세기 대혁명 때로 보고 있으니까...사실 잔 다르크에 대한 숭배도 이 때부터 였으니까 대충 이 얘기가 맞는 것 같은데.

시민 혁명으로 왕정을 비롯한 귀족의 신분제도가 무너지면서 모두가 평등한 시민 국가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민족주의, 우린 모두 같은 프랑스 인. 저기 바다 건너 쟤들은 영국인, 우리 뒤에 있는 재들은 독일인....뭐 이런 사고 방식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특히 프랑스를 포위한 유럽 국가들의, 군주들의 동맹군에 맞서 프랑스 국민군을 일으키면서 민족주의가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기 시작했고 곧 주변의 유럽 국가들도 이런 사고 방식으로 근대 국가를 세워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런데 민족주의가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바로 외세의 침략과 방어 때 이런 성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는데, 일단은 독일에서부터.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를 격파하는 과정에서 독일이 일으킨 민족해방 전쟁은 니체의 표현을 빌리면 '이제 독일에서 피어나던 자유주의와 시민의식의 싹을 잘랐고'

뒤이어 러시아의 압제에서 벗어나려고 폴란드 귀족들이 일으킨 민족해방 전쟁은 실은 러시아 제국의 농노 해방령을 벗어나 폴란드 귀족 소유의 농민 지배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에 다름 아니었던 거죠......이런....ㅠ....그래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에는 농노제도가 무려 19세기까지 존속을....ㅠ

 

 

 

이런 사례는 서쪽으로 가서 아일랜드에서도 벌어지는데 최근에 개봉한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지미스 홀>, 그리고 그의 전작인 역시 아일앤드 배경인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영국 출신인 켄 로치 감독은 이 두 영화에서 아일랜드 인들의 피맺힌 독립투쟁을 그리고 있는데, 이런 정서는 마치 일본 감독이 우리 나라의 독립 운동가들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하지만 이 두 영화의 촛점은 영국의 혹독한 식민통치를 벗어나려는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을 찬양하는게 아니라...바로 그 아일랜드 민족주의를 혹독하게 비판하 는데 있죠. 저에겐 바로 이 지점이 놀라웠는데 바로 지미의 다음과 같은 대사 때문이었죠.

 

  여러분! 우리는 그 동안 속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우리는 그렇게 말해왔죠.

  우리 조국은 하나!

  우리 아일랜드는 하나!

 

 그런데 그 말이 과연 사실일까요?

 .....저기 저 길가에 쫒겨난 어린 소작농 소녀와 지주의 이익이 같은 것일까요?

우리가 같은 아일랜드 인이면 이런 문제가 다 해결이 됩니까?

 

 망치로 머리를 맞는 것 같았죠. 솔직히 극장에서 오한이 날 정도였어요.

켄 로치의 민족주의 비판은 아주 통렬해서 전작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는 영제국주의에 그토록 열씨미 싸웠던 민족주의자들이 사실은 그들의 지주의 권리나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웠던 사회주의자들을 마구 학살하는 장면들도 보여주죠.  (정말....그 때 영화 보고 나와서 술 한 잔 하고 싶었는데....내 자신이 술을 못 마신다는게 어찌나 서럽던지....ㅠ)

 

 

 그래서 이런 저런 유럽의 민족주의 동향과 우리 나라의 상황들을 겹쳐보니 그제야 이해가 되더라구요.

우리 나라에서 있어왔던 민족주의 운동은 유럽의 사정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으니까요. 유럽에서는 민족주의가 기득권 세력의 무기가 되어 국가를 통치하는 강력한 장치가 되어왔지만 우리나라나 중국, 혹은 베트남 같은 나라들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니 말이죠.

이른바 침략적 민족주의, 아니면 방어적 민족주의?

그래서 민족주의를 가리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했었던가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베트남의 민족주의자들은 언제나 외세와 혹독한 투쟁을 벌여왔죠.

그리고 외세를 몰아낸 다음에는 외세에 부역한 반민족주의자들과 싸움을 벌여왔는데 이 반민족주의자들이 보수 극우파가 되었고 오히려 민족주의자들은 좌파 사회주의자가 되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이런 이상한 그림이....;;유럽의 사정과 비교해서 말입니다.-_-;;

 

그래서 저는 마냥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를 비아냥 대거나 깔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다른 분들도 다들 그런 심정일 겁니다.

지금에서는 과도한 민족의식이 역사를 왜곡하거나 여타 논리적이지 못한 사고방식에 갇히게 되는 등 부작용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지만 지난 한 세기 이들이 벌인 외세와의 투쟁과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비도 오고...기미 가요 논쟁을 보다 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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