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2 08:24
http://news1.kr/articles/?2356605
갑작스레 별세하신 김수행 선생님께서 2008년초 서울대학교 교수직을 정년퇴임을 즈음해 사회경제평론에 기고한 회고록인 '나의 삶, 나의 학문' 맨마지막에 언급한 말다. 그분의 말처럼 '소금'으로 살다가 가셨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자타가 공인하는 고인의 가장 큰 업적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완역과 그 해설이다. 말 그대로 고인은 좌파 경제학 원론의 있는 그대로 보여준 분이다.
"1987년 1월 한신대학을 그만두게 되어 시간이 많았으므로 번역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1989년 2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임명되자마자 3월에 자본론 I(상)(하) 를 발간하고 5월에 II권을 그리고 1990년 2월에 III(상)(하)를 발간한 것이다. 사실상 그 당시 아직도 자본론이 금서목록에서 해제되지 않았지만 서울대학교 교수가 “잡아가려면 잡아가라!”고 번역・출판해 버리니까 경찰과 검찰도 어찌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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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미국에 계신 아들 만나러가셨다가 31일 심장마비로 별세하셨다고 하네요. 향년 73세.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학로 벙커에서 강의하시면서 왕성하게 활동하셨는데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 인문사회학도 중 상당수가 이분의 책을 들고 스스로와 치열하게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했던 경험이 있으시겠지요.
방학마다 나름 원대한 포부를 안고 책을 들고 앉았으나 제 1장 이상 진도를 넘어가본 적이... ㅠㅠ
학자의 양심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에 꿋꿋이 소임을 다하며 후학들을 키워내어 사회의 재목이 될 수있도록 키워내신 스승이십니다.
노태우때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사찰을 당하기도 하셨지요.
요즘 돌아가는 꼬락서니보면 엄혹한 시대에 학자가 소신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더욱 절감합니다.
서울대가 삼류쓰레기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고 그나마 대학다운 품격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김수행선생님 덕이 크지요.
장례식이 미국에서 있나봅니다. 서울이면 가서 꽃이라도 한 송이 바치고 싶은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5.08.02 08:51
2015.08.02 11:48
백세인생이라고들 하는데 정작 아까운 분들은 이렇게 먼저들 가시네요. 몇 달 전 강연을 놓친게 이렇게 아쉬워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2015.08.02 09:14
제가 너무도 좋아하던 분이셨어요
저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5.08.02 11:49
인간적으로도 워낙 인덕이 있으신 분이라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아요 ㅠㅠ
2015.08.02 10:05
근래에 <<자본론 공부>>를 출간하시는 등 맑스주의의 대중화를 위해 활발히 작업하시는 것 같았는데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5.08.02 11:52
극수주의, 우파권력자들도 김수행교수님만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만큼 학문적으로 일가를 이루신 분인지라 더욱 안타깝습니다.
2015.08.02 11:13
교수님 수업을 들으며 존경해 마지않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슬프고 그립습니다..
2015.08.02 11:56
자본론에 앞으로도 수많은 학자들, 역자들이 도전하겠지만 김수행선생님께 대대손손 큰 빚을 진 셈이죠. 존경할만한 분을 교수님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정말 큰 복인 것 같습니다.
2015.08.02 13:27
아무래도 자본론이 경제학 논문이다보니 전공자이거나 특별히 관심이 있는게 아니고는 읽는게 쉽지 않을듯 합니다.
그리고 '서울대 교수의 권위'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거 현장에서 실제로 구경해 볼 기회가 있었답니다ㅋ 지난 대선 전에 있었던 일인데 제가 사는 지역의 모대학에서 '다시 보는 프랑스 혁명'이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열린적이 있었죠. 그 때 초청된 연사 분이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님이셨는데…강의 내용은 아이티 노예 해방전쟁이 프랑스 대혁명에서 갖는 의의를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었죠. 그런데…그만 청강자들이 말썽이었답니다;;
2015.08.02 13:33
시민대상 강좌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흰 머리가 보이는 지긋한 나이의 분들이 강의를 들으러 많이 왔었는데, 이 양반들은 무려! 우리의 5.16혁명과--;; 그 위대한;; 프랑스의 혁명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그런거 기대하고 들으러 왔다가 전혀 내용이 그런게 아니자…아주 난리가 날뻔 했죠…―,.―
그때 분위기가 얼마나 험악했냐면, '중년의 서울대 남자 교수'가 아니었으면 면전에 대고 삿대질 하면서 쌍욕이라도 해댈 기세였거든요;; 세상에(-_ど)
2015.08.02 14:00
어머나, 세상에!!! 그런 희한한 일도 다 있었군요. 재밌는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빅캣님.
5.16은 군인들이 벌인 참변이지 그걸 어찌 프랑스혁명에 갖다가 ㅋㅋㅋㅋㅋㅋ
2015.08.02 14:31
2015.08.02 15:16
그러네요. 작금의 상황을 보면 그건 망국의 비극을 예언하는 전조 쯤이었을지도요.
기나긴 유신의 암흑기와 무도한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민주화시대까지 어렵게 당도했음에도
결국 위정자들에 의해 언론이 조작되고 또다시 역사가 몇 십년 뒤로 후퇴하는 걸 보시면서
김수행선생님도 쉬이 편히 눈 감지는 못하셨을 듯 합니다 ㅠㅠ
2015.08.02 15:42
2015.08.02 21:06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지금은 사라진 완산정에서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생들에게 파전과 모주를 사주셨죠. 그리고 특유의 경상도 억양으로 영어를 발음하시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네요.
2015.08.03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