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는 개의 성격

2015.08.30 21:46

올렉 조회 수:1986

오늘 평소처럼 개를 산책시키다가 문득 생각한 건데요.


종종 그러듯 우연히 산책나온 다른 강아지와 마주쳤어요.

저희 개는 다른 개를 만나면 상당히 호기심을 갖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상대 개도 그런 것 같고 서로 몸집 차이도 별로 안나는 것 같아 

조금 다가가게 내버려 두었는데 (나름 사교활동을 권장하는 느낌으로..)

갑자기 상대 개가 와르릉 하면서 물려고 달려들었습니다. 

이런 일도 비일비재해서 줄을 끌어당겨 떨어뜨려 놓고 다시 산책을 계속했어요. 


이렇게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주친 상대 개가 갑자기 달려들 때 제가 키우는 개의 반응은 거의 무반응에 가깝습니다. 

진짜로 물려고 달려든다기보다 위협용인듯 해서 다치거나 한 적은 없는데요

우호적으로 다가갔다가 상대가 덤비면 놀란다거나(깨갱거린다거나) 같이 화를 낸다거나(으르렁댄다거나) 할법한데

정말 조금 멍청한 얼굴로 슬쩍 피하고(사실 피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멀뚱멀뚱 바라보는 듯) 그냥 갈길가는 식입니다.


덩치가 크지도 않고, 겁도 많고 소심한 개인데 이런 반응 보면 좀 신기해요. 

동물병원에 데려갔을 때도 수의사님이 겁많고 잘 물게 생겼는데 안그런다고 말씀하신적 있는데요. 


얼마나 소심하고 겁이 많냐면, 평소에 제가 쳐다보기만 해도 귀를 접고 한참이나 눈치를 봅니다.

뭔가 잘못한게 없는데도, 다른 개들이 잘못한걸 혼낼때나 하는 반응이 거의 디폴트상태에요. 

학대나 강한 체벌?의 기억 때문인가라고 생각하실수 있는데 딱히 그런일은 없었던것 같아요.  

새끼 때부터 키우게 되었는데 제가 너무 게을러서 활발하게 같이 놀아주지 않은 것 빼고는

심하게 혼내거나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얌전해서 혼낼 일도 사실 별로 없었고.. 

(배변훈련은 잘 안되었지만. 이것도 순전히 제 게으름 탓으로)


좀 반전이랄것은 산책에 대한 열정인데요.  

모든 개가 그러듯 산책나가는걸 정말 좋아하고 산책할 때 정말로 열정적입니다.

소심하고 겁많은 모습이 온데간데없고 주인을 앞질러 뛰어가고 싶어하고, 

여기저기 냄새맡고 흔적을 남기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장소에 영역표시를 하는 일은 제 개가 단연 제일 좋아하는 일이고,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인것 같아요.


원래 개들은 주인을 가장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제가 키우는 개는 주인보다는 산책 하는걸(더 정확히는 영역표시하는 것을) 확실히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좋아한다는 것을 넘어서 개라는 생물이 어떤 활동에, 특히 그 활동에서만 그정도의 집중력을 보인다는 것이 신기해요. 


산책중의 저희 개는 그래서 되게 당당하고 자신감있어 보이기도 해요. 

집에서는 소심하고 조용한데 나가면 확하고 열정이 발산되는.. 

다른 개가 달려들 때 멀뚱멀뚱 쳐다보는 것도, 그래서 멍청해보이기도 하지만 차분하고 평온해보이기도 해요. 

저처럼 게으른 사람이 집에 있을때는 어떤 떄는 하루 두번이나 산책을 시키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인듯 합니다.


제 개의 성격이 마음에 듭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85
126070 에피소드 #86 new Lunagazer 2024.04.25 9
126069 프레임드 #776 [1] new Lunagazer 2024.04.25 10
126068 ‘미친년’ vs ‘개저씨들‘ new soboo 2024.04.25 147
126067 Shohei Ohtani 'Grateful' for Dodgers for Showing Support Amid Ippei Mizuhara Probe new daviddain 2024.04.25 12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new catgotmy 2024.04.25 42
126065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1] new 상수 2024.04.25 150
126064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5] new Sonny 2024.04.25 353
126063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new daviddain 2024.04.25 67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new catgotmy 2024.04.25 124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여은성 2024.04.25 260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3] update 상수 2024.04.25 142
126059 요즘 듣는 걸그룹 노래 둘 상수 2024.04.24 124
126058 범도4 불호 후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4.24 180
126057 오펜하이머 (2023) catgotmy 2024.04.24 77
126056 프레임드 #775 [2] Lunagazer 2024.04.24 29
126055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1] update catgotmy 2024.04.24 163
126054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4.24 301
126053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40
126052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206
126051 "韓, 성인 문화에 보수적"…외신도 주목한 성인페스티벌 사태 [7] update ND 2024.04.24 349
XE Login